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일 시인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산다는 것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하셨다

피죽도 한 그릇 먹어보지 못한 것처럼

온몸도 피부도 얼어터져 갈라지고

히죽이 눈웃음으로 강변을 가리킨다.

동장군이 칼바람을 업고

만신창이 되어 도망가는 꼴이 가관이다

쓸쓸한 웃음 속에 기다림이 있다

지난 풍요, 수많은 식솔들

하나같이 파란 옷 입히고

곳간마다 쌀로 가득 채워놓고

오고가는 입마다 후한 쌀밥인심

너의 향기가 아련히 가슴을 찌른다.

오월을 그리워하며

할아버지 말씀을 새기면서

이팝나무 허리를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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