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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마 민족”의 경계를 생각해본다 한민족(韓民族)은 한반도에만 왕국을 세웠는가?

얼마 전, 필자가 수년 동안 매주 회고록 성격의 글을 연재해 온 단톡방에, “조선인은 기마 민족이었다”는 선친의 말씀을 인용한 일이 있었다.

 

그 후 우연히 읽게 된 한 일간신문에서, “한국은 절대 기마 민족이 아니다”라는 논설을 발견했다. 그 논설의 내용은 구체적 사실에 근거해서 분명한 논리를 가지고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우리 민족이 역사 연구자들이 설정한 “기마 민족”의 범주에 들지 못한다고 해도, 고대로부터 금세기에 이르기까지 말이 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가축임은 분명하다.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을 뿐 아니라, 크지 않은 평야마저 주거지와 농경지로 개간되어서, 몽골이나 아메리카 대륙 같은 광대한 초원을 가진 나라에 비하면 말이 시원하게 내달릴 평원조차도 가지지 못한 나라여서 기마 민족 운운할 자격도 없어보인다.

 

우리 민족을 기마 민족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 하더라도 말은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과는 분리하거나 제거핳 수 없는 소중한 가축이었다.

 

우선, 우리 말(言語)에, 소를 기르는 장소는 ‘외양간,’ 말을 가르는 곳은 ‘마구간’으로 구분되어 있고, 또 조선 시대 관리 중에는 말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마의(馬醫)가 있었으며, 주요 통행로에는 말을 돌보는 마방(馬房)이 있었다.

 

큰 고을에는 빠짐없이 말이 있어서 양반이나 행세하는 주민이 마을 밖으로 출입할 때는 말을 타고 다녀는 것을 예의로 알았으며, 개인이 말을 가지지 못할 경우에는 빌려 탔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튼튼하고 멋진 말을 타고, 형편이 어려운 집에는 늙고 병든 말을 빌려 탔다는 기록까지 남이 있다.

 

고사(古史)에는, 고려 말 삼은(三隱)의 한 사람인 목은(牧隱)의 부친 이 곡(李穀, 1298-1351)은 집이 가난해서 외출할 때는 대개 여위고 둔한 말을 빌려 탔다고 한다.

 

그는 말을 빌려 타면서, 여위고 늙은 말이 느릿느릿 가는 것을 탓하지 않았고 말에게 채찍질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몰았으며, 가다가 개울이나 험한 산길에 이르면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는 기록을 남겼다.

 

말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1950년대에 발표된 가요 중에, 명국환이 부른, <백마는 가자 울고 날은 저문대>와 또, 같은 시기에 한복남이 부른 <엽전 열 닷 냥>에는, “내 낭군 알선 급제 천번 만번 빌고 빌며 청 노새 안장 위에 실어주던 엽전 열 닷 냥,” 등이 있고,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는 동요 <오빠 생각>에는,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 다더니”라는 노랫말이 있으며, 국민 노래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선구자>에도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라는 구절이 있다.

 

필자가, 앞서 운을 뗀, 기마 민족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빈강성 주하현 우싱톤이라는 지역에 살던 시절에, 멀리 가까이서 조선인과 중국인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가,

 

“조선인은 기마 민족이었는데 일본이 말을 싹 다 차출해서 중국으로 가져와 전략물자로 이용하면서, 조선 땅에서 말의 흔적까지 지우려 했다. 그러나 조선인은 기마 민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것은 애국심을 북돋우고 민족의 기상을 강조한 것이지, 민족의 성격을 언급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과거 한민족이 건국한 왕국들과 그 영토의 경계를 한반도에 국한하지 말고, 발해와 고구려가 차지했던 영토로 알려진 랴오둥 반도(요동 반도)를 포함한 대륙과 중국이 ‘동북공정’목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애간장을 태우며 연막을 치고 있는 ‘동북 삼성(三省)’에까지 넓혀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연구가 깊어져, 혹, 묻히고 감추어진 우리 고대 왕국들의 존재와 경계가 밝혀지면 ‘기마 민족’의 정의(定義)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