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자 시인

삼 십 년전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 앞에 
여린 몸 가눌길 없었던, 

트럭에 두 아들과 짐을 싣고
경기도 산골을 떠나던 날
텃밭에 철없이 웃고 있던 하얀 감자꽃

미움과 원망도
자신에게 죄를 짓는 일이기에
용서를 숙명이라 여기며
지나온 세월

가슴에 화석이 되어
수행 중인 상형 문자들
차마 세상에 내놓을 수가 없었다

달빛 출렁이는 초하의 시간
하얀 감자꽃은 여전한데
가슴에 대못을 박아 놓고
그는 
다시 못 올  먼 길을 나섰다
한 마디 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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