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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화상(自畵像)
도한호 칼럼니스트

일본의 자화상(自畵像)

▲ 도한호 칼럼니스트

1990년대 초의 어느 늦은 가을에 아내가 생활협동조합 관련 일로 일본에 다녀와서, 도쿄 시내 번화가와 지하철 입구 등 행인의 왕래가 잦은 곳에 그해 가을에 붕괴한 우리나라 성수대교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걸어놓은 것들을 보고 마음이 몹시 언짢았다고 말했다.

알다시피, 1994년 10월 21일 아침 출근 시간에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의 상판 트러스트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서 다리를 건너던 차량과 사람들이 한강에 떨어져서 32명의 아까운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다친 사람도 많았던 참사가 있었다. 그런데 이웃 나라 일본이 그것이 무슨 기쁜 소식이라고 사진을 확대해서 길거리 여기저기에 걸어놓았을까. 그들 일부 일본인들은 한국의 비극을 안타까워하기는커녕 놀림감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당시의 일본은 기술도 최고, 경제도 최고였고, 안전도 최고라고 주장하며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자신감에 차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17년 후인 2011년 3월에는 일본 후쿠시마현 일대에서 진도 7,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쓰나미가 밀려들어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전 3기가 붕괴했고. 수많은 가옥과 시설이 파괴되어 사망 19,000여 명, 실종자 2,500여 명이 나는 큰 재해가 뒤따랐다. 또한, 원전 붕괴로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인근 미야기현 등 4개 현이 극심한 피해를 보았고 23만 명에 가까운 주민이 집을 잃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고향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이를 본 세계 각국은 성금을 보내고 복구인력과 물자를 지원했다. 한국도 모금 운동을 펴서, 필자가 알기로 1천억 원에 해당하는 성금과 물자와 복구인력을 지원했다. 그런데, 성금 명세를 발표한 일본 국영방송 NHK는 한국이 성금을 보낸 사실을 감추고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이 지난여름에 연이은 태풍과 홍수로 국가적 재해 수준의 피해를 본 것을 보고 우리 국민은 마음으로는 안타까워하면서도 성금을 하지 않은 것은 감사할 줄도 모르고 한국으로부터 도움받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나라에 또다시 성금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대통령과 정부의 결단에 우리 국민은 무언의 동의를 보냈다. 만약 한국이 이런 재해를 당했다면 일본은 얼마나 큰 사진을 내걸고 희희낙락했을까!

필자는 항상 일본인은 친절하고, 청결하고, 정직하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그것은 아마 필자의 일본인 지인(知人)들의 성품을 보고 다른 일본인들도 그들과 같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난 7월에 일본의 아베 총리와 집권 여당이 불시에 한국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지소미아(GSOMIA) 연장 문제와 관련해서 보인 이율배반적인 언행을 보고 그와 같은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필자가 발견한 현재의 일본은, 정치에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백성의 소리가 없고, 지식인은 버림받고, 문화는 과거 속에 잠들어 있고, 경제는 세계 제일의 빚쟁이 국가로 전락했고, 국가 신용도는 한국보다 두 단계나 아래에 놓여있다. 거기에다 영국의 한 민간 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거짓말을 잘하는 나라이며, 세계 125개 나라 중에서 125번째로 남을 돕지 않는 나라이다. 이것이 온 세계에 알려진 오늘의 일본의 모습이다.

일본 극우 보수주의 노선을 옹호하는 산케이(産經) 신문과 대표적 사설 혐한 방송 DHC를 비롯한 매스컴의 왜곡과 “혐한 보도”는 유치하고 가증스러워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다. 우리 국민은, 과거 36년 동안 백두산에서부터 한라산까지, 땅속에서부터 언어와 문화유산까지 한반도를 탈탈 털어간 일본이, 초토에서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고 일어서는 한국을 왜 이처럼 시기하고 혐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베 총리와 그의 행정부가 보이는 말 바꾸기와 이중성은 도를 넘어서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런데, 일본의 혐한과 비방의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보니 그것은 한국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일본인 자신들의 자화상이었다. 한국인은, 그들이 조롱하는 것처럼 그렇게 우둔하지도 않고,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겁쟁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독사도 해코지하지 않으면 사람을 물지 않는데 일본은 갈길 바쁜 한국의 발꿈치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열강은 어깨 걸고 내일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는데, 아베 정권은 성장동력을 상실한 기업과 순진한 백성을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에 내던져놓고, 아침저녁으로 온갖 거짓말과 과장된 표현으로 한국을 조롱하는 것으로 웃을 일 없는 국민에게 코미디 같은 연기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 들으세요. 비방은 자신이 망해간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예요. 그리고 잘 되는 사람은 남을 비방할 겨를이 없는 법이에요. 우리는 바빠요. 그리고, 목 조이고 발목 잡힌 한국의 뒷발에 허리라도 밟히기 전에 정신을 가다듬고 치졸한 당신들의 자화상부터 살피세요.”

도한호 칼럼니스트  bsj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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