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논설실장

 

시를 쓰는 사람들의 심성은 어떨까?

나태주 시인처럼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물 한 줄기에도 애틋한 눈길을 보내며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움을 발견 할 수 있는 것처럼 황한섭 시인은 이 고장 금산의 본토박이 시인인 것이다. 금산에서 태어나 자라고, 사업을 하면서 금산의 모든 사물들을 자세히 보고, 자세히 보았기에 새로움을 발견했고, 사랑스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그의 외모는 꼭 금강역사(金剛力士)를 닮았다. 금강역사는 불교의 수호신이다. 절 입구에 두 눈 부릅뜨고 철퇴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보통 입을 열고 있는 금강역사를 ‘아금강 역사’라 하고, 입을 다물고 있는 역사를‘음금강역사’라 한다. 그런데 황한섭 회장은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어‘아금강 역사’라 칭하고 싶다.

독자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황한섭 회장의 시를 논하는데 왜 하필 금강역사를 끌어들여 비교 하느냐고.

보라, 긍강역사가 두 눈 부릅뜨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심성이 착하게 보이는 것을. 금강역사는 절 입구에 세워져 잡귀가 부처님 앞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좀 더 알고 넘어가자.

부처님을 만나기까지에는 선문-일주문-금강문-사천왕문(금강역사)을 거쳐야 한다. 금강역사를 사천왕(四天王)또는 인왕역사(仁王力士)라고도 하는데 왕(王) 자를 쓰는 것으로 보야 부처님 경호원으로서는 가장 높은 호위무사인 것이다.

환한섭 회장을 보자, 언뜻 보기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도 심성이 착하다 하였다.

사천왕은 부처님을 모시기에 착한 심성을 지녀야 할 것이고, 황회장은 시를 쓰는 시인이기에 심성이 착한 것이다.

곁길로 새보자. 지난해 내가 형님으로 모시는 지인께서 유성경찰서 수사지원팀과, 수사 경제팀 두 곳에 고발 할 일이 있어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우리를 맞은 두 분 경찰관들께서 어찌나 친절하게 대해주며 이런 일로 고발해서까지 내 분풀이를 하는 것보다는 먼저 상대를 찾아가 손은 내밀어 보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기에 그 길로 고발하는 것을 취하하고 돌아 온 일이 있있다.

후에 알고 보니 이들 유성경찰서 직원들은 서장(당시 심은석 서장)이나 직원들이 시를 쓰고 ‘경찰시집’까지도 출간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심성이 착하다 했다. 그러면 그렇지, 대부분의 시인들은 사물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한 다음 언어를 조탁(彫琢)하고 다듬어서 표현 하는 동안 심성이 착하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다음은 외송의 시 ‘안국사’이다.

안국사

                 외송/ 황한섭

▲ 외송/황한섭

 

새벽이면

안국사 빈 절터에는 불경소리보다

개 짖는 소리가 더 요란하다

 

노승이 기도를 올리던 곳에는

달빛만 고요하고

칡꽃이

이끼 낀 바위를 타고 올라 도를 닦는다

 

수정처럼 맑은 그녀

바람이 흔들면 곧 쓰러질 듯

철쭉처럼

아파하던 그녀

 

그녀가

안국사로 가는 마지막 버스에 올랐다.

 

갈참나무

청설모가 나무 위에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눈만 뜨면 숨 가쁘게 오르내리는 나무의 등걸

그의 등이 되어주는 따뜻한 갈참나무의 고마움을 청설모는 알 턱이 없을 것이고

청설모의 하루 중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은 갈참나무 위에서

훔쳐온 호두를 까먹는 일일 테고

 

청설모에게 기꺼이 제 등을 내어주고도

불평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나무의 진득함

거친 눈보라 속에서도

늘 친구처럼 보듬어 안아주는 나무의 배려가

소견머리 없는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

 

외송의 제 3시집 ‘황금 오리알 트롯’에 게재된 시 111편 모두가 느낌 그대로 표현한 주정시로 되어있어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감동을 더해 준다. 독자들은 그의 시를 읽음으로써 시집에 담긴 미학적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고 그동안 우리의 현대시인들이 고민했던 흔적을 찾아내어, 주정시로서의 맛을 음미하는데 도움을 얻을 것이다.

안국사로 가는 길목엔 갈참나무가 있고, 갈참나무 가지 위에는 언제나 청설모가 보금자리를 틀고 안식도 취하며 먹이를 먹는다. 안국사를 찾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발견한 사람은 드물 것이고, 발견했다 하더라도 황 시인처럼 언어를 조탁하여 글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라, 시속에 드러나는 시인의 착한 심성을. 시인의 심성이 착하기에 등을 내주는 갈참나무를 착하게 보았던 것이다.

또 보자, 그의 시 ‘꽃편지’를.

 

꽃편지

              외송/ 황한섭

가을 하늘 뭉게구름

양떼구름

그 마을에 사는

장난꾸러기 소년

 

가을날 해 질녘

노을빛으로 물든 저녁 하늘

귀에 익은 풍금 소리

저 푸르던 바다 한 가운데

아기 구름 둥실 떠 있고

 

통키타를 치는 소녀의 긴 머리가 바람에 날리고 햇살 아래

삐뚤 삐뚤

하얀 손으로 눌러 쓴

꽃 편지를 읽고 있는 어린 병사의

새까만 눈동자 ☀

 

‘꽃 편지’에는 가을 하늘의 뭉게구름과 양떼구름이 배경으로 설정되고, 장난꾸러기 소년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었다. 그리고 그 장난꾸러기 소년의 귀에는 풍금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귀에 들리되 귀에 익은 소리라 표현 했다. 장난꾸러기 소년이 동경하던 그 소녀가 언젠가 소년 앞에 나타나 통키타를 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긴 머리를 나풀거리며. 생각해 보라. 황시인이 어렸을 때라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얼마였을까? 그 당시에 소녀는 풍금을 치고, 통키타를 쳤다고 했으니 얼마나 부유한 집안의 소녀였을까?

그리고 소년은 군에 입대를 하게 되고 풍금치던 소녀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 그것도 꽃 편지를. 그래서 묻고 싶다. 그 소녀가 지금의 아내 이재경 여사가 아니냐고.

이날 본 사람은 다 느꼈을 것이다. 손님 100여 명을 접대하면서도 분주한 모습도, 그렇다고 귀찮아하는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차분히 손님 맞는 모습을. 60을 넘긴 나이인데도 지적인 매력이 얼굴에서, 행동하는 모든 면에서 조용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런 아내와 함께 사는 황 시인은 부인을 보며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엄마의 마음

외송/황한섭

습관적으로 밥을 안 먹는 아이의 곁에서

걱정을 태산같이 하는 엄마가 있습니다.

밥을 거들 떠 보지도 않는 아이가 혹시 울기라도 할까 조바심을 하고 아이의 눈치를 보는 엄마의 모습이 괜히 딱해 보입니다.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가 꾸물거리며 투정을 부리기 일쑤이고, 학교 갈 무렵에서야 숙제를 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는. 아이를 달래보지만. 막무가내입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용돈을 쥐어주고 달래서 겨우 학교엘 보냅니다.

 

오늘도 텔레비전을 켜놓고 잠든 아이는 일기를 쓰지도 않고

컴퓨터 앞에서만 신이 나서 웃는 걸 볼 수 있고

엄마는 신경 쓰지 말라며 대드는 아이가 참 야속할 때가 많습니다.

어릴 적 친정엄마처럼 밥 한 수저라도 더 먹이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엄마의 마음은 그랬을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축사를 하신 길공섭 동구 문화원장의 마음은 이 시를 읽으며 무슨 생각이 떠올랐을까? 남편을 일찍 나라에 바치고 젊은 여인으로 혼자 살면서 온갖 세파에 시달리신 어머니, 그 어머니는 지금 96세로 요양원에 계시다. 필자는 페북에서 그 어머니의 생신날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자손들이 사랑으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린 일이 있었다. 나는 열 살 때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살았기에 그 모습이 한없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결론을 맺자.

지난 6월 20일(토), 금산군 추부면 황금오리알 야외 가든에서 황한섭 시인이 제3시집『황금오리알 트롯』을 출간하고 축하하는 자리엔, 금산을 비롯하여 대전, 계룡, 경기, 서울, 대구 등 전국의 문인과 지인 100여 명이 참석하였다.

윤상열 금강권 문화예술인협회 윤상열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축하장에는 김우영 중구문학 회장을 비롯해 길공섭 대전동구문화원장, 한진호 시인, 김복만 도의회 위원장, 양동길 국악인 내외, 문희봉 대전 문인협회 전 회장, 박상헌 시인, 길호천 키타리스트, 박관식 시인, 송일석 시인 등 필자가 모르는 손님들이 축하객으로 오셔서 축하를 하였다. 이어 계룡시의 신은겸 낭송가와 이경숙 대전시낭송가협회 회장의 결고운 축하시 낭송으로 행사를 더욱 빛내주었다.

그리고 이 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꽃수레 꽃차’의 대표 황수정 대표를.

그는 금산군 모든 행사에 참여하여 오시는 모든 손님들에게 꽃차를 대접한다.

예로부터 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되어 왔다. 꽃가루와 꽃잎마다에는 사람에게 이로운 성분인 비타민, 단백질, 아미노산, 미네랄, 칼륨, 카로틴, 식물성 섬유질 등이 매우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시각적 즐거움, 음양의 조화, 성질과 맛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를 적당하게 음용한다면 질병치료의 보조적 효과까지 얻을 수가 있다.

이날 황수정 대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종류의 법제한 꽃들을 섞어서 차로 대접했는데 꽃차를 마시게 되면 꽃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성분을 동시에 이용하게 되는 장점이 있고, 다양한 성분들이 상승 작용을 하여 보다 큰 효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더욱이 인삼의 고장 금산의 야생화에는 향과 맛이 강하지 않아 꽃차의 풍미를 한껏 느낄 수 있고,특히 찻잔 속에 풀어진 꽃의 원형을 보는 시각적인 즐거움은 섞어 마시는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하겠다. 그래서 필자는 이날 염치 불구하고 넉 잔이나 마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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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이날 축하하러 원근 각지에서 오신 축하객들이 고맙고, 내조하면서 미소를 머금고 있던 사모님이 고마웠으며, 손님 접대하느라 뒷일을 도와주시던 이름 모를 아주머니들과 ‘꽃수레 꽃차’의 화수정 여사가 고마운 것이다.

황한섭 시인이여, 내년에도 제 4집을 발간하시어 다시 만나게 합시다. 알려만 주면 달려오리다.

그리고 잊지 마셔야 할 분. 황한섭 회장이 이렇게 활발히 창작활동을 하는 것은 내조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잊지 마시라.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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