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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다섯 가지 이유
문희봉/본사주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다섯 가지 이유

▲ 문희봉/본사주필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한겨례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으나 이 정부는 자신들의 결점을 지적해 주면 발뺌부터 한다. 변명부터 한다. 이러니 구두 공중에 올렸다가 대통령 신발에 떨어뜨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 개념조차 없다. 그러고도 부동산 정책은 실패하지 않았다 한다. 국토부장관이란 사람은 11.0% 올랐다고 국회에 나와 답변하고도 죄책감이 없다.

“일반 분양분이 평당 1,500만원은 넘어야 채산성이 있다. 그게 되겠나?” 19년 전 이맘때, 육아 때문에 전세로 살던 서울 서초동에서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묻자 부동산중개사가 했던 말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용틀임을 시작한 시절이었다.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로 충격받은 세계가 전례 없는 ‘돈 폭탄’을 퍼붓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서울 강남에선 평당 1억 원 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내가 살던 단지의 현재 실거래가는 20억 원 안팎이다. 당시의 6배를 웃돈다. 신혼살림을 꾸렸던 영등포구 문래동의 집값 상승률도 그리 다르지 않다. 가격변동표를 보면, 노무현 정부 때와 지난 3년 사이 급등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확실하게 실패했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말한다. 서울 집 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불패 신화와 정부 불신이 시장을 지배한다. 집으로 돈을 벌 수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해온 정부의 주택정책이 최악의 결과를 낳은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현 정부 관계자들은 새겨듣기 바란다.

과소평가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경제학 교과서 첫머리에 나오는 이 이론은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 사고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시장은 독점·담합·작전에 쉽게 왜곡되고, 사람 생각 또한 뒤틀리기 쉽다. ‘경제는 심리’라고 말하는 이유다. 집을 향한 애착이 세계 1위인 한국에서 부동산은 가장 왜곡되기 쉬운 시장이다.

지난 2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을 떠받쳐온 힘은 넘쳐나는 돈이다. 2000년대 이전에는 두 자릿수 대출금리가 일반적이었다. 이자 부담으로 돈을 빌릴 엄두를 내기 어려웠고 빌릴 수도 없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봐도, 2000년 5.25%에서 지금은 10분의 1(0.5%)로 떨어졌다. 그 사이 400조 원 안팎이던 가계부채는 1,600조 원을 넘어섰다.

현 정부가 돈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한 엄청난 자금이 유령처럼 전국을 떠도는 상황에 안이하게 접근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 됐다. 굵직한 것만 다섯 차례에 이르는 정부 대책의 강도는 수익을 향해 노도처럼 몰려가는 돈의 힘에 여전히 역부족이다.

돈이 뒤튼 시장은 욕망과 두려움을 증폭한다. ‘자고 나면 1억 원이 올랐다.’는 식의 이야기가 3년 동안 만연했으니 웬만해서는 제정신을 갖고 살기 힘들다. 불로소득의 고속열차에 올라타려는 욕망과 함께 전·월세 가격 폭등 두려움이 극한으로 치닫는다. 좀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평범한 욕구와 뒤섞인 이런 욕망의 크기와 공포의 깊이를 정부는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철학 부재

시장의 흥분 상태는 투기수요와 가수요를 폭발적으로 만들어냈다. 내 집 마련이 곧 실수요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닌, 고액 전세금과 대출에 기댄 ‘갭 투자’가 대표적이다. 더욱이 집을 팔아 생활비에 보태야 할 60대 이상과 ‘미래 수요자’인 그 자녀 세대까지 한꺼번에 주택시장에 몰려 있다. 올해 서울과 수도권 무순위 청약 아파트의 수요자 60%가 자기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2030 젊은 층이었다. 최대 2만 채 정도 공급 가능한 그린벨트 해제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 아파트로 대표되는 한국의 부동산은 이미 암호화폐나 주식과 그리 다르지 않은 머니게임 대상으로 변질됐다. 다음 사람에게 더 비싼 값에 팔기만 하면 된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위험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영혼을 끌어서라도 몰빵 하려는’ 청춘에게 △소득수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 △불투명한 경제 전망과 저성장의 일상화 △가파른 일자리 감소와 저출생 같은 경고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도록 끊임없이 부추기는 ‘스피커’의 힘도 강력하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유튜브 채널 <강남이 온다>에서, 인터넷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의 등장을 노무현 정부 시절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점으로 꼽으면서 “스피커들이 날마다 흥분제를 투입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시장 변화에 견줘 정부 대응은 한참 낡고 더디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철학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것이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동시에 집값을 안정시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신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집을 사지 말라고 엄포를 놓을 뿐, 뒷전에선 중산층 유권자 불만을 달래기에 바빴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마당에 집값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며 우려를 잠재우려는 여당 의원이나 총선 때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떠들고 다닌 여당 지도부가 그 예다.

뒷북 핀셋

그러니 선제 대응은 찾아볼 수 없고, 집값이 급등한 곳만 뒤쫓으며 땜질식으로 틀어막는 핀셋 규제가 남발했다. 지금 시중에 풀린 돈과 욕망은 거대한 마그마나 다름없다. 어디든 상대적으로 약한 틈으로 분출한다. 그런데 동 단위까지 구분해 규제를 달리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지속됐다. 철퇴가 아니라 핀셋만 들이대니 얼마든지 피해 나갈 수 있고, 풍선에 이어 역풍선 효과까지 낳으며 전국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

정부가 말하는 집값 안정 개념조차 모호해졌다. 심한 곳은 2~3배까지 올랐는데 더 오르지 않으면 된다는 뜻인지 알 수 없다. 새 정책이 나올 때마다 가격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며 투기세력이 다시 힘을 불리는 사이 정부는 손을 놓는 상황이 반복돼온 이유다.

집값 폭등세에 비춰, 보유세 강화는 ‘폭탄’이 아니라 ‘잽’에 지나지 않았다. 최고세율(6%)을 적용받는 종부세 대상자는 극소수다. 30% 가까이 올라 집주인이 부글부글한다며 일부 언론이 호들갑을 떤 ‘강남 대표’ 은마아파트의 재산세가 고작 200만 원 남짓이다. 실거래가와 너무 동떨어진 과세표준으로 보유세 부담이 거의 없었다.

자잘한 잽을 맞으면서 시장의 맷집과 내성이 강해졌고, 그래 봐야 집값은 안 잡힌다는 학습효과가 축적됐다. 하지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번째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모든 정책수단 동원’이라는 엄포만 되풀이했다.

중대 오판

결정적 패착은 임대사업자 특혜다. ‘투기 꽃길’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 정책의 논리적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대사업을 양성화해 전월세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한국 부동산시장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투기에 기름을 부은 게 문제였다.

다주택자를 정조준해 집을 내놓도록 총력을 쏟아야 할 시점에 막대한 특혜까지 주면서 매물 잠김을 부추긴 꼴이 됐다. 임대시장만 쳐다보다 훨씬 파괴력이 큰 매매시장을 송두리째 흔든 것이다. 2018년 통계청 기준으로, 서울 주택 약 80만 채가 비거주 다주택자 소유이며, 44만 채가 임대 등록된 상태다. 이런 막대한 물량을 틀어쥔 다주택자를 어설프게 상대했다가 다른 대책마저 효과를 잃게 하는 ‘블랙홀’을 만들고 말았다. 뒤늦게 특혜 회수에 나서고 있으나 이미 끼친 악영향이 너무 크다.

게다가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 전세제도의 ‘두 얼굴’을 간과했다. 월세와 달리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전세는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집값 폭등의 기폭제로 돌변할 위험이 있다. 많게는 집값의 90%까지 보증금이 깔려 있어 갭 투자가 손쉽다. 적은 대출로 구매가 가능하니 시장 진입장벽이 매우 낮고, 돈줄 죄기가 먹혀들기 어렵다.

후안무치

마지막 결정타는 배신감이다. 말과 다른 행위, 그것도 불로소득을 놓지 않으려는 행위가 정권 수뇌부에서 지속된 것은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심리에 돌이키기 힘든 충격을 줬다. 다주택자인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은 국민 주거 안정에 소명의식이 없을뿐더러 자신부터 정책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부동산 투기, 자녀 특혜, 성범죄 등 민주화운동 엘리트의 이중성은 밑바닥까지 확인됐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 믿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 정책이 신뢰를 회복하기는 힘들다.

근본 처방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집값이 아니라 주거 안정이다. 정책 틀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먼저 불로소득 차단이라는 명확하고 일관된 정책 기조다. 풀린 돈을 회수하기 쉽지 않은 이상, 일부 언론이 운운하는 ‘무늬만 폭탄’이 아닌 ‘세금 융단폭격’이 시급하다. 어떤 전문가의 말처럼, 투기세력이 전율을 느낄 정도의 세금이라야 투기는 물론 욕망과 두려움에 쫓긴 추격매수까지 수그러든다. 그런 점에서 7·10 대책까지 망라한 정책이 현 정부 출범 초기에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주택 공급 방향의 혁명적 변화도 절실하다. 수요 거품이 빠지면 다주택자 보유분 수십만 채로도 매매용 주택의 공급은 충분하다. 정부의 주택 공급은 철저하게 공공임대 또는 토지임대부분양(건물만 소유)에 국한될 필요가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재정 건전성도 훨씬 양호한 만큼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해 소유의 필요성을 낮추는 게 집값을 잡는 확실한 처방이다. 여기에 분양가 공개와 후분양제가 전면 도입되면 집값에 거품이 낄 여지가 확연히 줄어든다. 더 근본적으로는 일자리, 교육, 자산 등의 ‘서울 싹쓸이’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통령까지 나선 ‘집값 전쟁’에서 참패하지 않는 길이다. 그 이상에 대해선 정부가 고민하거나 책임질 필요가 없다.

문희봉 본사 주필  mhb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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