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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변화와 시도, 2020 전시를 되돌아보며
▲ 장주영 갤러리 랑 관장

한 해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겨울을 맞이하는 11월 막바지다.

나는 세 아이들의 존재 덕분에 얻게 된 긴 육아 휴직기간 동안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중 마지막 해인 올해는 갤러리의 관장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행운의 기회를 얻은 감사한 한 해였다.

갤러리 이름은 '랑'이다. 너랑 나랑 함께 라는 뜻의 '랑' 갤러리는 대표인 최희숙 원장님이 만든 이름이다. 이곳의 관장을 맡은 나는 비록 수학교육이 전공이지만, 마음을 백지상태로 돌렸다.

그리고 '행복한 부의 메세지를 전하는 갤러리 랑' 이라는 것을 4차원적 신념으로 삼았다. 남을 위한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행복 부메랑'을 마음에 새기고 2차원 세계인 무의미한 돌벽에서부터 출발하여 창조적인 3차원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했다.

세종 도심을 벗어난 청정지역 영평사 길목에 가족들의 깨끗한 자연속 놀이터 '도토리숲 키즈파크'에서 최희숙 원장님의 배려로 나는 멋진 공간에서 예술을 품위있게 대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새로운 인생 경험을 맛볼 수 있었다.

그곳은 나에게 코로나19의 최고의 안전처였고, 정보를 나누는 고급 사교의 장이며 좋은 사람들 덕분에 풍요로운 행복감에 젖기도 하고 때론 고요한 사색과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명상 공간이기도 했다.

구상주의 서양화가이자 아트센터 마루 관장인 김경화 작가의 작품경매와 작가와의 만남을 출발점으로 관장으로서 소임을 시작했다. 소장품 전시, 서양화가 양순호의 '숲 길에서 꽃을 만나다.' 초대전, '신랑이랑 각시랑' 윤봄 공예전, '천년의 향기 소나무가 있는 풍경'의 신은수 사진전, '들꽃축제' 오희자 한국화전, '뜨게로 사랑을 전하다' 정우경 유화 초대전, 새싹나라 어린이들 시화전 등 공간에 예술로 새로움을 부여하는 전시활동이 있었다.

새소리가 흐르는 도토리숲에서 최윤희 선생님의 캘리그라피 수업, , '노을 빛 순간과 춤추는별', '꽃이랑 너랑 詩', '감자먹는 사람들', '나의 코로나는 페르마타 입니다', '도토리숲 세레나데' 등 첼로, 대금, 기타, 피아노, 해금, 색소폰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연주와 DJ와 함께 구식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올드팝 감상과 시낭송, 테너 독창회 등 미술과 음악, 인문을 접목한 작가와의 만남과 문화·예술·사교의 장이 있었다.

지금은 '꿈, 대통령' 이라는 제목으로 역대 대통령 휘호와 훈장을 전시중이다. 용마그룹 홍성래 회장님의 개인 소장품과 태권도 챔피언 이계승 선생님의 훈장이다. 여러 회사를 가지고 있어 바쁜 삶을 살면서도 가치있는 물건을 간직하고 수집하는 독특한 취미를 갖고 있는 홍성래 회장은 문화 예술에도 조예가 깊다. 덕분에 역사 속 인물들의 휘호를 함께 볼 수 있게 하여 근현대사를 되짚어보는 격조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또 황금빛 비단이 부드럽게 파도치는 휘장 속 배지는 바로 대통령 훈장이다. 도토리숲 키즈파크를 처음부터 일군 이계승 선생님께서 박정희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지도자 훈장이 빛이 난다.

한 분야에서 충실한 업적을 기리는 최고의 칭찬 앞에 나의 꿈도 묵직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휘호, 하얀 화선지에 진한 먹을 갈아 검은 붓을 움직이게 한 꿈, 그들의 인생을 담은 단어는 무엇일까? 몇 가지 소개한다.

- 백범 김구 선생의 기립입인(己立立人)
백범의 이 휘호는 목판으로도 만들어져 인재가 자라는 교육 기관에도 걸려 있는 논어에 나오는 명언이다. '내가 바로 서야 다른 사람도 세워줄 수 있다' 라는 뜻이다.

- 대한민국 14대 김영삼 대통령의 휘호, 대도무문(大道無門)
'큰 길에는 문이 없다'로 직역할 수 있는데, 김영삼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정도로 많이 인용되었다. 원문은 중국 남송때 무문관(無門關) 서문에 등장하는 선승의 화두다.

큰길에 들어서는 문은 없으나,(大道無門, 대도무문)
나아가는 천 갈래의 길이 있다.(天差有路, 천차유로)
이 관문을 뚫고 나갈 수만 있다면,(透得此關, 투득차관)
천지를 홀로 걸을 수 있으리.(乾坤獨步, 건곤독보)

큰 깨달음에 이르기가 무척 어렵다는 본 뜻을 갖고 있다.

- 영친왕의 춘무산(春畝山)
영친왕은 고종의 7번째 아들로 순종 다음의 왕위를 받고 일본인으로 살다간 인물이다. 놀랍게도 춘무산은 이토 히로부미의 호(號)다. 우리에겐 나라의 적인 이토 히로부미가 영친왕에게는 스승이다. 그의 호를 붓으로 그린 영친왕의 휘호를 보며 암울한 시대에 의해 굴절된 무기력한 인생의 주관적인 이념을 느끼게 된다.

이 외에도 흥선대원군,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숨결을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소장품을 아낌없이 내어준 홍회장은 "작품이 있는 작은 공간 속에서, 그 곳에 온 사람들이 행복한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전하며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에 와서 감상하고 좋은 반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올해 말까지 전시되는 희귀한 소장품 감상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면을 성장시키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휘호와 훈장 앞에서 숙연한 자세로 나를 돌아본다. 팬데믹이 대중을 움츠러들게 하고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까지 만드는 이런 현상을, 나의 게으름을 은폐할 합리화거리로 핑계대지 않고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싶다. '꿈, 대통령' 이라는 주제의 올해 마지막 전시를 통해, '시대적 위기가 꿈의 본질을 향해 가는데에 있어 삶의 꽃 길'이 되는 역설적 통찰을 갖는데 힘을 얻기를 기대해본다.

 

 

 

장주영 갤러리 랑 관장  bak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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