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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내용을 덮는다고 죄가 없어지지 않는다
문희봉(주필·시인)

공소장 내용을 덮는다고 죄가 없어지지 않는다

▲ 문희봉(주필·시인)

진보 성향인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경애(55)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 "민주화 세력은 독재정권을 꿈꾸고, 검찰은 반(反)민주주의자들에 저항하는 듯한 초현실"이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 사유이고 형사처벌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속이 시원하다. 야당이 야당 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권경애 변호사 같은 분이 있어 천만다행이다.

권 변호사는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 범시민사회공동대책협의회 법률자문단에서 활동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감사를 맡고 있고, 지난해 7월부터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및 수사권 조정 TF에서 활동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보면 1992년의 초원복집 회동은 발톱의 때도 못 된다."며 "감금과 테러가 없다뿐이지 수사의 조작적 작태는 이승만 시대 정치경찰의 활약에 맞먹는다."고 했다. ‘초원복집’ 사건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제14대 대선 직전인 1992년 12월 11일 부산의 초원복집에서 부산시장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관계자 등 부산 지역 기관장들과 모여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김영삼 후보가)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등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대화를 나눈 게 도청을 통해 폭로된 사건이다.

권 변호사는 '초원복집 사건'에 대해 "(김 전 실장이) 불법 관권선거를 모의한 중대범죄보다 '도청'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켜 본질을 흐리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어 여론을 돌파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며 "본질을 뒤바꾸어 사건의 본질을 가리는 프레임 전환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전유물적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법무장관은 위중한 본질을 덮기 위해 공소장을 비공개하고, 유출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서며, 공소장 공개 시기에 대한 공론을 조장한다."며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를 외치던 세력들이 김기춘 공안검사의 파렴치함을 능가하고 있다."고 했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욕하는 형국과 무엇이 다른가?

권 변호사는 "민주화 세력은 독재정권을 꿈꾸고 검찰은 반민주주의자들에 저항하는 듯한, 이 ‘괴랄’한 초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할 사람은 입을 꾹 닫고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야당이 저 모양이니, 총선이 지나면 다 묻힐 것이라고 참고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라고 썼다. 그가 글에 첨부한 사진은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날 취임사를 통해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브리핑이라는 게 없었다.

그는 지난 7일에 올린 글에서도 "청와대 조직이 대통령 친구의 당선을 위해 경찰청장에게 수사 청부를 하고 수사상황을 보고 받으며 사실상 수사지휘를 했다는 혐의로 13명이 기소됐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소장 비공개 결정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통제했지만, 막아질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공소장 내용은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사유이고, 형사처벌 사안"이라며 "그분(문재인 대통령)은 가타부타 일언반구가 없다. 이곳은 왕정이거나 입헌군주제 국가인가?"고 했다.

권 변호사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공소장을 보면 경찰이 영장청구권까지 부여받으면 생길 험한 상황에 대한 예견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들의 목적은 범죄의 수사가 아니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주변인에 대한 영장 관련 보도가 언론에 나가서 여론을 조작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고 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검사의 경찰 견제 수단이 검사의 영장청구권"이라며 "황운하(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법원에 대한 영장청구권이 있었다면 어떻게 그림이 전개됐을까?"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경찰은 검사처럼 별 볼 일 없는 변호사 자격증이나마 믿고 사표를 내던지며 부당한 수사개입에 저항할 수 있는 배수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에 사활을 걸었는지 그 이면의 의도에 대해 다시 한번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공소장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도 여당도 정부도 이에 대해선 침묵이다. 그렇다.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라는 말이 이런 상황에서 딱 어울리는 말이다. 여당 원내 대표라는 사람은 선거 후 ‘토지 공개념, 종교, 언론 등 패권 재편까지 밝히고 있는 사실에 과연 대한민국의 진로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심히 우려된다.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건지, 공산주의를 하겠다는 건지 헷갈린다.

문희봉 칼럼니스트  mhb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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