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석일 논설위원
계석일 논설위원

복고풍(Retro)은 유행(Fashion)을 이길 수 없다.

사람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세인들로부터 평가를 받으면 산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다짐해놓고 거울을 보며 대문을 나선다.

내 스타일이라고 고집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이 내 스타일이야 하고 고집하는 사람은 언제나 외딴섬에 있다. 라테(나 때)라는 말을 자주 쓰는 꼰대들 주변에도 사람이 없다.

그러나 현실에 맞게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잘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는 사람이 많다.

필자는 사회를 맡는 관청 행사가 있어 모처럼 머리를 단정하고자 유성에 있는 반석이용원(73 곽양신)을 찾았다.

64년을 살아온 필자는 이발관 이용소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발소는 상고머리라는 남자 머리는 주로 깎는 곳으로 “단정, 깔끔”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있던 터라 어색하지 않았다.

이용원에 들어서니 남자 이용사 한 분과 여자 미용사 한 분이 있었고 여자 한 분은 면도사라는 직감을 같게 되었다.

머리를 깎는 시간 내내 머리를 잘못 깎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남편의 일 거수 일 투족을 관찰하는 사람, 한 이불 덮고 사는 사람이기에 걱정이 들었다. 남편의 의상도 평가하는 첫 번째 사람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한테 아무리 칭찬을 받아도 아내한테 평가를 받지 못하면 그것을 실패한 평가다.

이발이 시작되자 이발기(바리깡)의 능수능란한 솜씨가 아닌 예술가의 손맛인 빗과 가위질이 47년이란 미용사(예전엔 이발사, 이용사)의 실력 엿볼 수 있었다.

머리 손질이 끝나자 아내라는 면도사가 면도와 마스크 팩을 얼굴에 서비스를 해주었다.

서울에서 이용원을 하다 반석동에 개업한지 7년 되었다고 하는 곽 미용사는 여자들이 하는 미용실에서 남성분들이 머리를 깎다 보니 남성 고객층이 늘지 않는다고 하였다.

두 분이 열심히 해도 한 달에 3백만 원 벌기 힘들다며 자녀들이 모두 출가해서 이제는 부담은 없이 자신의 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머리 깎는 예술인으로 살아온 47년이란 세월이 아쉬운지 곽 미용사는 남성 머리를 깎는 남자 이용사들이 자꾸 줄어 걱정이라며 우리 세대가 끝나면 이발관도 역사 속에 사라질 것이라 했다.

필자는 왜 이발소 이발관 이용원이 역사 속에 사라지는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저는 아내의 평가를 받게 되었다.

결론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나는 깔끔하고 단정해서 좋은데.. 남편들은 아내로부터 평가를 잘 받아야 다음에 또 그곳을 찾게 된다.

유행을 이길 수 없는 것이 레트로다. 시대를 거스르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버티기 힘든 것이 트렌드(Trend)다.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지만 그리움을 느끼는 레트로(Retro) 와 신선함을 갖게 하는 뉴트로(Newtro) 격돌을 벌인다면 레트로는 완패다.
세상에 순응하기 위해 남성들도 눈썹 문신과 눈 밑 주름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 라테(나 때)라는 말이 안 통하는 요즘

복고풍을 갈망하는 중년들만 즐기는 노스탤리지(Nostalgia) 세상이 사라져가니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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