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정부는 너무 쉽게 국민 주머니를 털어간다
▲ 문희봉 본사주필

필자는 15년 전 분양받은 집 한 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공시지가가 작년 대비 50% 올랐다.

15년 된 아파트가 왜 이리 올랐을까?

그간 3번이나 개인적으로 단체로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내년에는 세금이 재산세가, 그리고 그에 따른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튈지 걱정이다.

퇴임하고 나서 벌이는 없는데 세금을 엄청 내야 한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무상지원이 늘어나다 보니 세금을 더 걷어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가 채무도 불건전성으로 국민이 갚아야 할 것이 상상을 초월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지원금의 선별 지원을 언급하면서 재정상 어려움을 걱정했다. 국가 부채에 대한 염려를 표현한 건 처음이다.

그런데 진정성은 의문이다. 지난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사업 때문이다. 우선 ‘디지털 뉴딜’은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사업에 투자하고, ‘그린 뉴딜’ 역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경제성 평가가 부정적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분명하다.

그런데 뉴딜 펀드에 대해 ‘원금+α’를 보장한다니 손해가 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꾸겠다는 속내다. ‘고용안전망 뉴딜’은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처럼 기금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정책이 중심이다. 정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4차 추경까지 하면 중앙 정부 채무는 약 815조 원(잠정)으로 2019년 대비 116조 원 증가한다.

국가 부채 불리기를 취미로 삼지 않는다면 정부엔 세금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그런데 세금 부과 근거도 박약하고, 납세자 수용성은 고려 않는 데다, 세금을 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 정부 증세 정책은 결국 ‘나쁜 과세’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학에서 동의하는 과세의 출발점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 일자리 형태는 플랫폼 기반 노동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뉴딜’에는 민간 자금까지 끌어들인다면서 디지털 기업에 대한 새로운 과세 방안을 비롯한 ‘디지털 세원(稅源)’을 넓히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OECD는 구글·애플 같은 디지털 기업에 대해 사용자 참여도, 무형 마케팅 자산, 실질적 경제적 행위 등을 기준으로 “시장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영국은 2020년부터 정보통신 기업들에 매출액 2%를 디지털 서비스세로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세원 확대 대신 고소득·고자산가에 대한 세율 인상에 집착하고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매년 오르고 있다.

이전 정부 38%에서 2017년 40%, 2018년 42%, 올해 세법에서는 45%다. 30·50클럽(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7국 중 4국 최고 세율이 45%라는 것이 근거다.

소득 수준에 따른 세 부담 격차를 조정한다는 합리적 논리는 기대도 않는다. 그러나 이 근거를 전격 포용한다 해도 지방세를 포함하면 우리나라 최고세율은 49.5%로 독일과 이탈리아, 영국, 미국보다 더 높다.

대폭 오른 종합부동산세는 유주택자들 억장을 무너뜨린다. 실거주 1주택자 세 부담은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공시가격은 시세를 반영하기 때문에 상향 조정될 것이고 개정된 종부세율도 상승했다.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 3년간 아파트를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는 내년엔 올해보다 종부세를 1000만 원 더 내는 경우도 생긴다.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면 공제 폭이 크다. 하지만 3년 보유했다고 세 부담을 높이는 건 부당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납세 의무는 강화하면서 도리어 주거 자유권은 침해하고 있다.

무주택자는 집값이 올라 구입이 어렵고 강화된 임대차법으로 전세가 사라져 전세를 구하기도 어렵다.

자기 집을 세놓고 일자리 때문에 다른 지역에 사는 국민에게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고, 전세로 살다가 다른 전세로 옮기려 하면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한다. 지금 사는 곳에 꽁꽁 묶어두는 셈이다.

자영업자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와 면제자 매출액 기준을 대폭 올린 건 국세청이 추진해온 자영업자 과표 양성화 노력에 역행하는 처사다.

현재 근로소득세 대상자 중 면세자는 40%에 달하는데 이는 모두가 세금을 내도록 한다는 세법의 기본 원칙 ‘개세주의(皆稅主義)’와 위배된다. 소수에게 세금을 집중하는 건 증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세금을 내지 않는 다수에게 표를 얻는 수단이 된다.

세원 확대는 대상이 되는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소수에 대한 세율 인상은 상대적으로 편하다.

그런데 지속 가능한 재정을 고민하는 정부라면 새 소득원을 찾아 과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특정 계층에게 부과한 세금이 주는 효율성 손실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모든 국민에게 자신의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도록 해 과세의 형평성을 높이되, 과세의 근거, 수용성, 주거 이전 자유 같은 기본권 보장을 통해 시장 왜곡을 줄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의지는 있는데 방법을 모르는 정부에는 고언(苦言)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일부러 효율성을 훼손하면서 그걸 자랑이라고 선전하는 정부는 답이 없다.

문희봉 본사 주필  mhb09@hanmail.net

<저작권자 © 미래세종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희봉 본사 주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