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자 시인.

허연 창호지 같은 얼굴로
십 년째 폐병을 앓고 있던
앞집 홀아비
한쪽 눈을 질끈 감은
초승달이 기울던
그 밤

옹이 진 삶을 토할때마다
숨죽이며 쏟아 놓은 각혈은
돌담에 홍도화로 피어
고샅길을 훤하게 밝혀 주었다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어둠을 숙명이라 여기며
흙벽을 긁어대던 손끝에 지독한 꽃물이 들고 
해진 이불속 고독과
싸우며 살아가야 만 했던 세월

소쩍새 서글픈 밤
뜬 눈으로 통증을 
털어내던 가슴은
눈물이 흥건한데
야속한 너는
밤마다
붉기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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