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호 본사주필
도한호 본사주필

 ‘전공의’란, 알다시피, 의사 자격과 면허를 취득한 후, 정해진 병원이나 이와 동등한 수련 기관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전공과 관련된 임상 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전공의는 전체 의사의 13%에 해당하며, 그들 중에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지정되어 근무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논자가 방문한 응급실은, 밤만 되면 전쟁터와 같았다. 대형 유리문을 주먹으로 쳐 깨뜨리고 피투성이가 되어 행패 부리는 취객, 숨이 끊어진 환자를 메고와서 살려내라고 떼쓰는 가족 등으로 근무자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린이 환자가 화상을 입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들어 올 때는 병원 전체가 떠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생긴 말이 “응급실 뼁뼁이,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신조어였던 것 같다.

논자의 안목으로는, 담당의사들이 그와 같은 생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의사와 간호사를 보완하는 길밖에 없어 보였다.

알다시피, 올해 2월 18일에 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계획이 전공의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 2월 20일부터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휴학계를 내고 학교를 떠났고, 지난 2월 26일 자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전국 100개 병원에서 1만 34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그중 9,006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한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2월 29일까지 근무지에 복귀하라고 경고했으나 오히려 반발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6년부터 의대 정원 증원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이해 당사자인 의료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의하면, 정부의 의과대학 학생 증원계획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2,000명을 증원해서 현재의 입학정원 3,058명을 5,058명으로 유지하고, 2031년부터 2035년까지는 최대, 한 해에 1만 명을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논의를 시작했으며, 6월부터 관련 기관과의 혁신전략에 대한 협의를 거처, 10월에 “지역 필수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전국 17개 국립대병원(본원 17개소와 분원 7개소)과 더불어 지역의료 살리기 문제를 협의하고, 11월 21에는 이에 대한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당국자들은 보건복지부에 2025년에 입학정원 2,115명~2,847명의 증원을 요청했다. 올해 2월 1일, 대통령은 의료개혁 추진 의사를 발표하는 중에, 학생증원 없이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35년에는 의사 1만 5천 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시점에 터진 의료대란에 대해,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동 <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은, “2,000명에 달하는 의대 정원 증원은 대한민국 의료를 망치는 길이며, 필연적으로 의료비 증가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으며,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 선택에 제한을 두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부언하자면, 의사회는, 정부는 보건 의료 발전계획이 없고,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이 계획은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논자의 관점에서 판단할 때, 전공의들의 반박과 주장에는 설득력이 없고,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근거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계획이 왜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 선택권을 침해하는지, 정부의 보건의료 발전계획 중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의사가 부족해서 가장 혹사당하는 전공의 자신들이 왜 정부의 의사 충원 계획을 거부하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소방공무원, 경찰 등등의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구동성 증원을 호소하는데. 유독 의사들이 스스로 의과대학 학생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24년에 발표된 세계 주요국과 한국의 의과대학 정원을 비교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의사 1천 명당 임상 의사 수는, 오스트리아 5.2명, 독일 4.7명, OECD 3.4명, 한국 2.3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하다.

의과대학별 평균 입학정원수는, 일본 243명, 영국 221명, 미국 140명, 한국 77명으로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다.

한국의 의료 기술은 세계 정상급으로 알려졌는데 최고의 교수진과 최고의 시설을 가지고도 일본과 비교할 때 삼 분의 일의 학생밖에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

논자는, 의사의 법정 초과근무 시간이 한 주간에 몇 시간이며, 수술은 몇 회 또는 몇 시간을 하는지, 그리고 과도한 초과근무가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국민은 초과근무에 시달려 피로한 의사보다 건강한 의사에게 치료받기 원한다. 정부 행정 방식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하는 일을 일일이 이해 당사자에게 물어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18년 만에 정부가 다시 나서서 추진하는 의대 정원 증원을, 정치적이니 앞을 볼 줄 모르는 계획이니 하고 환자를 두고 병원을 떠나버리다니, 학생정원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언제까지 동결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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