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노 문학평론가
천광노 문학평론가

2.  <드러난 현상 서론> 

발제 대안은 각 경우마다 다르다, 그중 하나의 경우로 <드러난 현상>을 논설 대안으로 쓴다. 

집에 장성한 아들이나 다 큰 딸이 같이 사는 집이 생각보다 많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올해나~올해나~ 하고 내년에는 짝을 지을까 가슴 졸인 부모 심정은 속병처럼 날로 커져도 숨긴 암처럼 힘들게만 한다.

이런 경우 터놓고 말을 하지 못하는 고민이 크다. 벌써 몇 년 전 그때는 =장가가라~ 시집가라~ 누구만나는 사람 없니~?  편하게 물었지만 지금은 불편해 아예 묻지도 않는다, 다른 걱정은 없는데 저러고 있는 저애가 집안 근심덩어리다. 

때는 저 출산으로 나라가 없어져갈(무너질-사라질) 위기라는데 바로 우리 집에, 갔으면 벌써 손주 둘 셋도 낳았을 아들딸이, 멀쩡한 인물에 좋은 대학 나왔고 의젓하니 키도 크고 얼굴도 잘났는데 그런들 뭘 하나, 시집을 안 가고 장가갈 생각을 하지 않아 멀쩡히 저러고 있으니 말이다. 세월은 번개, 벌써 쟤 나이가 몇이더라?

때로는 어딘지 어두운 얼굴이다. 뭐가 못나 애인하나 없이 아직도 저런지, 문제는 올해도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자식을 보는 부모마음 알건데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또 저러는 제 속은 또 어떤지... 어떨 땐 먹는 것도 밉다. 

예쁜 각시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땐데 지금도 어미가 차려 주는 밥을 먹으니 잘 먹어도 밉고 투정하면 더 밉다. TV를 보고 웃는 것도 밉다. 어떨 땐 시무룩하여 밉다. 뉴스나 드라마는 보이느니 짝짓기 얘기다. 저도 보기 싫은지 민망한지.. 이러다  =넌 언제 가니?  할까 해서 인지 부스스 일어나 제 방으로 간 방에는 냉기가 돈다.

집안에 어른이 편찮아 누우면 웃을 일도 참아야 하듯, 집안에 다 큰 자식이 멀건이 나이만 쌓여 가면 말조심 입조심 TV 뉴스 보기도 겁난다. 저라고 속이 제 속일 거며 오죽할까...

애가 말을 안 해도 불편하다. 웃어도 같이 웃다 멎는다. =인석아 네 나이가 올해 몇인데.. 도대체 진짜 없어?
이건 차라리 성희롱이 낫지 금기어(禁忌語)다. 집안에 먹구름이 가득 차 천근이다.

나가 따로도 살아 봤다. 들어와도 봤다, 술에 찌드나 하다가 술도 끊었는지 일찍도 들어온다.
=쟤 지금 방에서 뭐해?
=아 알 것 없어요. 묻지 말라잖아요?
살 얼음장, 조마조마한데 속도 모르고 한다는 친구들의 말,
=불효가 따로 없어. 때 놓치고 갈 때 안 가면 애물단지야.
고마운 말인데 가슴이 찔린다.
=애들은 무조건 부모 책임이 커.
길기도 하다.
부부가 싸우니까 그렇지 않아? 어려서 무슨 충격을 받았어? 아니면 어려서 병을 앓았나? 분명 첫사랑의 상처가 있을 거야. 잘 되면 제 탓이고 안 되면 부모 탓 아냐?

노인인구는 초고령화로 간다하고, 청년실업률이 몇% 몇%하는데 도통 들리지 않는 뉴스는 결혼적령기 독거남 독거녀는 몇%인지는 듣지 못했다.

우리 집에만 해도 둘이다. 그럼 4인 가족이니 독거남 독거녀 합이 50%...? 이러니 출산율만 따질 게 아니고 출산적령기 남녀 독신율도 뽑았으면... 이러다 만다. 알아본들 수가 없으니.

명절이나 집안 대사가 오면 집안 어른들 첫마디가  =너 언제 가니? 결혼 왜 안하니?
이런 말인데 그러면 가슴이 철렁한다. 부모자리까지 송곳에 찔리는 고통이다.

사람만나기도 불편하다. 같이 앉기도 불편하다. 둘째 시집간다느니 큰애가 아들을 낳아 할아버지가 됐다 라느니, 손자가 둘이고 손녀가 몇 이라느니, 손주가 여럿이라면서 핸드폰에 사진을 보여도 주면서 꼭 =걔 이름 뭐지? 애인 있대?

이러면 송곳인지 창인지 심장이 찔린다. 암만 봐도 우리 애만 저 모양 같다. 갔으면 벌써 갔고 낳았으면 손주 몇은 될 건데 찌그러진 자식의 인생 곧 40되고 곧 50될까 해가 바뀌는 것도 무재미다. 도대체 왜 저럴까...

그렇다고 시장에 물건이나 주식처럼 자식을 상장(上場)시킬 수도 없다. 그냥 속만 끓이는 사연... 하다하다 포기다.

아는 뉘집에 딸이 있다는 건 알기 때문에 사돈하자 할까 생각만 해 본 게 몇 번이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애가 좋아할지 그집 애가 좋다 할지,, 그러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말이 있다. 

=그집 아들 말이야 내 사위로 줄 맘 없어? 한번 만나나 보게 하면 안 될까?
입이 근질 댈 때도 있지만 오래 전 이미 완전포기다.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 법,
한번은 친구한테 우리 애 짝 있나 좀 알아봐 달라했다 며칠이나 밥도 안 먹고 
-아 안 간다는데 왜 기분 나쁘게 그런 소릴해~~?  소락지를 지른 것도 잊고 두 번이나 쎄게 부딪치기도 하였다.

방법은 있을 것도 같은데 캄캄하다. =다 제 팔자대로 살겠지 뭐~~  사돈 남말 하듯 하다 속을 끓이다 싸우다 드디어는 부부까지 싸운다.

결국 가임기가 가고 50줄에 드는 게 낼 모레다. 정부는 출산율 준다고 난리를 치는데... 큰 맘 먹고 여러 번 물어도 봤다. 녀석도 제 속이 아닌지 골을 부린다.

-안 간다 했잖아요? 혼자 살 거예요. 아 몇 번을 말해요?
콘크리트도 아니고, 비혼사상이 완전히 굳은 걸까? 아니야. 아마 아직 죽고 못 사는 짝을 못 만나 저럴 거야. 후회도 한다.

저번에 만났다고 인사 온 아이를 왜 반대를 한(괜시리 흉도 아닌 흉을 뜯은)건지 통탄할 일이다. 그때 연분을 놓친 걸까? 슬쩍 물어봤지만 시치미 뚝떼 잡아뗀다.
-걔 하고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진짜~~? 
무대책이 하책인건 알지만 방안 짙은 어둠은 걷히지 않는다. 완전 꺾여버린 현실 뭉개진 싹. 현실 결혼을 못하는데 무슨 대책이라 할 게 무엇이란 말인가.

* 다음 주 수요일 제3회 게시
* 저작권자 : 천광노 평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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