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정말 살기 좋아졌는가?
문희봉(주필·시인)

정말 살기 좋아졌는가?

▲ 문희봉(주필·시인)

 

정부가 작년 12월과 올 1월, 두 달에 걸쳐 정부 홍보 책자 14만 권을 만들어 KTX ·SRT 등 열차와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 등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에 '내 삶을 바꾸는 문재인 정부 정책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의 책자를 4만 권을 만들어 주민센터 등에 배포하더니, 이달엔 설 명절을 앞두고 '한눈에 보는 2020 문재인 정부'라는 책자를 만들어 열차 안에 비치한 것이다. 27일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데는 총 1억 5,000만 원가량이 투입됐다 한다.

두 책자의 제목만 보면 '가전제품 사용설명서'처럼 개인이 정부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자 같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을 자화자찬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현 정부 들어) 일자리가 늘어나고 질이 좋아졌다."는 식이다. 두 책의 목차 역시 '전 생애에 걸쳐 높아진 삶의 질', '국민 모두가 누리는 기분 좋은 변화', '내 삶이 나아집니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가 그런가? 일자리가 늘어났는가? 노인들이 하고 있는 주3회 3시간 짜리 일자리를 가지고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럼 3~40대 일자리는 어떤가?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살기가 어렵단다.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은 IMF 시절보다도 더 나빠졌다고 한다.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문을 닫는 가게가 생겨난다. 그런데도 경제가 잘 풀리고 있다니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업종을 잘못 선택했던지, 사업수완이 나쁜지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건들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돈이 돌지 않는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정책들을 젊은이들에게 쏟아낸다. 누가 힘들여 일하려고 하겠는가.

두 책자에서는 현금 복지 확대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아동수당을 지급해도 출산율은 낮아지고, 기초연금 금액을 늘려도 고령층 빈곤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자리도 초단시간(주당 근무시간 1~17시간) 일자리와 고령층 취업자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대치로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질이 좋아졌다.'는 평가와 거리가 있다.

경북의 한 지자체에서 30년가량 근무한 한 공무원은 "주민센터에 복지수당 신청이나 행정 서비스 안내 자료가 아닌 정부 홍보 자료를 비치한 것은 거의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김광림 의원은 "지금은 정부 정책의 성과를 자랑하는 책자 등을 만들 때가 아니라 반(反)시장적 경제·사회 정책이 낳은 부작용에 대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금 비이커 속에 든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밑에서 서서히 열을 가해 주니 처음에는 살 만하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이커 속의 개구리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문희봉 칼럼니스트  mhb09@hanmail.net

<저작권자 © 미래세종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희봉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