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국 맛이 나지요?

‘봄국 맛이 나지요?’

▲ 김용복 / 극작가

이 말은 부부가 함께 살아있을 때 나누는 정다운 말이다. 한 쪽이 먼저 떠났거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경우라면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월 초 책을 받아드는 순간 제목과 두 부부가 마주보며 웃는 모습을 보자 목이 메더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아내와 이런 대화는 물론 아무런 대화도 할 수 없는 생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 걸린 지 5년, 거기에 지난해 10월 30일에 뇌출혈로 인해 두 차례나 수술을 받고, 지금은 00요양병원에 입원 중에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두 부부의 얼굴조차 볼 수 없게 면회도 못하게 만들었다.

사그러드는 아내를 지켜본다는 것, 그것은 살아있는 나머지 짝으로서는 도무지 견딜 수 없는 형벌이다. 그런데 이들 두 부부는 “봄국 맛이 나지요?”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마주 보고 웃고 있었다.

그런데 눈물이 났다. 처음에는 행복한 두 분의 모습이 부러워서 눈물이 났고, 책장을 펼치면서는 박천규 수필가의 유고 수필집이라는 것을 알고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는 미망인이 되신 김순옥 마리아께서도 나와 같은 슬픔을 당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서다.

전화를 걸었다.

연세 드신 할머니의 음성이 들려 왔다. 누구냐고 묻는 말에 대답도 할 새 없이 “짝을 떠나보내고 어떻게 혼자 사느냐”고 하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얼마를 그렇게 울다가 마음을 진정시켜 자초지종을 말했다. 내 말을 듣자 사모님께서도 울기 시작했다.“어쩔 수 있느냐고, 누구나 가는 길인데”둘이서 울다가 전화를 끊었다. 목이 메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순옥 마리아여사는 말했다

“당신이 주님 곁으로 가신 지 여섯 달이 되는 3월, 베란다의 꽃잎에서도 당신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액자 속에서 웃고 있는 당신을 볼 때마다 “아하하하!” 들리는 환청(幻聽)에 도리질을 한다고. 어느새 등 뒤에 있어야 할 당신이 앞에 나타나 환하게 웃고 있다고. 깜짝 놀랄 만큼 그리움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자라는 것 같다고.

가슴 먹먹한 그리움을 안고 찾아 가는 대전공원묘원의 ‘묘소’에서도 눈물이 고여 머리를 떨궈야 하고 부축을 받아야 찾아가며, 도움을 받아 돌아오면서 살뜰하게 보살펴 주시던 당신의 손길이 그립다고. 오가는 길에서 만나는 나무도, 아름다운 꽃도, 지저귀는 새 소리도 부질없으며, 당신을 남겨두고 떼어야 하는 발자국이 천근만근이라“고.

언론인 강 효 섭씨도

‘인생은 나그네길’이라 하죠. 우리 모두 가야지요. 천국에 가서 미리 좋은 자리 준비해 두소. 막걸리잔 기울이며 “사랑의 미로”라도 불러봅시다.“라고 하며 애도 했다.

문학평론가 리헌석씨도 애닯은 심정을 이렇게 썼더군요.

“박천규 선생님의 조문 기간인 2019년 9월 17~19일은 월간지 『충청예술문화』를 편집하는 시기였습니다. 10월호에 선생님의 선종을 기리는 빈소 사진과 간단한 기사를 모셨습니다. 『문학사랑』 겨울호에도 사진과 함께 ‘유고특집’을 편집하였습니다. 『목요언론』 18호에 실린 강요섭 전 회장님의 ‘조사(弔辭)’를 초대하여 모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함께 활동하시던 한밭수필가협회에서 발행하는 『한밭수필』에도 ‘유고특집’을 편집하였습니다. 이승과 저승으로 멀리 계시지만, 선생님을 기리는 우리의 마음에는 잊지 못할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2020년 9월 17일에는 백천 선생님 묘소를 찾아 1주기를 기리자는 다짐을 주고받았습니다. 임강빈 시인, 김명배 시인, 김영배 시조시인, 김명녕 수필가, 김영우 시인 등을 추모해 왔던 것처럼 백천 선생님의 기일(忌日)에 맞추어 선생님의 순정한 문학정신을 기리기로 다짐하였습니다.“라고.

저도 한 마디 할게요.

박천규 선생님, 예서제서 추모하는 소리가 언론을 통해, 월간지를 통해 들려오는 모습을 볼 때 선생님의 생전에 삶의 모습이 어떠했으리라 추측이 갑니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생전에 따뜻하게 보살펴주셨던 것처럼 이제는 혼자 남아 눈물을 흘리며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계신 사모님께 행복한 모습 꿈에라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편히 영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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