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광노(본지고문)

(전)한국사이버인성대학장

(현)세종인성학당장

뉴욕타임스가 이번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물병투척을 보도하면서 ‘갑질’이라 한다는 국내 보도를 번역하느라 얼마나 머리가 꼬였으면 ‘Gapjil’ 이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했단다. 헛웃음이 나오는 기사를 대하면서 참 나라망신도 이지가지 한다 싶어 어이가 없다.

우리는 처음 텔레비전이 들어 왔을때 우리 말로 번역해 이걸 뭐라고 할지 고민했으리라는 정도는 짐작한다. 컴퓨터도 마찬가지고 인터넷이란 말도 어떻게 번역할지 모르던 이유는 우리에게는 그러한 문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텔레비전의 경우 전기로 본다는 뜻의 전시(電視)라고 하는 등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이 문자와 문명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절벽에 마주칠 때 궁여지책으로 하다하다 어쩔 수가 없으면 그냥 텔레비전 하고 혓바닥이 꼬여도 그대로 쓰고 마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인터넷이라는 역사문화와 언어다 없듯이 갑질은 미국에 없는 언어다.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말할지 고민고민 하노라면 풀어서 서술어로 길게 한 문장을 만들어야 될 판이니까 하는 수 없이 인터넷하듯, 그들도 하는 수 없이 Gapjil 이라 하고 만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같은 경우는 존귀한 단어다. 하지만 Gapjil 이라는 말은 참 추하고 더럽고 비루한 단어다. 사실 인터넷으로 번역되는 것은 국가브랜드가 상승하는 경우이고 Gapjil 이라는 단어는 국가체면 위신이 망가지는 단어다. 하나는 예쁘지만 하나는 더러운 단어다.

신문이나 방송에 이름이 나가면 복을 받기도 하나 어떤 것은 망신을 당하게 된다. 미투 운동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면 이건 인생추락이다. 이렇게 비유하면 이번 대한항공 전무의 Gapjil은 국가 위신 추락이다. 뉴욕타임스에 한 번 올라가면 팔자를 고칠 정도로 드문 건데 Gapjil 로 올라가다니 사람팔자가 개돼지 팔자로 추해져 버리고 만 경우가 된다.

이게 조 전무의 개인 추락 이라면 야 상관할 바 없지만 이게 대한민국의 국가 명칭을 사용하는 대한항공이라는 그 대한이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뉴욕타임스에 이런 건 올라가지 말아야 득인데 미국인들이 볼 때 Gapjil이라는 이 희한한 말에 우리나라는 어떻게 비쳐졌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망신에도 억울한 망신이 있다. 아닌 걸 그렇다고 하는 왜곡된 망신도 있다. 그러나 이건 대한민국의 현실이니 미국인들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내 입장에서 내가 고쳐야 한다. 국가가 이걸 때려잡아 다시는 이런 더러운 말이 세계에 더는 퍼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어떻게 막아야 할까?

우선 갑질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내가 너보다 윗사람이라는 위세(威勢)근성을 버리는 인성교육이 되어야 한다. 인간 됨됨이라 할 인성교육이란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쉽다면 쉽다. 첫째는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정신”이다.

문제는 내가 더 낫고 너는 나보다 형편없는데 어찌 나보다 낫게 여기느냐고 하는데 있다. 영어도 내가 잘하고 말도 내가 더 잘하고 얼굴도 내가 더 예쁘고 돈도 내가 더 많은 것이 확실하고, 무엇으로 보나 저 녀석이 나보다 나은 게 없는데 어떻게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느냐 한다면 이 사람이야 말고 갑질하는 사람이다.

갑질은 우리나라 말이지만 우리도 이를 번역하려면 주어 동사 술어 최소한 세 개의 문법요소를 갖춰야 하는 어려운 말인데 우리는 갑질이라는 말 세 글자로 더 이상 설명조차 필요가 없이 쓰고 있다. 그러니까 하려고 해서 하는 것이 갑질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나도 모르게 갑질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돈이 갑이 아니다. 전무만이 갑도 아니다. 꼭 상사가 갑이 아니다. 진정한 갑은 전문가다. 전문가는 농사에도 있고 삽질 톱질에도 갑이 실존한다. 내가 못하는 것을 그가 하면 그는 을이 아니다. 운전도 갑이 있고 글쟁이에도 갑이 있다. 그럼 과연 진짜 갑이 누굴까. 

겸손하고 져 줄 줄 아는 너그러움이며 낮게 보이는 자에게 후히 대하는 너그러움이다. 결국 갑(甲)은 을(乙)이 되어야 갑다운 갑이다. 뉴욕타임스에서 Gapjil대신 ‘을질-Eljil’ 이라는 등 뭔가 새말을 지어내 복된 번역을 달아 줄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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