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지섭 칼럼니스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로 쓰이는 3개 품목과 기타 전략(戰略)물자 관련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의 발단은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판결이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파기는 그 배경이 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청구권협정 파기는 50년 이상이 지난 문제이고 서서히 협의할 정치적 사건이므로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만 현재 당면한 양국간 초미(焦眉)의 관심사항이고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가 파탄나고 한미일 안보체계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그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도외시한채 일본과 세력대결과 감정적인 문제만 도출하면서 싸움만 걸고 있는데 이는 하책중의 하책의 정책임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자, 그러면 청와대 대응방안의 실태를 리뷰해 보자.

우선 대외적 조치로 세계무역기구(WTO)제소와 대내적 조치로 청와대를 비릇한 정부와 정치권의 범정부적 투쟁종용을 유도하자는 것이며 대내적 조치는 다시 단기대책과 근본적 장기대책을 병용하여 대일투쟁을 하자는 내용이다. 단기대책은 수입처의 다변화와 국내생산 확대, 해외 원천기술의 도입을 제시하고 있고, 근본적 장기대책으로는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 등의 국산화 비율을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자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타당한 견해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 견해는 일본과의 무역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경제정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지금 당장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기업을 보호하고 국내 경제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당면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또 다른 청와대의 대응방안으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에 관하여 트럼프의 중재를 요청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이 방안 역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에 대한 친소관계나 한일비중을 놓고 볼 때 미국이 한국보다는 일본과 더 친하고 한국보다는 일본을 더 무겁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한 30개 기업에 대하여 청와대와 정부가 당장 속 시원하게 제시하여 대응할 뚜렷한 정책은 없으며 상기 대응방안은 그 해결책이 되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하다 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賠償)판결의 내용을 개관하고 그 정당성 여부 및 우리의 실용주의적 입장에 입각한 대응방안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하여 살펴보면 우리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1941년부터 1944년 간 일본제철(지금은 신일철주금)에 징용되어 강제노동에 종사하였던 이춘식 씨 등 4명에 대하여 각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에 대하여 일본 정부는 청구권 문제는 한일 양국 간 그리고 양국 국민 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하여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으므로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고 하여 부당하다고 한다. 또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관계에서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국제법상 각국은 내부적인 이유만으로 국제법의 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한 국가가 갖는 국제적인 의무가 면제된다면 국제법과 국제질서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무시되고 한일청구권협정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형식적인 합법성만 따진다면 일본 정부의 주장도 일리는 있으며 한일청구권협정의 역사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협정체결의 범위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다.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일본 정부가 저지른 살인,강간,강제노역 등의 모든 반인륜적인 행위까지 금전으로 환산하여 그 협정내용으로 포함시킨다는 것은 그러한 범죄행위 자체를 정당화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행위는 협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 기업이 한국의 국민에 대하여 강제노역시킨 행위에 대하여 협정했다는 것도 비록 그 내용이 국가의 협정이라는 이름하에 문서화된 것이라해도 한일청구권협정과 동일한 논리에 따라 성질상 그 효력은 무효라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입각하여 우리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바이다.

따라서 한국은 한국 대법원이 일본의 강제징용에 대하여 배상판결을 내렸다해도 그것은 한국 정부로서는 삼권분립의 원칙상 어쩔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고, 한편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상반된 주장을 할 것이므로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의 논리적 판단은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설사 옳고 그른 판단이 규명된다 해도 양국 간의 감정만 증폭될 것이므로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주장하는 동시에 우리도 ‘일본 정부 막다른 길 가지 말라’고 하거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일본 경제에 더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한다’ 등과 같은 일본의 감정을 자극하는 협박성 표현을 자제하면서 양국에 이익이 되는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져봐야 감정만 상할 뿐 해답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사법적 판단이므로 행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다며 강건너 불 보듯 사실상 방치하며 방관해 온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결론적으로 한일갈등을 해결하는 구체적 방안으로는 문 대통령이 아베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양국의 경제적 이익과 한미일 안보체제 구축 강화를 제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할 것이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의 당부에 대한 논의는 국익도 다르고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제쳐두고 양국의 원수가 만나 판결비용만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부담토록 한다면 양국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고 경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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