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가, 수필가

칼럼리스트

세상이 온통 영자로 보여

영자야 너를 사랑해 / 영자야 너를 사랑해.

영자만 보면 가슴이 떨려 어쩔 줄 모르겠어요.

내 인생에 사랑이란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것이 사랑인가. / 이것이 사랑인가.

사랑인가 봐. 사랑인가 봐.

세상이 온통 영자만 보여./ 세상이 온통 영자만 보여.

- 김용복 작사. 이진관 노래-.

 

사랑이란 어휘와 영자라는 고유명사로만 이어지고 있는 이 노래는 유명가수 이진관이 2016년에 새로 선보일 노랫말이다. 가사만으로 볼 때는 일반 대중가요와 별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 노랫말에 이진관 특유의 음색을 가미하고, 목울대를 통하여 나오는 처절한 음색이 실연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모습과 어울려 대중의 귓가로 번지는 순간 일반 대중가요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간절한 호소요 절규로 들리게 될 것이다.

 

그는 영자야 너를 사랑한다고 호소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의식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환상의 영자만 떠오를 뿐이다. 눈을 뜨는 순간 영자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운 영자를 만나기 위해 다시 눈을 감는다. 그러자 영자가 그 앞에 다시 나타난다. 가슴이 떨리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부르짖던 간절한 호소는 절규로 변하기 시작한다. ‘너를 보면 가슴이 떨려 어쩔 수 없다고. 내 인생에 사랑은 없을 줄 알고 살아 왔는데’ 혤리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 영자.

 

1970년대 우리나라 젊은이들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에 나오는 주인공 영자가 아니면 어떠랴. 내게 사랑의 눈을 뜨게 하고 삶의 의욕을 불러 일으켜준 영자만 있으면 되는 것을.

이 영자라는 이름의 아가씨들 때문에 필자를 비롯한 많은 총각애들이 얼마나 애태우며 잠을 이루지 못했던가. 그 영자라는 매력적인 처녀가 총각 이진관의 마음도 애태우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랑을 모르던 숫총각의 눈을 번쩍 뜨게 하더니 가슴마저 들뜨게 하고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진관이여, 이것만은 알자. 여자는 첫사랑을 기억에만 남기고, 남자는 첫사랑을 가슴속에 묻는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여자는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는 순간 첫사랑의 남자는 어쩌다 기억에만 떠오르는 것이고, 반면에 배신당한 남자는 평생을 잊지 못해 그리워하고 괴로워하며 바보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그 그리움과 괴로움을 가슴속 깊이 안고 무덤까지 가보라. 떠나간 영자가 다시 돌아오는가?

 

그러니 잊으라.

빨리 잊고 당신이 나아갈 방향키를 바로 잡으라.

거리에 오가는 모든 사람들이 영자로 보일지라도, 그리고 지금까지 영자만 가슴에 묻고 살아왔을지라도, 또한 그 영자가 다가와 당신을 사랑한다고 속삭일지라도 어서 잊으라. 지금 당신의 눈에는 환상만 있을 뿐 영자의 따스한 체온은 없는 것이다. 체온 없는 영자만 그리면서 살아갈 것인가?

 

지금 당신은 지난 70년대 첫사랑 영자를 그리워하던 무명의 총각이 아닌 것이다. 오늘날 당신의 노래 때문에 울고 웃는 팬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이나 해보았는가. 그리고 몇 년 전 그대는 ‘가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그냥 가지 말아 주세요. 한 번 더 그대의 품안에 안겨 사랑을 받고 싶은데’라고 부르짖었다. 그런데도 그 영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슴 조이며 만났던 날들 어떻게 잊을 수 있냐고 울부짖기도 했고, 달콤한 그말 거짓이었냐고 절규 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송두리째 잊어야 하느냐고 호소하며 영자에 대한 그리움을 전파에 실려 전국에 날려 보내기도 하였다. 그런 영자가 지금도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는 영 나타나지 않을 사람이다.

 

자, 과거로 돌아가 보자. 얼마나 구구절절이 나타나지 않는 영자를 애태우며 찾고 있었는가를.

 

-가지마세요 가지마세요 그냥 가지 말아 주세요

한번 더 그대의 품안에 안겨 사랑을 받고 싶은데

가슴 조이며 만났던 날들 어떻게 잊을 수 있나

달콤한 그말 거짓이었나, 송두리째 잊어야 하나 나나 나나나 나는

너너 너너너 너를 영원히 너를 사랑해.-

 

-이제 떠나면 남남인 것을 언제 다시 우리 만날까

한번만 나를 떠나기 전에 마주보면 눈물이 나와

나나 나나나 나는. 너너 너너너 너를 영원히 너를 사랑해

잊지 마세요 잊지 마세요 까맣게 잊지 마세요

너와 나 사랑을 나눴던 그곳, 강변의 조그만 카페

후회는 안 해 널 사랑한 것을. 미련 없이 떠난다 해도

한번만 나를 떠나기 전에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나나 나나나 나는/ 너너 너너너 너를/ 영원히 너를 사랑해

 

-수많은 날들 널 그리워하며 방황 속에 살아가겠지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을래. 추억만을 간직한 채로

나나 나나나 나는/ 너너 너너너 너를/ 영원히 너를 사랑해

나나 나나나 나는/ 너너 너너너 너를/ 영원히 너를 사랑해.

-이진관 작, 이진관노래, 가지마세요,-

당신은 이 노래를 부르며 만인이 보는 조명이 번쩍거리는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무희들과 함께 미친듯이 펄쩍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영원히 너를 사랑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어찌 되었는가? 애타게 기다리는 영자는 나타나지 않고, 그대는 지금도 그리움과 괴로움에 내 앞에서 흐느끼고 있지 않는가?

 

그런 그대에게 첫 사랑에 성공하여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여인으로부터 힘이 되는 조언의 글이 날아와 함께 보낸다. 그대의 팬이다. 읽어보고 힘내라.

 

진관씨!

사랑은 오지말라 한다고 오지 않는게 아니랍니다.

절대 그런 일 없다.. 했던 저 한테도..

누구에게나 사랑은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기도 합니다..그러니..... 포기는 하지 마세요.

사랑을 하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랍니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더라도, 그리고 앞으로 만날 일도, 만나지도 못할 사람이라도 말이죠. 허상이라도 사랑을 가슴에 품으면 벅차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면서 나는 또 한 번의 성숙함을 갖게 됩니다..

그리움과 사랑의 아픔이 나의 몸을 타고 굴러굴러 아름다운 진주가 되듯이요...

아름다운 사랑은 진관씨에게 아름다운 성숙함을 안겨 줄 것이라 믿습니다.

그 사랑을 어떻게 승화시키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하겠지만요..

. 힘 내세요 진관씨!

-2016, 2, 3. 서울에서 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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