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자/칼럼니스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의한 누명이 벗겨졌다. 대법원 판사의 법 논리가 검찰의 법 논리를 뒤집어 무죄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검찰은 첩보에 의해 이들을 재판에 넘겼고, 법관은 정보를 근거로 이들을 풀어주었다.

취모멱자(吹毛覓疵)요, 의이명주(薏苡明珠)였던 것이다. 무슨 말인가?

취모멱자(吹毛覓疵)는 털을 불어 허물을 찾다는 뜻이고, 의이명주(薏苡明珠)는 율무를 빛나는 구슬로 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터럭을 불어서 남의 작은 흠을 찾으려 한다는 말이고, 나쁜 꾀로 남을 골탕 먹이거나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한다는 말이다. 첩보에 의한 수사가 그렇다는 말이다.

이처럼 법 논리에서의 수(守)와 공(攻)은 찰나마다 명멸한다. 권력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한 첩보를 가지고 덤벼들면 정보를 가지고 방어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게 돼 있다. 과거 역사를 볼 때 얼마든지 그 증거가 남아있다. 이번 사건은 정보에 의해 직구를 날린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승리인 것이다.

이번에 취모멱자(吹毛覓疵)와 의이명주(薏苡明珠)라는 고사성어야말로 누명을 벗게 된 두 정치인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수사관이나 정적(政敵)들에게 정문일침을 가하는 교훈이 되리라 생각한다. 정적의 인물들이 나서면 눈에 불을 켜고 잘못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그리고 첩보를 흘려 수사에 임하게 한다. 필자의 이 논리가 거슬린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반론을 제기하라.

결심 재판을 지켜보던 필자를 비롯해 많은 측근들은 십년 묵은 체증까지 확 뚫렸을 것이다.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에 대하여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고, 앞으로의 이 두 지도자의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보라, 성웅 이순신장군은 억울한 옥살이에서 풀려나 계급장 없는 군졸로 백의종군하면서까지' 신(臣)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했다. 긍정적인 마음인 것이고 그런 자세를 가지고 전투에 임했던 것이다.

그러나 적군의 대 군선(軍船)앞에 열두 척의 낡은 배. 12척의 낡은 배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따르는 군졸도 알았을 것이다. 바다를 포기하자는 참모들과 죽음을 피해 도망가는 군졸들. 그리고 아들 면마저도 귀향을 청하지 않았던가? 얼마나 갈등이 심했으랴.

그러나 지도자의 태도는 달랐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必死則生 必生則死)'이라 포효했다. 두 눈에선 빛이 났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선 애국의 충정이 이글거렸던 것이다. 자신부터 다스리고 결심을 했던 것이다. 고뇌를 물리치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이 결국 아들의 마음도, 참모들과 군졸들의 마음까지도 돌려놓아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러니 홍준표 대표와 이완구 전 총리여! 실망하지 말라. 이순신장군은 게급장도 없이 혼자였지만 그대들에겐 100여 명 이상의 의원이 국회에 진출해 있고 지방 장관이 여러 명이나 되지 않는가? 그리고 나라를 염려하는 국민들 또한 이심전심으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니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앞장 서 싸우라. 지금 우리나라 돌아가는 형편을 직시하고 내 편에겐 하지 않고 네 편에게만 하고 있는 적폐청산의 칼날을 향해 직구를 날리기 바란다. 적페청산만으로는 나라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그랬다.

“비록 전선은 적지만 제가 죽지 않는 한 적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라고.

그렇다. 둘이 힘을 합치고 군졸들과 국민들이 뒤를 따른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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