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농지 불법행위 신고 포상금 예산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촌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거의 작동하지 않았던 신고 포상금 제도를 갑자기 확대해 주민들의 신고를 유도하는 방식이 과연 농지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농지 불법행위를 단속할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농지를 농업 목적에 맞게 이용하도록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문제는 누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농지 이용 실태를 파악할 것인가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전수조사의 취지를 보면 농지 소유와 이용 실태를 파악하고,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와 불법 임대·휴경·전용 등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농지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귀농이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농지 가격 전수조사와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 소유자에 대한 매각명령 등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국가가 대규모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들에게 신고 포상금을 지급해 불법행위를 찾아내도록 하는 방식이 병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가진 토지·농지 관련 행정정보와 현장조사 체계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전산화 시대에 왜 이웃의 신고에 의존하는가? 오늘날 농지의 소유관계와 토지대장, 농지대장, 농업경영체 관련 정보 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산화되어 있다.
농지 이용 실태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행정정보도 상당 부분 축적돼 있다. 농지를 취득할 때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이라는 제도도 작동한다.
농지법 시행령은 농지 소유와 이용에 관한 조사 업무를 규정하고 있고, 한국농어촌공사에는 농지 실태조사와 관련한 업무도 위탁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먼저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고 현장조사와 대조하는 것이다.
등기상 소유자는 누구인가, 실제 경작자는 누구인가, 임대차 관계가 있는가, 농지가 장기간 휴경 상태인가, 농업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가, 개발 예정지역이나 산업단지 주변처럼 지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비정상적인 농지 거래가 집중되고 있는가? 이런 자료를 데이터로 분석한다면 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필지를 상당 부분 선별할 수 있다.
여기에 현장조사를 결합하면 된다. 그런데도 국가가 주민 신고를 핵심적인 수단처럼 활용한다면 행정의 역할을 거꾸로 국민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농촌은 도시와 다르다. 한 마을에서 누가 어느 논밭을 소유하고 누가 농사를 짓는지 서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간에서 국가가 포상금을 내걸고 이웃의 불법행위를 신고하도록 독려한다면 단순한 행정적 신고를 넘어 공동체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신고 실적과 예산 추계 사이의 간극이다.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농지법 위반 신고·고발에 따른 포상금 지급 건수는 모두 33건으로 연평균 6.6건에 그쳤다.
그런데 내년도에는 약 2000건의 신고를 전제로 11억 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추계가 실제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수치라면 반드시 그 산출 근거부터 공개해야 한다. 과거 연평균 6.6건이던 신고 포상금 지급 실적이 단번에 약 2000건으로 늘어난다면 증가폭은 단순한 행정적 조정 수준이 아니다.
무엇이 신고 건수를 약 300배 수준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올해 8월 시행령 개정으로 포상금 제도가 크게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농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포상금 지급 상한액은 종전 15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상향됐고, 농지법상 처분명령이 확정된 경우 등 포상금 지급 사유도 확대됐다.
신고 내용의 정확성이나 증거자료의 신빙성이 부족한 경우 등을 포상금 지급 예외로 두는 장치도 마련됐다. 따라서 과거 실적만 가지고 앞으로의 신고 건수를 단순히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포상금 상향으로 신고가 얼마나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는가. 그 추산의 통계적 근거는 무엇인가. 신고 증가가 실제 불법행위 증가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기존에 파악하지 못했던 행위를 새롭게 찾아내는 것인가.
그리고 신고된 2000건을 행정기관이 어떻게 조사하고 처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예산 편성이 정책이 된다. 농촌을 ‘신고하는 사회’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농지법 위반행위가 있다면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공익적 신고를 보호하고 보상하는 제도 자체를 부정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신고 포상금은 어디까지나 행정의 보완수단이어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조사까지 주민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특히 농촌은 이미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공동체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농촌의 가장 큰 자산 가운데 하나는 토지 그 자체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형성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다.
그런 공간에 ‘누가 불법 농사를 짓고 있는지’, ‘누가 농지를 임대하고 있는지’, ‘누가 농사를 짓지 않는지’를 서로 감시하고 신고하도록 유도한다면 행정적 효율성과 별개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농촌의 농지 이용에는 도시의 부동산 거래와는 다른 복잡한 현실이 존재한다. 고령농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에게 농사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필지를 한 사람이 모아 경작하는 경우도 있다.
상속으로 농지를 보유하게 된 사람, 매수자를 찾지 못해 휴경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최근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관행적인 임대·휴경이나 경미한 불법전용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처분보다는 정상화와 양성화의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속·고령농 소유 농지나 매수자를 찾지 못한 휴경농지는 농지은행에 맡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농촌의 현실이 법조문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욱 필요한 것은 고발의 확대가 아니라 현실을 정확하게 구분해내는 행정능력이다.
농지 가격을 떨어뜨리면 농촌이 살아나는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농지 가격을 낮추면 청년 귀농이 늘어나고 농업이 살아날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귀농 비용을 줄이려면 근본적으로 땅값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산골짜기에 버려지다시피 한 농지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귀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에 농지 가격 전수조사와 비경작 농지 소유자에 대한 매각명령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구분해야 할 문제가 있다. 농지 가격이 높은 것과 농업소득이 낮은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귀농하지 못하는 이유가 오직 토지가격 때문이라면 땅값을 낮추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귀농의 경제성은 토지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농기계와 시설 투자비, 농업용수와 전기, 유통비용, 인건비, 판로,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 의료·교육·교통 등 생활 인프라, 농촌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간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땅값이 싸다고 농업이 저절로 수익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어떤 농지를 누구에게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이다. 생산성이 높은 농지를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연결할 것인지, 고령농의 농지를 어떻게 승계할 것인지, 농지은행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농촌의 유휴농지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전환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정부가 최근 전수조사를 통해 확보한 농지 정보를 고령농의 농지를 매입·수탁하고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공급하는 데 활용하려는 구상을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농지은행의 역할을 확대하고 농지지원 예산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농지정책의 방향도 단순한 가격 통제가 아니라 농지의 소유·이용·승계·생산성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농촌을 살리는 것은 ‘농파라치’가 아니다. 농지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거나 불법으로 전용하는 행위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토지 투기를 하는 어리석은 이들이 아직 있다고 보는가? 그러나 모든 농지를 하나의 잣대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공공개발 예정지역이나 산업단지 주변처럼 개발 기대가 집중되는 지역과, 매매 자체가 어려운 산간 오지의 농지를 똑같은 방식으로 관리해서도 안 된다.
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정상적인 농업생산을 위한 농지를 데이터로 구분하는 것이 먼저다. 국가는 이미 토지와 농지에 관한 상당한 행정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정보를 제대로 연결하는 일이다. 인공지능과 공간정보시스템, 위성·항공영상, 토지대장과 농지대장, 농업경영체 정보 등을 결합한다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농지 관리도 가능하다.
가령 실제 경작 여부가 의심되는 필지를 데이터로 선별한 뒤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거래와 소유 변동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주민에게 포상금을 주고 이웃의 농지를 신고하도록 만드는 것이 디지털 행정의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신고제는 필요한 곳에 보조적으로 활용하되, 국가가 가진 정보와 기술을 활용한 상시적·과학적 농지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농촌에 필요한 것은 서로를 감시하는 눈이 아니다. 고령농이 안심하고 농지를 맡길 수 있고, 청년농이 필요한 농지를 합리적인 조건에서 확보할 수 있으며, 실제 농업에 사용되지 않는 농지는 적절한 절차를 통해 정비할 수 있는 제도다.
농지정책의 목적은 땅을 가진 사람을 벌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농지가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사용되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수년 동안 신고 포상금 지급 실적이 미미했다면, 갑자기 수백 배에 가까운 신고 증가를 예상한 근거는 무엇인가?
그리고 국가가 전수조사를 한다면서 왜 다시 이웃의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가?농촌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농촌 사람들 사이에 감시와 의심을 심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농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농파라치’의 숫자가 아니라, 국가가 얼마나 정확하게 농지의 현실을 파악하고 그 현실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농촌을 살리는 행정은 고발을 많이 받는 행정이 아니다.
농민이 서로를 고발하지 않아도 국가가 농지의 실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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