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국방부·육·해·공 불러 질책한 靑
문희봉 본사 주필

국방부·육·해·공 불러 질책한 靑

▲ 문희봉/본사 주필

이게 무슨 일인가?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에 대해 북한이 비난하자 청와대가 군 고위 당국자들을 불러 질책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적의 도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방어훈련까지도 못하게 하는 것인가? 하긴 국가비상재난기금 조성을 위해 추경을 해야 하는데 그 중 국방예산이 많이 삭감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지난 8일 북한이 우리 군의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을 비난한 직후 청와대가 군 고위 당국자들을 불러 질책했던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당시 해·공군 합동으로 이뤄진 훈련 사실은 7일 국방일보에 보도됐다. 북한은 이 보도 다음 날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이라고 우리 군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자 청와대 안보실이 "왜 그런 내용이 보도됐느냐?"고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4일 "지난 8일 북한이 우리 군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을 비난하자마자 국가안보실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 당국자들을 바로 청와대로 불러 경위 파악에 나섰다."며 "청와대 차원의 조사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국방일보에 훈련 내용이 실렸는데, 그 때문에 북한의 반발을 샀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북한의 반발을 민감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가 문제 삼은 국방일보 보도는 7일 '敵 도발 원점 타격·작전능력 확인'이라는 기사다. '공군공중전투사령부가 6일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해군 2함대와 함께 합동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적 화력도발 및 기습도발에 대한 대응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훈련은 9·19 합의와 관련된 '서해 평화 수역'이 아닌 군산 앞바다에서 실시됐다.

북한은 이 기사를 빌미로 바로 다음 날(8일) 인민무력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냈다. 북 대변인은 "남조선 군부가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며 이러한 군사 연습을 벌여놓았다. 모든 것이 2018년 북남 수뇌회담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에 불려갔던 군 고위 관계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민감하게 나왔기 때문에 논의하자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우리 훈련을 비난했다고 청와대가 고위급을 단체로 호출하고 조사까지 나선 건 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통상적 훈련과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이렇게 나오면 우리 군이 앞으로 무엇을 하겠느냐?"고 했다.

청와대는 수시로 군의 일에 개입해왔지만, 공개되면 대체로 이를 부정해왔다. 청와대는 특히 북한 관련 사안에 대해 공식·비공식적으로 개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합동참모본부가 북한군 GP 총격 사건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북한 감싸기식' 발언을 하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와 군은 "사실과 다르다."며 유감 표명까지 했다. 김유근 안보실 1차장은 작년 7월 장관·합참의장과의 화상 회의에서 사단장을 직접 질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장관 등에게) 동의를 구하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군 관련 개입이 극적으로 드러난 건 작년 6월 '북한 목선 입항 귀순' 사건 때다. 당시 합참은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스스로 입항해 귀순했지만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축소·은폐 발표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실제로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기자실에 들어와 브리핑을 지켜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차장을 '엄중 경고' 조치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청와대의 개입이 군 활동에 위축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공군은 F-35A를 작년부터 도입하면서 전력화 행사까지 비공개로 진행했는데, F-35A 도입에 반발하는 북한을 의식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의 군 관련 개입은 어느 정권 때나 있었지만, 최근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게 군 안팎의 중론이다. 군 관계자는 "청와대가 일일이 개입·질책하면 군의 활동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 우리 軍의 존재 이유는 뭔가? 국국통수권자의 확고한 의지만이 적의 야욕을 뿌리칠 수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것만으로도 軍만이 아니고 모든 분야에 이르기까지 장관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 같아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희봉 본사 주필  mhb09@hanmail.net

<저작권자 © 미래세종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희봉 본사 주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