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필자가 보는 김근화는 바이올린의 요정이다. 요정이란 호랑이가 담배 피웠다던 시절, 인간은 이 세상의 모든 만물들에게 의인화라는 옷을 입혀 사람을 만들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요정은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여 초인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 요정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 요정이 화려한 의상을 한 채 바이올린을 들고 피아니스트 민경식 교수의 손에 잡혀 이곳 대전 예술의 전당 앙상블홀에 나타났다.

 

이 바이올니스트 요정 김근화는 보통 때는 갑남을녀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화려한 조명을 받고 손에 바이올린이라도 들려지게 되면 요정으로 변신하여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이 되어 관객들을 황홀의 경지로 이끌고 간다.

​ 이러한 선율의 유혹 때문인지 바이올린은 오케스트라에서 교향악단의 주요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며,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재즈, 집시, 민속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주되고 사랑받는 악기인 것이다. 그런 악기가 김근화의 손에 잡혀 이곳 예술의 전당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래 보자, 2019년 5월 17 일 이곳 예술의 전당 앙상블홀에 나타난 요정의 모습을.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명콤비, 김근화와 민경식 교수.

마치 오누이 같기도 하고 사제지간 같기도 했다. 무슨 말인가? 오늘밤 대전 예술의 전당 앙상블홀에서의 공연이 그랬다는 것이다.

 

현악기의 리더인 바이올린을 자유자재로 갖고 즐기는 김근화!

그는 21 세기가 낳은 바이올리니스트 거목 가운데 한 사람 같았다.

그의 천재성은 조명이 꺼졌다가 다시 밝혀지고, 출연자들이 퇴장했다가 다시 입장을 할 때마다 原色유니폼으로 바뀌어도 그들의 조화를 이룸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화려한 테크닉과 감각적인 연주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시각적 감각을 통해 그렇게 느껴지도록 하였다.

 

보자, 김근화가 그동안 밟아온 이력을.

그는 2012년 귀국 후 대전실내악축제 초청연주, 대전예술의전당 Summer New Arist Concert 선정 독주회와 다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현재는 청주시립교향악단 제 1바이올린 수석이자 챔버플레이어스21의 멤버로 다양한 실내악 연주와 솔로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연주자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 함께 대한민국 바이올린상을 수상하였고 미국으로 도미하여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해 학사와 석사, 뉴욕주립대 음대에서 박사까지 장학생으로 학위를 취득하였다. 국내에서 배익환, 김동현, 차인홍 교수에게서와, 국외에서 Sylvia Rosenberg, Philip Setzer, Philippe Graffin, Soovin Kim, Michelle Kim으로부터 사사했다 한다.

바이올리스트 김근화의 손가락은 유연성이 남다르다. 공연하는 90분 내내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바이올린의 현(絃) 과 활, 그리고 그의 왼손 다섯 손가락이야 말로 때로는 통통 튀기도 하고, 때로는 공중에 부앙((俯仰)하여 달을 그리기도 했다. 그가 오른손에 잡힌 활을 번쩍 들어 달을 그리면 마치 화가 유혜원의 도자화에 내 걸린 달을 보는 듯 했다.

 

보라,

현위에서 놀고 있는 활이 살금살금 기어 다니는 모습과 힘차게 당겨지는 모습을. 어떤 말로도 묘사해 낼 수 없는 신비 그 자테였다. 바이올린 연주를 보러 온 것이 아닌 묘기 대행진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 했다.

이런 때는 피아노 연주도 잠시 넋을 잃고 김근화의 묘기 대행진을 넋 놓고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것이 협연자로서의 태도요 예의인 것이다. 이런 때 끼어들어 제 목소리를 내려 한다면 그것은 잡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수 없다.

 

무대로 뛰어 올라가 그의 묘기에 맞춰 덩실 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김근화의 손가락의 유연성, 그리고 숨을 죽이고 행위 없는 연주를 한 피아노의 민경식 교수의 배려.

그런 요정이 7월 27일(수) 오후 8시. 탄방동 성당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타나서 길이 35.5cm정도밖에 되지 않는 크기에도 불구하고 4옥타브 이상의 음역을 내는 풍부한 표현력과 다양한 음색을 가지고 성당 성도들을 유혹하게 될 것이다. '

나는 이 밤, 공연이 끝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오늘 저녁 공연에 초청해준 도자 화가 유혜원이 고맙고, 신비스런 연주를 해준 요정 김근화가 고마우며, 끼어들지 않아야 할 때 잠시 숨을 죽이는 민경식 교수의 배려에 취했다.

그래, 7월 27일. 탄방동 성당의 성도가 아니면 어떠랴! 김근화가 놀리는 바이올린의 요정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을. 기다려진다.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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