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가/칼럼리스트

 

 

 

 

 

 

爲民上者(위민상자) : 백성의 윗사람이 된 자는

不可不持重(불가불지중) : 몸가짐을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斷酒絶色(단주절색) : 주색을 끊으며

屛去聲樂(병거성락) : 소리와 풍류를 물리치고

齊速端嚴(제속단엄) : 공손하고 단정하며 엄숙하여

罔敢遊豫(망감유예) : 유흥에 빠져 정사를 어지럽히며

以荒以逸(이황이일) :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윗글은 목민심서(牧民心書) 부임육조(赴任六條)에 기록된 목민관의 태도에 대하여 한 말이다.

그런데 보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행과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

지난 5일 JTBC에 출연한 김모 정무비서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안 전 지사로부터 4차례 성폭행 당했고 시도 때도 없이 성추행을 겪었다고 폭로했다. 김 비서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과 9월 스위스 출장 중 성폭행을 저질렀고, 미투 운동이 확산되던 지난달 25일에도 성폭행했다고 털어놓았다.

어찌 보면 서지현 검사의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폭로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는 향방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면서 문화예술계로 확산되더니 그 파장이 정·관계 등 현실권력의 본산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생각해보라 ‘뫼비우스의 띠’.

어느 지점에서 띠의 중심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제 자리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뫼비우스의 띠인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편을 괴멸시키기 위해 시작한 것이 상대는 물론 자기편까지도 괴멸 당하게 된다는 것이 뫼비우스 띠의 교훈인 것이다.

이 뫼비우스 띠의 돌고 도는 흐름은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마저 비참하게 주저앉히고 앞으로 어떤 위선자가 거짓된 가면을 벗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당시 안 전 지사는 충남도청에서 미투 운동을 “남성 중심적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기에 바람직한 운동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는데, 그런 그가 몇 시간 뒤 김 여비서를 불러놓고 ‘TV에 방송되고 있는 미투를 보니 너한테 상처가 되는 것인 줄 알게 됐다,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성폭행을 자행했다고 한다.

사회 지도자들의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면서 있어온, 신이 인간에게만 부여한 성적 본능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자 한 가지 보자.

조선 중기의 문신 김효성(金孝誠)에 대한 얘기다. 그는 강직한 성품으로 선정을 베풀어, 청빈한 목민관으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많았다. 하루는 공이 밖에서 들어오다가 문득 보니 부인의 자리 옆에 승(僧)복이 놓여 있었다. 이를 본 공이 물었다.

"저 승복은 어디에 쓰려는 것이오.“

그러자 부인은 정색을 하며 대답하였다.

"당신이 뭇 첩들에게 혹하여 소첩을 원수처럼 대하시기에, 저는 중이 될 각오를 하고 준비해 놓았소."

공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본래 호색하여 기녀(妓女)·여의(女醫)로부터 양인(良人)· 천인(賤人)·현수(絃首)·침선비(針線婢)에 이르기까지 자색만 있다 싶으면 반드시 모두 정을 통하였소. 그런데 여승의 경우에는 아직 한 번도 가까이한 적이 없었소. 그대가 여승이 될 수만 있다면 그는 정작 내가 바라는 바요."

부인에게도 정을 통하는 사랑을 해주겠다는 사죄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희정 전 충남 지사는 사죄는 하지 않고 사과만 하고 떠났다. 그도 아내가 있고, 자녀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와 피를 나눈 형제들과 부모 형제, 일가친척은 물로 그를 추앙하고 떠받들던 무리들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그의 행보는 스스로를 ‘민주주의자’ ‘인간주의자’로 불러왔으며, 성소수자와 외국인 등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에도 힘써왔던 인물이다.

말해보라.

당신의 아내와 가족, 그리고 일가친척이나 추종자들에게 무언가 한 마디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두고 볼 것이다. 그대에게 성추행과 성 폭행을 수시로 당했던 여비서가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기에 법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그리고 이번 6,13지방 선거에 출마하려고 목소리 드높이는 어르신(?)들. 뫼비우스의 띠는 모두를 가리지 않고 돌고 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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