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의 음악세계

▲ 김석회/ 가톨릭대학교 전 부총장

구스타프 말러!

그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천재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면서도 평생을 우울하게 살았던 음악의 귀재였다. 그의 부모는 둘 다 정신병적 기질을 가진데다가 15명의 형제 중 8명이 정신병 뇌종양 권총자살 등으로 세상을 등지는 불행을 경험하며 살았던 인물이다. 그로해서 자신도 정신건강이 온전치 못했지만 프로이드의 정신치료를 받고 정상으로 돌아와서 일생을 작곡과 지휘에 매달려 많은 음악적 족적을 남기고 51세로 세상을 마감한 아까운 예술가였다.

그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그리고 슈베르트에서 브루크너와 브람스로 이어지는 비엔나 교향곡 작곡가 계보의 마지막 인물이다. 그의 음악 세계는 바그너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바 있다. 그는 '대지의 노래''천인 교향곡'을 포함하여 모두 9개의 교향곡을 작곡 하였다. 뿐만 아니고'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등 수많은 성악곡을 쓰기도 했다. 그의 음악세계는 베를리오즈 슈만 리스트 바그너로 대표되는 낭만주의적 전통과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브루크너로 대표되는 비엔나 학파의 전통을 두루 이어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불행한 가족력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삶은 지극히 고독했다. 그는 특히 42세 되던 해에 ‘알마’ 라는 오스트리아의 절세미인과 결혼해서 두 딸을 낳았는데, 큰딸 마리아가 4살 되던 해에 열병으로 세상을 갑자기 떠나자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빠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908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수석 지휘자가 되었고 다음해에는 뉴욕 하모니 오케스트라 감독까지 맡게 되었다. 그는 앞서 말한 대로 '천인교향곡', '대지의 노래'등 유명한 곡들을 작곡했지만, 교향곡 2번 다섯 개의 악장들에서 보여준 그의 면모는 죽음 으로부터 부활에 이르는 영적인 과정을 표출해냄으로써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상시킨다. 특히 교향곡 2번 '부활'4악장에서는 '태초의 빛'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독일민요 시집 '소년의 마술피리'속에 수록된 시의 제목이다.

그는 이 악장에 대해 '소박한 신앙에서 우러나온 목소리가 우리 귀에 들려온다.'고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오, 붉은 장미여!

인간은 깊은 결핍 속에 있다.

인간은 깊은 고뇌 속에 있다. 나는 오히려 천국에 있고 싶다.

나는 신에게서 왔으니 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랑하는 신은 내게 빛을 주실 것이다. 영원하고 행복한 삶을 향한 길을 비추리라.“

따라서 이 곡선의 선율들은 인간이 삶의 불가능한 목표를 추구하다가 부닥칠 수밖에 없는 존재의 상실감과 좌절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음악 평론가인 민은기 씨는 쓰고 있다.

그뿐이랴, 그의 가곡집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는 그가 23세에 썼던 관현악 반주의 가곡집으로,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버린 여인 때문에 방황하는 젊은이의 고뇌를 담고 있는데, 거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아련한 내용들이 우리들의 가슴에 파고든다.

즉, 제 1곡 '그녀의 혼례 날'에서는

“사랑하는 그녀의 혼례 날, 슬픔에 쌓여서 어두운 밤을 눈물로 지새네. 푸른 꽃이여 시들어선 안 된다. 예쁜 새들아 세상을 아름답게 노래해 다오. 밤은 온통 슬픔뿐 인데.”라고 노래했고.

제2곡 '아침 들을 거닐면서'에서는

“아침 들 을 거니노라니 새들은 세상이 아름답다고 노래하네. 들녁 끝에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은 온갖 세상을 음과 빛으로 물들이네. 내게 행복이 다시 찾아올까? 아니야, 두 번 다시 내겐 행복이 없을 거야.”라고 노래했으며,

제3곡 '타는 듯한 단검으로'에서는

“내 가슴에 타는 듯한 단검이 꽂혀 있어서 밤낮으로 내게 고통을 주네. 하늘을 쳐다보면 사랑하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 들녁을 바라보면 그녀의 황금빛 머리카락. 눈을 감으면 꿈에도 잊지 못할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 이대로 검은 관 속에 누어버렸으면.”이라고 노래했던 것이다.

그리고 제4곡 '그녀의 푸른 눈'에서는

“그녀의 푸른 두 눈동자가 나를 이렇게 방황의 길로 안내한다. 내겐 아무도 없고 유일한 길동무는 사랑과 고뇌뿐이다. 보리수 그늘 아래서 겨우 잠이 들었을 때 내게서 모든 고뇌는 어디론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라고 노래했다.

아, 그 얼마나 절절한 하소연 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픔을 노래한 곡이 있으니 ,그것은 곧 가곡집 '죽은 자식을 그리는 노래'이다. 이 곡은 사랑하는 딸 마리아를 잃은 슬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곡으로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 곡 가운데 제 1곡인'이제 빛나는 해가 떠오른다'에서는 불행을 가져가 달라고 태양에게 기원하는 자식 잃은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을 그리고 있으며, 제2곡 '왜 그렇게 어두운 눈초리로'에서는 그때는 그 어두운 눈빛이 무얼 말하는 것인지 몰랐던 아버지가 죽어가는 자식의 눈빛을 회상하면서 부르고 있다.

제3곡 '너의 어머니가 들어올 때'에서는 자기 부인의 모습에서 떠들며 응석을 부리던 자식을 떠올리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고, 제4곡에서는 '나는 생각한다, 네가 잠시 외출했을 뿐‘이라고 하며 죽은 것이 아니고 잠시 외출했을 거라고 믿는 아버지의 모습을.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을 네가 먼저 간 것 뿐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그리고 언젠가는 만날 거라고 절규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5곡 '이런 비바람'에서는

“이렇게 비가오고 바람이 세찰 때는 문밖에도 내보내지 않았던 아버지. 그러나 이렇게 비바람이 칠 때면 너의 어머니 옷속에 안기어 있었던 것처럼 지금쯤 하느님의 따뜻한 품속에 안기어 있겠지” 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숨결이 잠자고 있다.

그 암울한 삶의 질곡 속에서도 기리기리 빛날 음악의 예술혼을 우리들에게 전해 준 그 위대한 천재적 음악가 인 말러가 근래에 이르러 새로운 각광을 받을 수 있게 됨에 우리는 무한한 경애심과 함께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 중의 다행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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