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호 본지 논설위원
도한호 본지 논설위원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가까워져 오는 이 시점에 새삼스럽게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국가의 운명이 걸린 대선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대선 전 마지막 선거의 승패의 원인을 짚어보는 것이 의미가 클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 주제를 선택하기로 했다.

알다시피 지난 4월 7일에 끝난 두 특별시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고 당명을 바꾼 <국민의 힘>의 오세훈 후보와 박형준 후보가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20~30%의 표 차이를 보이며 압승했다.

여당이 예상을 뒤엎고 이처럼 큰 차이로 야당에 패배한 원인이 무엇일까? 논자는, 선출직 정치인의 기본적 결격사유라 할 수 있는 학력 위조, 저작물 표절, 위증, 재산등록 누락 등 후보자 개인의 인격과 자질에 관련된 문제를 떠나서, 정치 사회적인 면에서 몇 가지 원인을 찾아보았다.

첫째 원인은, 박원순과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여당의 표리부동한 반응이라고 생각된다. 성추행이 폭로된 직후에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을 의식한 여당은 당 차원에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면서 보궐선거에는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여당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느냐는 듯이 서울과 부산에 각각 후보자를 내세웠다. 유권자를 우롱하는 신의 없는 당·정을 누가 신뢰하고 표를 던지겠는가. 선거는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승패가 갈렸던 것 같다.

둘째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의 급상승과 개발예정지에 대한 정보유출 및 투기 방임이었다. 국민은 개발예정지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유출되어서 관계 기관의 직원들이 친인척을 통해서 땅을 무차별 매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또 그것이 어제오늘의 일 아닌데도 정부·여당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이 호들갑을 떨며 대책이란 것을 경쟁하듯 내놓았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은 관련 공무원뿐 아니라, 당의 중진들까지도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원인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적 조치가 기약 없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대통령도 탄핵하는 나라이니 재벌이든 정치인이든 성직자든 신빙성 있는 의혹이 제기되면 조사해서 고발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벌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온 세계가 반도체 부족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발을 구르고 있는데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선두 그룹 주자인 삼성과 그 총수를 시도 때도 없이 압수 수색하고 흉악범이나 파렴치 범죄자처럼 쇠고랑을 채워 연행하는가 하면 기약 없는 재판을 진행하다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논자의 시각에서는, 그럴 리 없겠지만, <삼성>에 대한 조사와 재판은 법 집행기관의 태업같이 보이며, 새 정부 들어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된 조사와 재판은 마치 나라가 <삼성>이라는 기업을 해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논자는 그를 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벌을 받더라도 속히 받고 기업에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는 “국정농단”에 관련된 뇌물공여, 분식회계 및 기업 인수 합병 문제로 발표된 바 있다.

그중 뇌물 공여에 대해 말하자면, 이 나라 근대사에서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청와대에 불러서 독대하고 부탁한 사안을 거절하고 살아남은 기업이 없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돈을 주었다면 그것은 뇌물이 아니라, 강요에 의해 갈취당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의 경우를 보자.

1988년 말, 국회에서 “5공 비리 청문회”가 열렸을 때 현대의 고 정주영 회장이 소환되었다. 정 회장은, 당시 국회의원 신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의 바르면서도 끈질기고 논리적인 추궁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힘 있는 사람에게 잘못 보이지 않으려고” 대통령[전두환]의 요구대로 청와대 건물을 지어 바쳤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러나 정 회장을 나무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는 재판에 회부 되지도 않았다.

사실을 바로 보건대, 당시의 대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랐던 제세산업, 동명 목제, 및 63빌딩을 건축한 대한생명 등이 왜 하루아침에 파산했는가. 당국자들은 기업 경영이 부실했다고 말했지만, 당시에 국가가 기업의 채무보증을 취소했을 때 살아남을 기업이 몇 개나 되었을까? 존경하는 정 회장조차 기업을 살리려고 청와대를 지어 바치지 않을 수 없었던 현실이었다.

이 문제에 덧붙여서, 현 정부에서 “소득 주도 경제 정책”을 주장하고, “재벌을 혼내주던” 한 전직 경제 관료가 자기 소유의 건물 세입자에게 월세를 과다하게 인상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얼마 안 되는 월세 때문에 자신이 결재한 법을 스스로 어기다니 치사하기 짝이 없다. 그와 같은 인사들의 입김이 삼성의 기나긴 굴욕과 관련이 없었기 바란다.

정부‧여당이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원인 몇 가지를 짚어보았거니와 이와 같은 요인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가올 대선이 더 위태로울 것이라는 예측을 천명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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