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호 본사주필
도한호 본사주필

1950년대 말에 헐리우드에서 제작한 게리 쿠퍼 주연의 <우정 있는 설복>이란 서부 영화가 한국에 들어왔다.

영화의 배경은, 1862년 남북 전쟁 막바지, 장소는 인디애나주의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는 기독교의 한 종파인 퀘이커 교도 몇 가정이 살고 있었다. 이 교파는 교회당과 목사 등 직분을 가지지 않고,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찬송도 부르고 원하는 사람이 한 주간동안 깨달은 것을 이야기하다가 자유롭게 집으로 돌아간다.

퀘이커 교파의 특징 중 하나는, 살생을 금하는 계율 때문에 군 복무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게리와 그의 아들은 남북전쟁의 와중에도 전장에 나가지 않고 마을에 머물렀다.

그런데, 어느 날 남군이 마을에 들어와서 마을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 주인공 게리가 자신도 모르게 총을 들고 남군을 쏘아 죽인 일이 있었다.

게리는 이 일로 고민하는 중에 아들(앤서니 퍼킨스 분)과 참전 문제를 의논했다. 그러든 어느 날, 아들이 총을 들고 말에 올라 전선으로 향한다.

이 영화는, 종교적 신앙 때문에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문제를 미국 사회에 부각했다. 아마, 아버지가 아들을 권고해서 전장에 나가도록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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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세계는 한 나라가 단독으로 경제와 군사, 외교 문제 등을 헤쳐나가던 시대를 지나, 근접 국가나 이상을 같이하는 국가 간에 협력하며 공존공생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또한, 세계는 유럽연합(EU), 중동, 동북, 동남,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 등으로 블럭화 되어있다.

이중 북미와 유럽연합은 선진국 그룹으로, 중국과 일본과 북한 및 한국으로 구성된 동아시아 지역의 나라들은 이념 투쟁이 계속되는 불안정한 블럭으로 인식된다.

만약 동아시아 네 나라가 이념을 초월해서 함께 발전을 도모한다면, 일본이 가진 부와 정교한 기술, 중국이 가진 거대한 영토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인적자원, 그리고 남북한이 가진 창의력과 투지를 자산으로 세계 어떤 불럭에 못지않게 부강한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덩샤오핑 주석이 개혁개방정책을 펴기 시작한 1981년부터 1989년 장쩌민에게 권력을 물려줄 때까지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온 세계의 손꼽히는 기업들이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인적자원을 보고 앞다투어 중국으로 몰려갔으며,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제조업으로 부를 축적하고, 기술을 이전받으면서 첨단 산업에까지 진출하며 최강국 미국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덩샤오핑 주석은 1989년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후계자 장쩌민에게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교훈을 남겼다.

‘도광양회’란 촉나라의 유비가 조조의 진중에 억류되어있는 동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천둥소리에도 상 밑으로 기어드는 등 짐짓 자신을 보잘것없는 겁쟁이 장수로 보여서 목숨을 구했다는 삼국지의 한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덩샤오핑 주석의 도광양회란, 중국이 온전히 미국을 앞지를 때까지는 힘을 드러내지 말고 조용히 참고 때를 기다리라는 권고였다.

이 교훈은 장쩌민을 거쳐 후진타오 때까지는 수용되는 듯했으나, 2013년, 시진핑이 집권하면서부터 덩 주석의 권고가 힘을 잃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을 향해 머리를 꼿꼿이 들고 경제적, 군사적으로 힘을 겨루는 대결 구도에 돌입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시진핑 주석은 1, 2기 임기 동안 덩샤오핑이 설정한 도광양회와 개혁개방 전략의 세 가지 핵심을 뒤집어 버렸다고 했다.

첫째로, 덩샤오핑은 집단지도체제를 무시하고 권력을 독점했다.

둘째로, 미국과 잘 지내라는 덩샤오핑 주석의 도광양회 지침을 버리고 도전과 대결의 유소작위(有所作爲)의 길로 나섰다.

셋째로, 개혁개방의 핵심인 시장원리의 주도적 역할을 버리고, 당이 민간 기업의 경제 활동을 간섭하고 통제했다고 논평했다.

중화민국 공산당은 중국몽(中國夢)에 취한 것인가? 일대일로(一帶一路)로 힘을 과시하고, 대만 침공을 공언하면서 틀에 찍어내듯 잠수함과 전함을 비롯한 각종 무기를 만들어내면서 미국과 맞서고 있다.

그러나, 만역 대만을 침공한다면, 중국은, 군사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하면, 미국을 비롯한 이해 당자자 국가의 연합전선에 의해 여지없이 패하고 나라는 최소한 십여 개의 소수민족 중심 국가로 분리되고 말 것이라고 한다.

일대일로 사업으로는 4경 위안의 부채를 떠안았고, 어획 선단으로는 세계의 민폐 국가라는 오명을 떠안고 있어서 중국은 마땅한 우군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시 주석은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을 중국의 속국(屬國)이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왕이 외교부장은 부하에게 지시하듯 한국 관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지시하기 일쑤였다.

한국이 만만한지 요소 수 금수 조치를 비롯한 온갖 수단으로 제재를 가해왔으며, 한국이 무서운지 한한령이란 것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과연 친구인가 적인가?

시진핑 주석은, 지금이라도 유소작위의 길에서 벗어나, 일찍이 선구자적 안목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한 큰 지도자 덩샤오핑 주석의 우정어린 권고에 따라 도광양회의 길로 돌아서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최선의 방책으로 보인다.

동북아 세 나라는 가진 것을 주고받으면서 어깨 걸고 세계 속으로 나가야 할 때인데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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