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가, 칼럼리스트

요즘 매일 절망을 뛰어 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희곡보다는 시를 쓰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다정다감한 눈물을 계속 흐르게 하고 있다.

시장(市場)을 보고 밥을 안치고 시금치를 사다가 된장국을 끓이는 일이며 폐기물 분리수거해서 내 놓는 일까지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내 우선 순위가 곁에서 지켜보며 웃어주기도 하고 고마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곁에서 숨을 쉬며 나를 외롭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장보러 갈 때는 나와함께 손잡고 따라나선다. 그것이 고맙고 행복하다. 나는 시를 쓸 줄 모른다. 수입(收入)을 위해 희곡을 썼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수필을 썼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요즘은 시를 쓴다. 잘 다듬어진 문학적인 단어로 쓰는 것이 아닌 절규하면서 때론 절창(絶唱)하는 시를 쓴다.

 

긴 하루

 

먹장구름 낀

하늘.

그 아래서 방황하고 있는 나를

친구여!

안됐다 생각진 말아다오.

 

오늘의 삶이

내일로 이어진다 해도

그래서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 해도

“오늘은 오늘인 것을”

친구여 정말 그렇게는

생각지 말아다오.

 

눈길만 주어도

당황해하던 나를.

미소만 주어도

황송해하던 나를.

친구여!

서글프게 하지 말아다오.

 

그리고

내일 아침 다시 뜨는 해는

오늘의 해가 아니라고

생각해다오.

생각해 다오.......,

-  2018년 4월-

 

내 우선순위의 처지를 아는 친구들은 나에게 동정어린 눈길을 보내며 가끔은 술 한 잔을 마시며 위로를 한다. 내 우선 순위는 밥을 태워도 웃으며 먹어주고, 콩나물국이 맛이 없어도 한 그릇 모두를 비우고 내 손을 잡아준다. 그래서 난 지금 그를 위해 된장국을 끓인다.

된장 한 스푼, 달래, 시금치, 콩나물, 국간장 두 스푼 넣고 끓이면 맛있는 국이 된다. 아침에 끓여 놓으면 점심 저녁까지 해결 된다.

어제는(4월9일 일요일) 서대전 잔디 광장에서 열리는 칼국수 축제에 가 보았다. 박용갑 중구청장과 이재승 부구청장, 노덕일 중구문화원장께서는 물론 전 직원들이 나와서 봉사하고 있었다. 노란 유니폼을 입고 봉사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우리나라의 모든 행정가나 정치인, 그리고 국가에서 녹을 먹고 사는 공무원들이 저런 모습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씨네 고집쟁이 막사에 들려 쌈된장과 깻닢, 그리고 국간장을 샀다. 백화점 가격보다 두 배나 비쌌다. 그러나 비싸다는 불평을 하지 않고 샀다. 담당하는 중구청 직원들을 믿기 때문이고 ‘고집쟁이 高씨네’를 믿기 때문이다.

절규하며 절창하는 내 시를 읽은 지인들은 내 이웃이 돼 주고 울타리가 돼 준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

절규하는 시. 그게 무슨 시냐고 따지지 말아다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내 정서 표현을 달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아!

밥짓고 빨래하고 집안 청소하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우선 순위가 곁에서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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