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향 1시집 『마법의 커피』 발간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 이사이며, 대전 가톨릭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이상향 시인이 첫 시집 『마법의 커피』를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하였습니다. 이 시집에는 ‘서시 「묵허(默許)」’ ‘제1부 침묵의 기술’ ‘제2부 섧은 날의 시작(詩作)’ ‘제3부 아버지의 아모레미오’ ‘제4부 인호(印號)’ ‘제5부 만남, 그 깊고 아름다운 인연’ ‘해설’ ‘악보 2편’ ‘후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인은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가톨릭 세례성사 받은 지 45년이 지났다./ 부족한 내 곁에서 긴 세월 아픔을 참고 기다려주신 분, 이제는 안 되겠다 생각할 때, 바늘 구멍만한 틈새를 보여주신 아주 인색하신 분, 그 틈새 들어온 빛으로 더디게 익어가는 인생관, 너무 오묘한 그 분의 사랑이 축복의 신비였음을 이 나이에 알게 되었다.> <기다려주신 해 만큼, 걸어온 걸음이 거름되어 그 분께 받은 은총을 느낄수록 더 심하게 짙은 향기로 꽃을 피워, 고단하고 상처 입은 이웃들과 소통하며 그분을 기쁘게 하고 싶다. 내 글이 묵시 흔적 색채로 드러나 그분께 바치는 기도이기를 소망한다.> 이와 같은 글에서 이상향 시인의 신앙과 문학정신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 서평

<이상향 시인의 첫 시집 『마법의 커피』에서 만난 몇몇 작품들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그의 지향을 만납니다. 시집의 서시(序詩)로 자리 잡은 단형시 「묵허(默許)」도 이와 같은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사소한 일탈과 새로운 삶에 대한 지향이 융합되어 작품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일상을 깨우며

가끔 외로운 길에 나선다.

 

바다를 품은

이순(耳順)의 아낙

 

이쁠 것도 미울 것도 없는

가느다란 목

 

모양 없이 감겨있던

회색 스카프가 흔들린다.

― 「묵허(默許」 전문

 

이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은 어디선가 낯익은 느낌일 것입니다. 그만의 독자적 정서를 간결한 시행에 담아낸 것이지만, 저명한 시인들의 알려진 작품에서 보이는 보편적 감성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상햔 시인은 내면의 원심력을 가꾸면서도 안으로 꼭꼭 싸매어 숨기는 경향을 보입니다. 작품 「가슴에 숨어 피다」에서 서정적 자아를 ‘그대’라는 대상으로 변환하여 노래합니다. <그대는 지금 어디서 거울을 닦고 있을까?>의 ‘그대’는 자화상으로 시작하여 마침내 ‘국화’로 변환됩니다. 가을비는 <바싹 마른 가슴>을 적시지만, <오늘은 무슨 일이 기다릴까?> 소심하게 희망을 걸기에 이릅니다. 그리하여 <그대는 지금 어디서 거울을 닦고 있는가?>라며 소극적 원심력에 머뭅니다.>

 

<이상향 시인은 ‘거울’을 보며 온갖 언어를 찾아냅니다. 그 거울 속의 자신이 어느덧 ‘어머니 모습’이어서 잠시 놀랍니다. 때로는 시를 짓고 수필을 쓸 때 <글 마디마디 속에 어머니가 쓰시던/ 토박이 사투리>가 튀어나와 정겹다고 노래합니다. 어머니도 이순(耳順)의 시절이 있었을 터이고, 그 시기에 이른 시인은 어머니의 정서와 언어를 원용하여 시를 빚습니다. <어머니의 무겁고 고독한 자리에/ 이제 내가 앉아/ 옛 것을 고집하며 어머니가 되어간다.>는 깨달음 덕분입니다./ 이렇게 작품 「자화상」을 감상하며, 시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 고향, 신앙에 대한 정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상향 시인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외지(外地) 대전에 정착합니다. 이와 함께 이웃의 주선으로 가톨릭에 귀의하여 신앙에 대한 시를 여러 편 빚습니다.

 

우리가 울어야

어머니가 품은 아픈 사월이

바다로 씻겨 피땀의 결정체가

어머니 사랑으로 전파되어

복음의 장미꽃 향기로 퍼져

하늘의 천사들과 성인 성녀의 넋이

부족한 우리들의 믿음을 더 성숙하게 합니다.

― 「오월의 어머니」 일부

 

이 작품에서 ‘오월’은 ‘성모 성월’일 터이고, ‘어머니’는 ‘성모 마리아’의 대유(代喩)일 터입니다. 이 작품의 서두는 육신의 어머니와 신앙의 어머니가 오버랩 되어 나타납니다. <헌 옷 지어 입으신 우리 어머니/ 슬픈 옹이 박힌 가슴 여민/ 무명저고리 앞섶> 등에서 확인됩니다. 십자가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이별한 성모 마리아를 대신하여, 우리는 울음으로 슬픔을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아들은 십자가에 못 박혀 더 높은 곳에 오르셨으니, 우리들은 작은 정성을 모아 장미 한 다발을 성모에게 바칠 뿐입니다.>

―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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