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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처벌에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고 있다"
문희봉/본사 주필

대북 전단 처벌에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고 있다"

▲ 문희봉/본사주필

이렇게 자기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는 권력 있는 사람이 한마디 하면 그걸 맹종한다. 이건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다. 오늘 나는 부산지법 김태규 부장판사가 소신 있는 얘기를 한데 대해 환영하고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현직 부장판사가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처벌 방침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의 ‘역사 왜곡 금지법’추진에 대해서도 “그 무모함에 자못 놀라게 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헌법상 기본권이 표현의 자유를 법적 근거 없이 함부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방침에 대해 현직 법관이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선 것은 좀처럼 유례가 없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는 현실’이란 제목으로 A4용지 10장 분량의 글을 올렸다. 우선 그는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며 이를 제약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지난 10일 통일부가 탈북자 단체 두 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이 법(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한 교류를 위한 것으로 세상과 단절되고 폐쇄된 북한 지역에 바른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단지를 보내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포섭하긴 어렵다.”며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아무 법이나 비슷한 것을 끌어다 쓰면 더 이상 법치(法治)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대북 전단 살포로 북한 정권이 불편해질 수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되기는 어렵다.”면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던 미 연방대법원 사례를 제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한 여당이 발의한 역사 왜곡 금지 법안에 대해선 “국격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 법은 5·18 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왜곡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이를 두고 김 부장판사는 “사실 인식과 해석을 법으로 정하고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인식은 전체주의나 독재 국가가 아니면 착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역사를 바로잡을 목적이라면 다른 사건들도 처벌해야 형식 논리에라도 맞는다.”며 “6·25를 북침이라고 하거나 천안함이 핵 잠수함과 충돌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입은 얼마든지 열어 두고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처벌하겠다고 하면 그 균형 감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해진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현 대법원을 주도하는 진보 성향 판사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해왔다.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법관의 탄핵을 결의하자 ‘법적 근거 없이 권한을 남용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탄핵해야 한다.’고 했었다.

김 부장판사의 소신 있는 발언에 적극 찬동한다.

문희봉 본사 주필  mhb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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