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노 문학평론가
천광노 문학평론가

4 <부모입장 서론>

저자 나이 77살. 손자손녀가 여덟이라 언제부턴가 제법 높고 깊고 넓게 보이는 것이 있어 부모 된 입장에서 볼 때 혼기를 놓치고 혼자 나이만 더해가는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나 다들 할 말 있어도 벽에 대고 하느니 만도 못하니까 입들을 열지 않는다. 

부모가 입을 열든 않든 부모는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어 때 늦지 않게 시집장가 가는 아들딸 혼사다. 이것은 조부모도 같다. 큰아버지 큰엄마 작은아버지 작은엄마 고모네 이모네... 손 위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인 된 남녀가 짝을 짓기를 바라는 결혼이다.

비혼은 반대다. 집에 그런 청장년이 있다는 것은 긁지 못하는 등과 같아 누굴 만나면 우리 조카가 있는데 어디 좀 알아 보라 하고 싶은 말 하려다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기력이 빠졌다.

결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데 해가 저물 듯 나이가 늘어 가면 피도 살도 안 섞인 이웃도 신경을 쓴다. 이럴 때 -왜 남의 일에 신경을 쓴대요?

당사자는 불편해 한다. 알아서 가게 되면 갈 건데 왜 이모가 난리냐 하는데 이건 뭘 바라서가 아니라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사람이 보통 가지고 있는 마음씨 라는 뜻이다.
자식들은 이게 편치 않다고 짜증을 부린다. 그러니 부모는 더 불편한데 왕자 공주처럼 부모 앞 성을 내면 부모는 한숨이 길다.

부모입장은 단순하다. 모든 인생의 결실이며 사는 목적은 오직 하나, 자식이 잘 되기만 바라는 것이다. 잘 되는 자식이란 출생부터 끝까지, 한 살부터 마흔이 다 된 오늘까지 해마다 변하지 않았다.

태어나서는 젖 잘 먹고 첫돌이면 잘 뛰고 잘 먹고 잘 웃고 유치원에서는 활달하고 학교가면 공부 잘 하고 좋은 대학가면 입이 귀에 걸리게 자랑하고 싶고 자격증 두세 개 따고 좋은 직장 합격하고 직장에서 인정받아 승진해 미국 영국 홍콩지사 지사장이 되고 30년 40년 1만 날 넘는 날 안 아프고 건강하고 똑똑하고 일취월장(日就月將)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무럭무럭 크고 자라 승승장구(乘勝長驅)잘 되고 또 잘 되고 점점 올라가기만 바라는 것... 이 모든 정상에는 결혼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부모의 진심을 자식은 절반도 모른다.
-당연한 걸 뭘 꼭 따로 알아야 돼요?
-그걸 꼭 말로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이게 자식이다.

자식은 부모를 다 모른다. 자기는 왕이고 공주고 부모는 신하고 상궁 나인 환관으로 알 정도다. 구태여 입에 달고 말할 이유도 없고 간지럽게 고마우니 감사하니 잊지 않는다느니 낯간지럽게. 안 할 말로 자식이 아니라 기생충이다.

젖을 빨아먹는 것부터 수십 년 내내 내놔라, 돈 줘라, 밥 줘라, 옷 사 달라, 어디 갈 거니까 얼마를 달라 달라달라 달라달라. 평생 피 빨 듯 뜯어먹기 한 평생.....

알고 보면 자식이란 김정은 같다. 망하고 않고 알 것 없고 내 놓으라는 것에 미안함도 고마움도 모른다. 부모는 자식? 그게 뭐라고. 미친 것이다. 

20여 년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앙가슴을 풀어 헤치고 젖꼭지를 꺼내 물리다니 저 아가씨가 애를 낳더니 미쳤나? 어디라고 덜렁 젖을 다 들춰내 보이고 먹여?
고장은 부모에게서 나 버렸다.

그게(자식) 좋아서 그냥 맥을 못 추고 자식, 자식, 제 몸은 곯고 아프거나 자식만 알고 밤을 새우고 평생 벌어 자식을 키우면서 지구상 모든 부모는 생뚱맞게도 그것이 자기가 사는 이유고 목적이라는데 한 점 의심도 없다.

이상의 말은 몽땅 무효로 삭 지운다. 긴말 다 필요없고 딱 한마디로 정리한다.
부모는 좋은 직장 자격증 상장 인물 머리 좋고 키 크고 건강하고 않고 일절 다 아래고 최정상에 앉힌 딱 하나는 시집가고 장가가는 결혼이다.

다 잘해도 결혼하나 못하면 꽝~ 헛 자란 인생이다. 부모의 30년 수고와 아낌없이 준 사랑의 결론은 오직 결혼이다. 문제는 부모 자신이 이걸 잊었다. =너는 꼭 좋은 신랑각시 만나 결혼하고 출산해야 된다~~~

요걸 까먹고 키우면서 이 말을 해주지 않은 것이다.
애 낳아 뭐하나. 공부 잘했단 들 뭐에다 쓰나 안 아프고 인물 잘났으면 뭐하나. 직장 좋으면 뭐하나 녀석이 시집을 못가고 장가를 못가니 원.

이렇게 되면 그냥 혼자 살게 두면 간단은 한데 세상 수십억 어느 부모가 자식 짝 지을 필요 없다는 부모는 단 하나도 없고, 거꾸로 제발 소원이 결혼인데 그런데 자식은 안 간다고 짜증을 부린다.
=냅싸 둬 버려라~

이건 차라리 애를 죽이라는 말보다 더 독한 말이라는 것도 몰라? 내버려는 못 두는 것이 부모입장이다. 부모는 하고 버릴 말이라도 
=걘 혼자 살라고 기도하고 있다.
이러는 부모는 지구상 한 명도 없다. 기가차고 어이가 없어 객적게 하는 말이라도 
=쟨 혼자 사는 게 내 소원이야~~
한다면 미친 부모 아닌 이상 오죽하면 저럴까.

자식이 결혼해야 하는 이유는 막상 부모도 말을 잘 못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왜 결혼이 중요한가 도대체 이런 말을 못한다.

밖에서는 사장이고 대표고 방송에서 인터뷰도 자주하고 책도 써냈고 선생으로 평생 애들을 가르쳤다는 교육전문가인데도 거참 이상하네... 

도대체 왜 결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하여는 꿀 먹은 벙어리인지 벌벌 떠는 건지 자식을 앞에는 입도 못 떼는데 이유가 뭐냐 하면 애가 맘 아파할까가 걱정돼서 모진 말로 가슴에 못 박힐까봐 입을 닫는 것이다.

이런 부모심정을 하나에서 백 천만 까지를 알게 하는 방법 단 하나는 결혼을 시켜 부부로 살아봐야 사는 복을 알고, 사는 축복으로 자식을 낳아 길러봐야 부모를 알고, 자식이 잘 커 할미 할배가 돼 봐야 조상도 알고 부모도 알고 하늘과 땅과 천지신명과 이웃과 국가의 고마움도 알아 모든 것이 사랑이로되, 부모사랑은 하늘에 닿았다는 것도 알게 되기 때문인데 막상 또 알면 뭐하느냐는 것도 아는 사람이 부모다. 어쨌거나 알아야지 모르면?

모르면 그를 사람이라 하지 않고 짐승같이 자기만 알고, 뭐든 나누어 주는 걸 배우지 않고 해 보지 않아 인생 100년을 살아도 삶낙(樂)을 몰라 인생이 초췌하고 처량하고 슬퍼 후회하는 날이 단 하루든 일년 십년이다.

노인이 되면 저 인생이 어떤 꼴일지를 생각조차 않고 시집장가 안 간다고만 버티니까 이 통증을 누구한테 어떻게 말로 하겠는가.
중요한 또 하나... 
부모는 인생 외로운 것을 잘 아는 사람이다. 혼자 사는 것이란? 막막하지만 절대적으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부모이기 때문에 애를 태우는 것이다.

* 다음 주 수요일 제5회 게시
* 저작권자 : 천광노 평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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