기다리는 시간

               나영희 / 시인

      나영희 / 시인
      나영희 / 시인

 

커다란 바위 틈새, 척박한 산자락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 빠져

가슴 졸이며 또 가슴 졸이며

피를 토하는 듯한 고통 속에서

언젠가 와 줄 것만 같은 봄을

너는 백 년이 넘도록 기다리며

인고의 기나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민들레는 홀씨만 날려도

행복한 꽃으로 피어나건만

너는 어찌하여

해가 지고 밤이 가고

나도 가고 없는

아스라한 그 틈새에서

외줄기 희망하나 붙잡고

외로운 시간 여행만 하고 있는가!

 

황금 태양이 흔들리고

바람이 조곤조곤 속삭이던 날

살얼음 밟듯 조심조심

오매불망 기다리던 소나무 새싹이

두근거리는 가슴 안고 서서히 솟아오르더라

꼼지락거리며 달빛 아래서 가지를 뻗어가더라

 

오선지에 악보 그리듯

선명한 나이테 만들어

단단한 바위 속으로 뿌리를 뻗어가더라

모두가 너를 지워버렸지만

새벽녘의 눈보라를 견디며

바람의 연인이 되어

 

하늘 끝 바람의 땅에서 대목 되어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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