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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추모사에 '이승만 박사' 표현 넣은 건 사무관… 처장은 읽기만 했다?
문희봉/본사주필

보훈처 추모사에 '이승만 박사' 표현 넣은 건 사무관… 처장은 읽기만 했다?

▲ 문희봉/본사주필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 같다. 국가보훈처가 "이승만 전 대통령 추모사에 '박사'라는 표현을 넣은 것은 행정사무관"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 추모사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 아닌 '박사'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은 박삼득 보훈처장이 아니라 행정사무관이라는 취지다. 박 처장은 앞선 이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자신의 명의로 된 이 추모사를 직접 낭독했었다.

그럼 다른 전 대통령을 부를 때는 무엇이라고 할까가 궁금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대신 쓸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 현 문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면 무엇이라고 부를까? 삼척동자도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설령 사무관이 그렇게 써왔더라도 처장은 그렇게 읽으면 안 된다.

보훈처는 미래통합당 윤재옥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올해 이승만 전 대통령 추모사는 행정사무관이 직접 작성했고, 따로 수정한 사람도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박 처장은 어디까지나 읽기만 했고 추모사 작성 전반은 사무관 주도로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보훈처장이 실무자를 방패막이로 삼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추모사에서 대통령 대신 박사라는 표현이 수차례 들어갔는데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박 처장이 사무관이 적어준 추모사를 아무 생각 없이 줄줄 읽기만 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실무자에게 뒤집어씌웠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예비역 중장(육사 36기) 출신으로 국방대 총장 등을 지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추모사 가운데서 이 전 대통령을 '박사'라고 지칭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1,100여 자 분량의 박 처장 추모사에서 박사라는 표현이 7차례 등장했다.

대통령이라고 부른 건 약력에서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라고 한 번 소개한 것이 전부였다. 올해부터 보훈처는 추모사뿐만 아니라 공식 페이스북과 보도 자료에서도 일관되게 '박사'라고 적시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박 처장의 이런 언급이 현 정권 기류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보훈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박사라는 호칭으로 부른 것에 다른 이유는 없다."며, "추모사 가운데 전 대통령 이승만 박사님의 약력 소개 부분에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라고 (한 번) 설명하기도 했다."고 국회에 답변했다. "이 전 대통령에 통용되는 호칭은 '박사', 임정 초대 대통령, 전 대통령 등이 있기 때문에(그 가운데 하나인) 박사로 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는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문희봉 본사 주필  mhb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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