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작가/칼럼니스트

어서 가거라 정유(丁酉)년.

어서 보내고 싶다. 하루 한시도 붙들고 싶지 않은 게 정유년을 보내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일 게다. 닭(酉)은 십이지의 열 번째 순서에 있는 동물이다. 닭의 해로 일컫는 정유년은 60년에 한 번 돌아오는 해로 우리 민족으로는 가슴 아픈 역사가 이 정유년에 들어 있다.

한번 보자. 2017년, 1957년, 1897년 등이 정유년에 해당한다.

2017년은 그야말로 악몽의 해였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수감 되었으며, 그동안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왔던 일꾼들이 이러저러한 죄명으로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신세가 돼 버렸다.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우리 정치인들의 치부가 드러날뿐더러 그들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춘 국민들의 국민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보라, 과거 임진왜란 당시 북으로 피난가면서도 당쟁을 벌이며 죽기 살기로 싸웠던 우리 국민들 아니었던가?

15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해는 강화협상이 결렬되어 정유재란(丁酉再亂)이 발발한 해다. 해상전투의 명장 이순신은 이러저러한 죄명을 뒤집어 씌워 감옥에 가둬놨다. 그리하여 1597년 7월 중순, 거제 칠천량에서 이순신 제독이 없이 원균이 이끌던 조선 수군이 전멸을 하고, 또다시 10만이 넘는 왜의 대군이 상륙하여 대대적인 침공전을 전개했다. 그들의 목표는 호남, 지금의 전라도 지역이었다.

이런 치욕적인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우리민족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작태를 보라. 맛이 어떤가?

그리고 고종 34년(1897년) 10월 12일. 천지에 고하는 제사를 지냈다. 왕태자가 함께 하였다. 예를 끝내자 의정부 의정(영의정) 심순택(沈舜澤)이 모든 신하를 거느리고 아뢰기를, "고유제(告由祭)를 지냈으니 황제의 자리에 오르소서." 하였다. 신하들의 부축을 받으며 단(壇)에 올라 금으로 장식한 의자에 앉았다. 심순택이 나아가 12장문의 곤룡포와 면류관을 성상께 입혀드리고 씌워 드렸다. 이어 옥새를 올리니 임금이 두세 번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왕후 민씨(閔氏)를 황후(皇后)로 책봉하고 왕태자를 황태자(皇太子)로 책봉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명나라에 이어 청나라를 떠받들던 조선은 독립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일제의 압박에 강제로 퇴위 당하고 말았다.

조선 후기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에는 정월원일(正月元日 ; 정월 초하루) 벽에 닭과 호랑이의 그림을 붙여 액이 물러나기를 빌었다는 기록도 있다. 여기서 닭은 액을 막는 기능이 있는 동물로 나타나며 또 정월 풍속에서는 정월초하룻날 새벽에 닭 울음이 열 번이 넘으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얼마나 기대를 했던가? 그런데 그 기대가 산산 조각이 났던 것이다.

그러니 어서 가거라. 정유년이여! 그리고 어서 오너라 무술년이여!

이제 며칠 있으면 무술년이다. 무술년은 풍택중부괘(風澤中孚掛)가 변(變)하여 풍뢰익괘(風雷益掛)가 된다고 하여 기대가 매우 크다. 풍뢰익괘(風雷益掛)는 계속 손해보다 보면 반드시 이익이 생기므로 익(益)괘가 온다고 보는 것이다.

구름이 걷히고 나면 햇빛이 나는 법. 내년에는 정유년과 같은 암흑적인 세상은 물러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 마음이 그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권력을 손아귀에 넣은 자들이 이 순환의 법칙을 알았으면 한다.

삼국지의 한 대목에, 지자막여복자(智者莫如福者) 라는 말이 나온다.

장비의 군사들이 조조군사들에게 쫓기다가 수풀을 발견하고, 그 속으로 숨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뒤 쫓아 오던 조조에게는 화공(火攻)으로 일시에 전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조는 화공법을 사용했다. 아마 승리감에 도취돼 손뼉도 쳤으리라. 그런데 천우신조라는 말이 이에 어울린다고 할 것이다. 장비군사들은 꼼짝없이 전멸될 수밖에 없는 바로 그 때, 하늘에서 한 점의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더니 난데없이 소나기를 퍼붓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승을 바로 눈앞에 두었던 조조는 이를 보고, 지자막여복자(智者莫如福者)라고 탄식했다. 아무리 지략이 뛰어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복 받은 사람만큼은 못하다는 말이 다.

그러니 국민들이여 내년을 기다리자. 희망의 무술년이 코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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