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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담임의 눈물
솔향 남상선 / 수필가

제자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담임의 눈물

▲ 솔향 남상선 / 수필가

밤늦은 시각에 문자가 왔다. 82년도 충고에서 담임을 했던 양홍규제자가 < 대전서구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후보>로 출마를 했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말까지 곁들였다.

전화통화를 하려 했으나 밤늦은 시각이어서 고민에 가까운 생각을 하다가 다음날 통화를 했다.

< 선대위원장 그 자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그런 자리를 차지하려면 정치를 해 본 경험도, 사회적 지위도, 언변도 있고, 인품도 갖춘 분이어야 하네. 게다가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적격이겠지. 헌데, 나는 그런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니 다시 한 번 재고해 주길 바라네.> 했다. 그랬더니 < 선생님! 선생님은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라서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니 꼭 수락해 주셔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선대위원장만 맡아 주신다면 제가 꼭 당선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했다. < 내가 그 자리를 맡아준다면 당선될 것 같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그 자리를 맡기로서는 능력도, 자질도 부족하나, 제자가 그런 생각이라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돼 주고 싶었다. < 제자를 위하는 도움 되는 일이라면 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 하는 생각으로 수락을 했다. 그런 단순한 생각에 마음 내키지 않는 수락이 된 것이었다.

평상시 나는 코로나로 인한 불안공포인지 사람 많은 곳이나 음식점 같은 곳엔 가지 않았다. 그랬던 사람이 선대위원장 책임 때문인지 매일 선거캠프 사무실에 나가 살다시피 했다.

제자를 위하는 길이라면 코로나가 뭐 그리 무섭겠는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제자가 마냥 자랑스럽고 그냥 돕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사무실에 나가 하는 일은 방문손님께 인사하고 여기저기 전화하는 일이었다. 막상 해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타고 난 천성이 그런 일을 감당하기엔 낯설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용기가 나지 않았으나 제자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안간 힘을 다 썼다.

역시 사랑과 열정에 빠지면 체면도 자존심도 없어진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사랑과 열정에 빠지면 평상시에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는 눈이 하나 생겨나고, 들리지 않던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귀가 생겨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사람을 행복의 문으로 안내하는 견인차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선거 거리유세장에도 나가 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유세장에 모여드는 시민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 주는 시민도 다수 있었다. 다른 때 선거도 중요하지만 특히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번 선거대책위원장을 하면서 제자 양후보의 많은 장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학창 시절에 생

각할 수도 없었던 것들이었다. 그래서 경탄했다. 보통 선거 유세나 후보자들 토론이라면 대개의 후보자가 상대방의 단점이나 약점을 찾아 비방하고 흑색선전을 일삼게 마련인데 양(楊)후보는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기보다는 시민과 국민, 나라를 위해서, 아니, 걱정되는 나라를 위해서 소신을 가지고 일하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선하고, 바르고, 양심 있는 따뜻한 가슴으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걱정하는 제자가 자랑스러웠다.

제자는 국회의원 후보 출마자!

그 제자의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은 선거 대책 위원장!

말만 들어도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뉴스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언론이나 sns에 대서특필이 되어 주목을 받는 기사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이번 국회의원선거 제자 선거캠프에 나와 있는 동안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우며 깨달았다.

거리 유세장에 나가서 감동적인 장면도 목격했다. 후보 부인이 남편을 위해 행사치어리더가 돼 열과 성을 다하여 몸을 흔드는 모습은 나를 울컥하게 했다. 또 군에 입대한 후보의 아들이 특별휴가를 받고 나왔는지 마이크를 잡고 < 우리 아버지 도와 달라.>는 간절한 외침의 연설, 대학 다니는 딸이 아빠를 위해 노래로 봉사를 하다가 낯빛까지 그을린 모습은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정작 돈을 주고서도 볼 수 없는 감동의 진풍경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이걸 보고 < 가족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혈육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대가 지불 없이 시청한 소중한 수업이었다.

드디어 결전(決戰)의 15일이 되었다. 매일새벽 4시에 하는 기도를 오늘도 매달리는 심정으로 바쳤다. 제자 양홍규 후보와 미래통합당을 위한 기도였다.

투표장으로 가서 두 번째 기표자(記票者)가 되어 투표를 했다. 저녁을 서둘러 챙겨 먹고 선거사무실로 갔다. 개표 방송을 듣기 위해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예정된 출구조사 뉴스가 6시 15분에 터져 나왔다. 온 신경이 TV 화면에 쏠려 있었다. 대세는 더불어민주당 여당 쪽으로 판세가 기울고 있었다. 대세는 그렇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제자가 나오는 TV화면을 기다렸다.

긴장과 초조의 연속이었다. 애태우는 시간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었는지 TV 생중계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자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백중지세를 거듭해왔던 박범계후보에게 지고 말았다.

울컥하는 눈물이 앞을 가리는 순간 곁에 앉아 있던 후보제자도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던지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 같았다.

나는 기뻐도, 슬퍼도, 눈물을 잘 흘린다. 눈물을 달고 사는 울보임에 틀림없다. 그 잘 흘리는 눈물을 이번엔 제자가 등용문(登龍門)하는 기쁨으로 울고 싶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입술 부르트며 밤잠까지 설쳤던 후보와 그 가족의 소망아 물거품이 되고,

거리유세장에 나가 그 고생을 다한 후보자의 마음에 그 큰 한숨을 불러오고,

남편을 위해, 아니, 아빠를 위해 무슨 일이고 서슴지 않았던 가족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캠프에서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서 머리를 써 기획하고 뛰었던 종사원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내 매일 새벽 지극 정성을 다하여 매달리는 심정으로 올렸던 나의 청원기도가 소용이 없다니,

하늘이여!

정말 너무 하십니다.

이 울보 한 시간이 아니라, 온 종일 하루 훌쩍거리는 눈물을 흘려도 안 될 것 같습니다.

허나, 저는 믿습니다.

양홍규후보를 보다 큰 그릇, 큰 재목으로 키우기 위해 주신 은총의 시련이라 믿습니다.

이 번 흘린 눈물은 슬퍼서 흘렸지만

차기엔 제 제자 양홍규후보의 등용문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해 주소서.

청출어람(靑出於藍)하는 제자 양홍규후보의 등용문(登龍門) 자리에서,

너털웃음으로 함박꽃 피우는 그 자리에서,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 바다가 되게 하소서.

김용복 논설실장  bak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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