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합시다 [최민호의 월요이야기 제119호(2025.11.03.)]
[미래 세종일보]=농부들의 가을걷이가 한창일 때 첫 서리가 내립니다. 새벽마다 풀잎 끝에 서리가 맺히고, 이내 아침 세상은 하얀빛으로 단단해집니다. 서리는 겨울의 예고편이자, 계절의 숨결이 멈추기 전 마지막 숨입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그 맑고 찬 기운 속에서 우리는 문득 삶의 본모습을 봅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화려했던 단풍이 떨어진 자리에는 오로지 본질만이 남습니다. "올해도 벌써 저물어가고 있구나. 금년 한 해, 또 나는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이루지 못하였나..." 추사비(秋士悲)... 가을에 남자들은 시름이 깊어집니다. 연 초 꿈꾸고 바라던 것들이 허무하게 스러지고, 희고 차가운 서리가 되어 풀잎에 맺히면 문득 이룬 것 없는 허탈한 시름에 한숨만 깊어집니다. 서리는 그 본질 위에 고요히 내려앉습니다. 밤에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첫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은 올해 11월 22일입니다. 본격적인 겨울 기분이 드는 시기입니다. 눈은 서리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서릿발 같은 서리와 달리 눈은 포근한 위안이 느껴지는 차가움 입니다. 추상(秋霜)같은 엄함이 가을에 맺힌다면, 따스함이 느껴지는 눈이 겨울의 초입에 내리는 것이 묘한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