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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사랑한다는 것
  •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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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오성자 남편

내 나이 팔십.

이제야 참 행복이라는 게 무엇인지 깨닫고 진정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고 있다. 아내를 위해 밥 짓고, 반찬 만들고, 설거지하며, 청소하는 모든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 아내는 고춧가루 들어간 반찬은 먹지를 않는다. 그래서 파김치며, 배추김치를 고춧가루 없이 허옇게 담는다. 내가 만든 반찬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우리 집에는 나와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이 자주 와서 청소도 해주고 세탁기도 돌려주고 냉장고 청소도 해준다. 그러면 그렇게 마음까지도 개운해질 수가 없다. 그리고 나서 밥을 지어 먹고들 환담을 하며 놀다가 돌아가곤 한다.

▲ 밥을 받아먹는 아내의 모습. 늘 이렇게 먹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 2019, 7월 14일, 일요일.

주일인데 교회도 못 갔다. 예배 시간에 자주 떠들어대기 때문이다. 동네 뒤에 있는 도솔산으로 운동가자고 했다. 좋아라 활짝 웃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원피스를 입고 머플러까지 했다. 치매 4등급이면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엉뚱한 행동을 자주 한다. 다시 옷을 벗기고 바지로 갈아입힌 다음 손잡고 현관을 나섰다. 월평공원 싸이클 장을 거쳐 내원사 뒤편까지 가는 동안 기분 좋아했다.

오는 길에 사이클 공원에 있는 매점에 들러 국수를 먹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행복할 수 가 없다. 집에 돌아와 목욕을 해주었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편안히 잠든 아내를 보고 있노라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내 이름이 무엇인지 알지를 못하지만 내가 남편이라는 것은 알아본다. 그래서 어디고 함께 다니려 한다. 갑천변도 함께 걷고, 남편 모임에도 함께 따라 간다.

얼마를 자고 있던 아내가 일어나더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에게 와서 무언가 말을 해댔다. 얼굴 표정으로 보아 저녁밥을 달라는 의사였다. 밥을 안치고 미역국을 끓이는 동안 아내는 베란다를 통해 밖을 보며 찬송가를 불렀다.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이다. 자기의 눈동자 안에 남편인 내가 들어가 있으니 얼마나 안심이 되랴!

▲ 문학사랑글짱들 출판기념회 참석해서 활짝 웃는 아내의 모습

저녁을 먹고 아내도 나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아내는 잠이 오지 않는지 거실이며 베란다를 오가며 찬송을 불렀다.

시간이 좀 흘러 잠이 얼핏 들었는가 하는데 아내가 내 방에 들어와 품에 안기는 게 아닌가. 어서 가 자라고 등을 밀쳐냈다. 그랬더니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또 품에 안긴다. 손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은 다음 꼭 안아주며 얼굴을 비벼 주었다. 그랬더니 편안히 눈 감고 잠드는게 아닌가?

그리고 새벽이 되었다.

언론사로 보내는 글을 쓰려고 새벽에 일어나 거실 불을 밝히니 이게 웬 일. 거실 바닥이며 씽크대 위에 음식물 토해낸 것이 그들먹 하였다. 순간 어제 저녁 일이 머리를 스쳤다. 토해 놓은 것을 알려주려고 내게 찾아와 품에 안긴 것을 모르고 밀쳐 냈으니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 김소영 내외분도 문병 오시고

거실이며 씽크대 위에 토한 것을 쓰레받기로 담아내고 봉걸레를 빨아다 닦고 또 닦고 했더니 깨끗해 졌다. 순간 울컥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잠들어 있는 아내 방으로 들어가 꼭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댔다. 사랑스럽다. 그리고 행복했다. 일을 저질러 놓고 의사 표시도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에 얼마나 괴로웠을까?

아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래서 살아 있는 아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렇게 고맙고 행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스물세 살에 시집와 56년 동안 내 얼굴만 바라보고 산 내 아내 오성자다. 그런 그가 지금은 불치의 병 치매에 걸려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변을 실수하고, 거실 바닥을 어질러 놓고, 침대 위나 씽크대 위에 음식물을 토해 놔도 더럽다는 마음이 안 드는 이유는 아내가 살아있다는 행복감 때문이다.

원로 시인 김상옥 선생님은 60여 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를 잃자 식음을 전폐하고 지내다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내 친구 월정은 사랑하는 아내를 갑자기 잃고 날마다 눈물을 흘리며 살았고, 나와 가까이 지내는 남선생님도 갑자기 아내를 잃자 식음을 전폐하고 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처럼 아내는 소중하다. 토하면 어떻고 대변을 실수하면 어떠랴.

이처럼 내 아내가 치매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 되자 ‘주)비센 바이오’회사에서 치매치료에 도움이 되는 ‘A4M’ 치료제를 몇 개월 동안 보내주고 특별히 제작한 족욕기와 그에 필요한 약물도 보내주고 있어서 병원약과 함께 치료 중에 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나라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다. 예서제서 격려 전화도 오고, 아내에게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다.

▲ 김진태 의원님 내외분도 문병 오시고

이 고마움에 보답하는 것, 그것은 아내가 살아있는 동안 짜증내지 않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일 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한 마음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bsj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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