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걸어온다

▲ 이현경 시인

부드러운 호흡이 불어온다

작은 풀잎 하나도 함께 숨을 쉬는 안식
생을 파릇하게 세운 잎들이
소리 없이 하늘을 푸르게 덮는다
가득한 초록이 바람에 흩어지면
나의 생애도 잎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다가 멈추기 위해 네 품에 드는 오후

빗방울이 떨어진다
풀색으로 우는 빗소리에 귀를 세우면
초록 냄새가 분주하고 능선에 파랑물이 소리친다
우거진 입구에 발 디디면 출구가 사라지는 곳
잎이 지기 전 깊은 숲길에서 나를 잃고 싶다
초대해 준 숲이 가슴으로 우거져
나무의 모서리를 오려 집으로 가지고 왔다

가지에 묻었던 빗소리가 내 기분을 건드리며
밤새 젖은 소리로 운다

 

     -2021, 1, 4 미래세종일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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