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기 원로목사/칼럼니스트

 미래통합당 새 원내대표에 주호영 의원이 선출됐다.

주원내대표의 취임 후 첫 일성이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강한 야당이란 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맥을 잘못 짚은 것 같다.

이 말은 해방 후 지금까지 모든 야당이 단골 메뉴로 써 먹던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 통합당에게 맞는 말은 부드러운 야당,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야당, 합리적인 보수, 품격 있는 보수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4년간 강변일변도(强硬一邊倒) 로 투쟁만 하다가 주저앉고 말았다. 유권자가 세대교체 되고 정치 지형이 재편되고 있음에도 수구적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대한민국 주류가 산업화 세대에서 민주화세력으로 바뀌었는데도 60대 이상에게만 먹힐 수 있는 냉전시대 가치와, 낡은 정치를 고집했다. 테극기 부대를 등에 업는 시대착오적 색깔 논쟁, 대안 없는 막무가내식 반대, 품격 없는 막말 등은 스스로를 낙동강벨트에 손발을 묶었다.

지금 강성보수층은 할 말을 잃고 우울해 졌다. 할 말을 잃은 것은, 예상치 못한 투표결과이고, 우울해 진 것은 선거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도 안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성보수층은 탄핵의 원상회복, 태극기 깃발아래 뭉치는 것이 진정한 보수라고 착각해 왔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시장경제원리만을 교리처럼 여기고 집착하였으며, 이것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사회주의로 몰아부쳤다.

장외에 있는 원로와 지식인들은 현 정부의 경제실패와 조국사태로 인한 도덕성 붕괴에 분개한 나머지, 강성보수에 대해 따끔한 질책을 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참혹한데도 통합당은 총선 후 진로를 놓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 싹수가 노랗다. 4연패를 당했으면 대성통곡 (大聲痛哭)을 하고 처절하게 반성을 해야 한다. 이제라도 선거패배 원인을 놓고 엄중하게 토론한 다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통합당과 같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선구적 인물이 있다. 19세기후반 생존조차 불투명한 영국보수당을 되살려 보수당의 아버지로 불린 ‘벤저민 디즈레일리’ 이다.

총리를 두 번 역임한 그는 산업혁명이후 정치적 변혁의 시기에 보수당이 위기에 처하자 진보당(자유당)보다 더 한 급진적인 개혁을 내걸고 난국을 정면 돌파 했다.

보수지지층은 귀족과 지주계층인데, 진보적인 유권자의 삶과 직결된 노동조건개선, 빈민주택제공, 국민위생수준제고 등 사회개혁 주도권을 쥐고 국민에게 다가갔다.

이런 파격적인 정책은 보수의 문을 확장했고, 당의 외연이 확대됨에 따라 전국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다.(강원택 서울대교수의 벤저민 디즈레일리편) 한국보수의 생존을 위한 길도 바로 이것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거나 과거로 회귀(回歸)하려하지말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변화를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통합당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될 정도로 지리멸렬 (支離滅裂)상태다. 당 차원의 패배분석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를 놓고도 중구난방이다.

문제는 형식이 아닌 내용이다. 개혁의 흉내만 내고 다시 과거로 회귀해 버린다면 비대위를 설치하든 전당대회를 개최하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은 46%, 통합당은 17%, 창당이후 최저치다.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제시치 못하면 정당의 생존이 위험하다. 영국의 보수당처럼 정부와 여당보다 더 파격적인 안(案)을 내세워 정국(政局)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하였다. 대권을 잡아야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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