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관계!

▲ 김석회/전 카톨릭대학교 부총장

부자 관계란 부모와 자식들 간의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말한다. 부모 없는 자식없을 테니, 그 관계 또한 천륜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아니고는 그 무엇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간의 관계는 부부관계 와는 또 달리 혈연 곧 피의 관계로 맺어진 관계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종족 본능이 실현되는 관계라는 의미에서 그 중요성을 무슨 말로 나타낼 수 있으랴!

이들 관계는 '부자 유친'의 관계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친'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그들 관계성 속 에서는 '사랑'과 '효' 라는 끈이 탄탄해야 한다. 어버이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자식들의 어버이에 대한 '효성'이 만날 경우 '부자유친'은 영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땅에 유교사상이 돈독했던 과거에는 이들 간의 관계가 끈끈하기 그지없었지만, 오늘날과 같은 핵가족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그 관계성이 점점 퇴색 되어가는 느낌을 갖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한 어버이 열 자식 잘 거느리지만 열 자식 한 어버이 잘 모시지 못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해 지고 있고, 천민자본주의 적 가치관 즉,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고 어떤 일에 서든 돈이면 다 된다는 가치관이 부자지간의 관계에 금을 가게 하는 일들이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버이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이는 근래에 이르러 여기저기에서 부자지간에 재산문제로 각종 분란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가 하면, 그 문제로 해서 부자지간의 연 마저 끊어지는 경우 또한 부지기수라 하니 하는 말이다.

부모와 자식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곧 부모가 자식을 '소유'로 여겨서도 안 되며, 자식 또한 부모를 '짐'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은 울타리가 될 수 있어야 하며, 자식에게 있어서 부모는 언덕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들 관계에서도 사랑과 존경의 끈이 영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경우 부자간 천륜의 관계성은 영원히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다. 부모들로서는 그들이 이 세상을 저버릴 때까지도 늘 자식들을 머리와 품안에 품고 살아가면서, 자식들로 하여금 이 거친 세상에서 잘 살아 줄 수 있기만을 기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곧 부모들이 자식들에 대해서 갖게 되는 내리사랑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식들 또한 부모들로 부터 받게 되는 내리사랑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지금 이려니와 먼 훗날 자신도 자식을 키워보면 부모의 그 뜻을 알게 될 터이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들도 늙게 될 터이니까.

내일은 일 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어버이 날 이다. 그날 어버이들은 자식들을 그리워는 하되, 그들에게 어떤 불편함도 갖게 하는 것은 결코 원치 않는다. 그저 안부전화 한 통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것이 어버이날을 맞는 어버이로서의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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