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호 본사주필
도한호 본사주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트기 전인 1991년 겨울에, 한국의 교수 시찰단 일행이 중국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당시 중국에는 딱히 방문할 기관 단체나 기업이 없었으므로 교수들은 베이징과 시안(西安), 항저우(杭州)와 상하이(上海) 등의 도시를 방문하면서 칭화대학, 교통대학 등 유명 대학에 가서 현지 교수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런데, 급행열차로 도시와 도시 간을 이동하면서 차창을 통해 보이는 철로 변 마을에는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자로 잰 듯 깔끔하게 지은 이층집이 수백 리를 가는 동안 꼭 같은 모양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그것이 아름답게 보였으나, 얼마 후 자세히 보니 집에는 굴뚝도 전봇대도 보이지 않았고, 곳간이나 연장 창고 등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필자의 눈에 그것은, 문호개방으로 밀려드는 외국인들에게, 중국 농민은 좋은 집에서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이려고 꾸며놓은 장치같이 보였다. 어쨌거나, 중국은 그때로부터 30여 년 동안 무서운 속도로 국토를 개발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살려서 국민 총생산(GDP) 기준으로 보면, 국토가 광대하고 인구가 많은 것이 이점이 되어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온 세계는, 앞으로 10년 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 군사 대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아무도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때로부터, 중국은 상식을 뛰어넘는 이상한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무서운 역병이므로 신속히 발원지를 찾아서 원인을 규명하고 확산 방지책을 세워야 할 일이지, 네 탓 내 탓하면서 시간을 끌 일이 아니었는데, 중국은 코로나는 한국에서 우한으로 전이되었다, 미국 군인이 우한에 옮겼다, 우한이 발원지가 아니다, 하면서, 변명과 지적질을 하기 시작했다. 인접 국가의 시민으로서 볼 때, 중국은 역병의 원인을 규명해서 대책을 세우기보다 변명하며 체면 세우는 데만 급급한 것으로 보였다. 

3년 동안 온 세계의 경제와 교역에 재갈을 물린 “코로나 19”가 종식된 올해(2023년) 8월 말 현재, 중국은 역병보다 무서운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앞다투어 중국을 떠나 한국, 인도,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생산 시설을 옮기고 있다. 한국은 수백 개의 기업이 이미 탈중국을 완료했고, 현재는 아직 생산 시설 일부를 중국에 남겨둔 삼성, LG, SK 등의 클로벌 기업들이 완전한 철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제조업의 53%가 중국을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온 세계 기업들이 탈중국을 시작했다는 말이다. 

중국은 글로벌기업들의 대규모 탈중국으로 참담한 청년 실업률율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외국기업이 떠나면서부터 고학력의 젊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쿵이지’ 신세가 되었다. '쿵이지(孔乙己)'란, 알다시피, 1919년, 중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魯迅)의 단편 제목으로서, 고학력의 무위도식(無爲徒食) 그룹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 6월에 발표된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1.3%가 되자 공산당 정부는 청년 실업률을 더는 발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큰 기대를 하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중국이 세계의 기업과 생산 시설을 자기 나라에 유치해놓고, 알려진 바와 같이, 공공연히 기술을 탈취하고, 자기 나라 기업을 육성한다는 구실로 외국기업의 성장과 영업을 억제하는 차별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최근 중국 공안은 이런저런 구실을 내세워 불시에 재중 한국은행들을 급습, 조사해서 수십억 원의 벌과금을 징수하기도 했다. 부당한 영업행위 대한 벌과금 부과는 당연하다 하겠으나, 그것이 보복성이거나 편파적인 처사일 때, 또는 원칙 없는 일회성 조치일 때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끊임없이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외국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윤이 적더라도 안전한 투자를 바라는 기업들이 이처럼 불안정한 기업풍토에 머무를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2017년 3월부터 시작한 ‘사드 보복 조치’의 하나인 한 한령(限韓令)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두지 않고 한류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앞서 언급한 기업풍토를 스스로 개선하지 않는 한, 떠나는 외국기업을 붙잡을 방법도 없고, 쿵이지들에게 그들이 배운 만큼의 일자리를 만들어 줄 묘안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알다시피, 체면치레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다. 서두에서 언급한바, 철로 변에 전시용 농가를 짓는다든가, 코로나-19 통계를 누락 하고, 청년 실업률을 감추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이라는 거대 엔진을 스스로 멈추고 국제 무역질서를 마비시켜서 오늘의 경제위기를 재촉하는 촉매가 되었다. 

며칠 전에, 중국의 한 방송인이, 부산은 시골 마을 같고 서울은 1990년대의 베이징 같다고 말해서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중국의 지성인이 하루빨리 ‘중국몽’에서 깨어나 현실을 바로 보고, 정부와 국민에게 냉엄한 현실을 바로 깨우쳐주기 바란다. 그렇게 못 하더라도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지는 말기 바란다. 이런 말 한다고, 잠자고 있는 조자룡의 천강검을 꺼내 들고 화산검법 24수를 시연하려들지는 않을지, 그 또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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