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노 고문의 추석사설

추석인사와 덕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멋진 덕담이다. 순간 마음이 맑아지고 풍요에 빠져든다. 만물은 결실의 계절이고 우리에게는 수확의 계절, 그러므로 한가위만 같아라 는 말을 추석 덕담 최고로 치는 것이다.

본사도 같은 덕담으로 독자여러분을 모실 생각이다. 더는 못해도 덜하지는 말고 한가위 보름달같이 환하고 밝게 웃는 추석이 되고 한 해가 되고 일생이 되시기를 축원드린다.

그런데 문득 이게 과연 제대로 올려드린 덕담인가 멈칫하게 된다. 금년 추석만 같으면 일생이 살이 찌겠느냐는 생각에 멈칫이다. 많은 이들이 추석이 없는 게 낫다고 푸념인데 한가위만 같으라니 이게 덕담으로 들릴지 악담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북한은 핵실험의 꼭지점 제5차를 마치고 6차가 목전이란다. 8월22일 공개적으로 핵전쟁을 선포한 북한은 이미 말로만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판국에 경주에서는 역대 최대의 강진이 발생했다. 14조원이나 되는 혈세를 쓰는 국민안전처는 죽을 사람 다 죽고도 남는 9분만에 공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방송 케이비에스는 태연하게 연속극만 내보면서 자막 한 줄도 보이지 않았다. 한가위 추석 올해 같은 명절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아야 한다.

직장을 잃은 중년들, 장사가 안되는 자영업자들, 장애자로 소외받는 이웃들, 폭염에 피처럼 아낀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지 벌벌떠는 영세민들, 오갈데가 없는 사글세에 견디기 힘든 가난한 사람들, 농사라고 지어받자 품값은 고사하고 비료 값에 씨앗 값도 다 못 건지는 농촌의 들녘에는 한숨이 긴 참 아픈 추석이다. 그래도 한가위만 같으라고?

보도를 보니 올 벼농사는 “농협수매가가 5만3천원선 이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예상된다. 추곡수매가가 5만3천원이하에서 결정될 경우 지난해 정부수매가 5만8천20원(1등급)과 농협수매가 5만8천원에서 6만원(각 농협 환원사업비 포함)보다 5천원에서 8천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농민들은 2백평당 10만원 안팎의 소득이 줄어들어 3천평(1㏊)의 농사를 짓는 농민의 경우 150만원의 소득감소가 예상돼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폴리뉴스인용)

정치를 보니 올해 같지 말아야 하겠다. 판사 검사 변호사가 만만한자를 후리는 올 한가위는 추락했다. 사드다, 위안부다, SLBM이 돌출하는 올 한가위는 두 번 만날까 무섭다. 올해 같지 않은 추석... 그래서 한가위 지나고 난 다음날 그 이후를 기대한다. “독자여러분, 그러나 너무 걱정들하지 마세요. 추석 지나고 나면 다시 좋아지실 것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지진의 불안과 핵불안이 가셔지는 날이 오기는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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