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장인순박사

■ 한국원자력 연구소장
장인순 박사. 우리나라 원자력의 살아있는 역사로 통하는 1세대 원로 과학자이다. 1940년 출생, 여수고등학교와 고려대를 거처 캐나다와 미국에서 화학을 공부했고 연구원으로 재직중 1979년 '재미 과학자 유치프로젝트'에 따라 나라의 부름을 받고 귀국했다.당시 과학자들 중에는 장인순 박사처럼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로 선진국의 보장된 생활을 접으며 귀국을 결심한 분들이 많다. 하지만 고국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대전에 내려와 보니까 허허 벌판에 연구소라고 건물만 덩그라니 있는데, 실험실이라고 들어가보니 아무것도 없는 거야. 테이블도 하나 없어. 깜짝 놀랬지. 뭘 갖고 연구를 하라고. 황당하고 막막하더라고. 그래도 일단은 뭐라도 하자 싶어 사과상자를 갖다 놓고 그 위에 실험도구를 올려서 일을 시작했다고"(웃음)
사과 궤짝 위에서 시작한 연구는 이제 원전기술 95%이상의 자립도를 갖출  만큼 성장했다. 그동안 치러야 했던 수많은 도전과 실패, 위기와 성공들, 그 세월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머리카락은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며  뒤돌아 본다.
2005년 원자력연구소장으로 퇴임한 뒤 현직에서 물러난 지 10년도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매일 아침 9시면 유성구 탑립동에 따로 마련한 자신의 연구실로 출근한다.
작지 않은 연구실 공간에 책이 가득다.

■ 팔순을 바라보는 왕성한 활동
젊은 시절에는 자기 세계만 인정하는 과학자였을지도 모르지만, 나이가 들고 보다 넓게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면서 학문의 통섭이 필요하다는 것을 때닫게 되었다고한다.
“제가 어렸을 때는 그랬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뭐가 될래~?" 하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의 절반 이상은 "과학자요!" 라고 했다며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지요. 우리 삶의 모습이 달라진 데에는 과학과 산업기술의 발전이 토대가 되었는데 말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살던 사람들 중에는 척박했던 우리나라 과학의 기반을 세우고자 밤낮없이 연구실의 불을 밝혔던 사람들이 있다며 모든 학문은 홀로 설 수 없다며 반드시 다른 학문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야만 완전한 학문이 될 수 있다. 학문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통섭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전한다.
그뿐 아니다. 장인순 박사의 하루 일과를 들어보면 저절로  반성을 하게 된다. 그의 자명종이 울리는 시각은 새벽 4시 42분. 매일 아침 그 시각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아침 운동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더우나 추우나 1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한다.좀 편하게 쉬고 싶은 날은 없느냐고,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11년간 지켜온 나만의 기록을 깨기가 싫어. 시간이 너무나 아깝잖아. 아마 나보다 몇년 더 산 선배라 할 지라도 내가 눈 뜨고 산 시간은 그분들보다 많을 거야" 장인순 박사의 현답이다.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은 사람과 시간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시간은 농밀하고 천천히 흘러가며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기에 훨씬 더 긴 삶을 살 수 있다며  “과학의 이론과 삶이 일치하는 모습에 새삼 놀랍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장인순 박사의 하루 하루는 여느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왕성하다.

▲ 장인순박사

■ 벽돌한장
대덕의 과학문화를 대중과 연결하기 위한 커뮤니티 '벽돌 한장'의 주축으로 활동중이다.
방송과 신문 등 언론과의 인터뷰도 끊임 없다. 대전챔버오케스트라 창단멤버로도 활동하면서연구실의 화분들도 싱싱하고 탐스럽게 자랄 수 있도록 잘 보살피고, 떨어진 꽃잎도 아름답게 추억할 줄 아는 감성을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운 청춘이란 지성과 감성과 열정이 생동하는 상태라면 장박사는 분명, 아직도 아름다운 청춘이다
과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온 한 인간으로서 후배나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에도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본인의 멘토링으로 인생이 달라진 학생도 꽤 된다고 뿌듯해하며 멘토링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장박사가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깊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분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야말로 우리가 들어야 할 살아있는 이야기, 본받을 수 있는 참 어른의 이야기가 아닐까. 박사님을 만나며 깨달음의 손뼉을 치게 했던 말들을 제가 다 담아내지 못해 안타깝다.
 "시간이 없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장인순 박사. 그 말씀 하실 때의 진심과 간절함이 전해옵니다. 원자력발전과 같은 뜨거운 에너지는, 그의 가슴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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