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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인터뷰 내용까지 조작하고 있으니
문희봉(주필·시인)

방송의 인터뷰 내용까지 조작하고 있으니

▲ 문희봉(주필·시인)

MBC PD수첩이 또다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방송된 PD수첩 '2020 집값에 대하여: 커지는 풍선효과 불안한 사람들' 편에서 제작진은 서울에 9억 원대 아파트를 가진 취재원을 무주택 세입자로 둔갑시켜 내보냈다. PD수첩은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도 무주택자의 불안감을 부각시키려는 방송 의도에 맞춰 팩트(fact)를 왜곡해 비난받고 있다.

MBC 노동조합(제3노조)은 13일 성명서를 내고 "과거 광우병 관련 허위 사실들을 방송했던 PD수첩이 반성은커녕 여전히 원고에 현실을 짜 맞추는 제작을 계속하고 있다."며 "인터뷰 조작에 강력한 조치를 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MBC 측은 "아직 징계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취재원 요청에 따른 것이라 조작은 아니라고 본다."고 해명해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PD수첩의 제작 관행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수시로 '대역 재연'이나 '음성 재연' 형식으로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진실성의 기준을 흐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작년 12월 3일 검찰과 출입기자단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한 '검찰기자단' 보도가 대표적이다. 화면에 '대역 재연'이라고 붙은 현직 검사 A가 "단독에 목을 매는 기자들이 거기(검찰) 자꾸 쳐다보게 되고 친하면 한 개씩 흘려주면서…."라고 말하고, 잠시 뒤 또 '대역 재연'으로 나온 기자가 인터뷰를 이어가는 식이었다. 전체 40여 분 분량에서 7건이나 대역 인터뷰가 나왔다.

방송 직후 대법원 기자단은 단체 성명을 통해 "얼굴을 가리고 음성을 변조하는 것도 모자라, 가명에 대역 재연까지 써가며 현직 검사와 법조기자를 자칭한 인물들이 인터뷰한 내용의 허구성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기자 앞에 조서를 놓아둔 채 수사 검사가 통화를 핑계로 자리를 비켜줬다." 등 법조계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방송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작년 10월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 딸에게 수여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다룬 '장관과 표창장' 편에선 입맛에 맞는 취재원만 골라 인터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동양대 재직 중이던 진중권 전 교수는 "동양대에서 표창장이 위조되지 않았다고 믿는 교수는 둘밖에 없었고, 모든 교수는 다 위조라고 생각했는데, (PD수첩은) 하필 딱 두 분을 접촉했다."며 "처음부터 딱 정해놓고 갔다."고 비판했다. PD수첩은 이 방송에서도 전·현직 동양대 교수·강사·직원들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일부 인물의 음성과 모습을 '대역 재연'으로 썼다.

PD수첩은 정치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내용을 방송할 때 인터뷰에 대역 재연을 등장시키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장관과 표창장'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받던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를 옹호하는 내용이었고, '검찰기자단' 역시 정부가 추진해온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MBC의 인터뷰 조작 논란은 PD수첩만이 아니다. 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는 2017년 12월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자사 오디오맨을 일반 시민처럼 등장시켜 인터뷰했다. 2018년 1월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가 헌법 정신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말한 일반 시민이 실제로는 MBC 인턴기자였던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취재 내용이 '진실'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해야 할 인터뷰에서 조작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윤석민 교수는 "대역을 써서 상황을 재연하거나 연출하는 방식은 사실을 왜곡해 전달할 수 있어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취재원이 하는 말을 검증해야 할 MBC가 원하는 내용을 방송하기 위해 수시로 대역을 쓰고 허위 사실을 내보내는 것은 심각한 취재 윤리 위반"이라고 했다.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인터뷰 조작은 MBC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PD수첩의 제작 방식을 점검하기 위한 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미디어연대는 "공영방송으로서 공정 보도, 객관적 보도, 국민 전체를 위한 방송을 해야 할 MBC가 그 본령을 벗어나 '조작 방송'을 통한 '보도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PD수첩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월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통해 한국 사회를 공포와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사람이 숨졌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도축해 한국에 수출한다.'는 인식이 전방위적으로 유포됐다. 그 결과 3개월 넘도록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당시 PD수첩이 만든 영상과 이미지는 왜곡·조작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결정적 팩트로 제시한 인간광우병 의심 증세로 숨진 20대 미국 여성의 어머니 인터뷰 과정 등에서 왜곡 논란을 빚었다.

PD수첩 제작진은 당시 보도로 인해 각종 명예훼손 소송에 직면했다. 3년 넘게 이어진 소송 끝에 2011년 9월 대법원에선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PD수첩이 방송한 주요 내용들에 대해선 허위(虛僞)라고 판시했다. ▲인간광우병 의심 증세로 사망한 미국 여성이 실제로 광우병에 걸렸다는 식으로 단정한 부분 ▲주저앉는 증세를 보이는 소(다우너)들이 마치 광우병에 감염된 것처럼 편집한 부분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라고 한 것 등이다.

이렇듯 엄청난 물의를 빚은 PD수첩 제작진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MBC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당시 PD수첩 책임프로듀서를 맡았던 조능희 씨는 현재 기획편성본부장을 거쳐 MBC 기획조정본부장 이사로 재직 중이고,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던 송일준 PD는 현재 광주MBC 대표이사 사장이다. 현장 취재를 담당했던 이춘근 PD는 '실화탐사대' PD로, 김보슬 PD는 홍보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참 희한한 일이다. 줄을 잘 서야 승진도 가능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앞날이 암울하다.

 

문희봉 칼럼니스트  mhb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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