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한번 울면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이 말, 일명경인! 史記, 滑稽列傳(골계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웅지(雄志)를 품은 자가 가만히 있다가 시대가 오면 행동을 취하여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위왕(威王)은 30살이 채 못 되는 젊은 나이에 즉위하여 득의만면(得意滿面)했다.

그는 국사를 내 팽개치고 매일매일 주연을 벌여 밤을 지새우는 일이 허다했다.

조정에 나갈 시각이 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어 신하도 깨우는 것을 삼갔다. 이렇게 3년이 지났다.

왕이 이 지경이니 정치는 혼란한데다 국경은 자주 침범당해 나라꼴이 엉망이었다. 신하들은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며 걱정했지만 아무도 감히 왕에게 간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보다못한 대부 순우곤(淳于곤)이 어느 날 왕을 배알했다. 순우곤은 몸집은 작지만 재치 있는 언변에 능한 사람이었다.

"이 나라에 큰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3년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무슨 새인지 아십니까?" 왕은 그의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답했다.

 

이 새는 날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此鳥不飛則已, 차조불비즉이)

한번 날면 하늘에 오르며 (一飛沖天, 일비충천)

울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不鳴則已, 불명즉이)

한번 울면 사람을 놀랜다 (一鳴炅人, 일명경인)

 

왕은 말을 마치자마자 술잔을 내던졌다. 그리고 많은 신하를 이끌고 국내 순시에 나섰다. 한번 울기 위해서다.

먼저 즉묵(卽墨:산동성)에 갔더니 논밭은 잘 경작되어 작황도 순조로우며, 백성의 생활도 풍요로운 데에 만족했다. 왕은 즉묵의 대부를 불러, "이만큼 잘 다스려지고 있는데, 그대를 비난하는 소리가 높은 것은 내 측근에게 뇌물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고 칭찬하며, 즉시 1만호의 봉토(封土)를 주었다.

다음에는 ‘아(阿)’지방으로 갔다. ‘아(阿)’지방은 논밭이 황폐해져 있었고 백성들의 얼굴도 어두웠다. 왕이 대부를 불러내어 꾸짖었다. "이런 모양인데도 그대를 칭찬하는 소리가 내 귀에 따갑게 들린 것은 측근에게 뇌물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 분명하다."

대궐로 돌아온 위왕은 전국 72현의 현령을 소집하고 신상필벌의 평정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아(阿)’의 대부는 특히 악질이라 하여 솥에 삶아 죽이는 팽형(烹刑)에 처하고 그를 칭찬한 자도 같은 죄라 하여 처단했다. 그 후로 제나라는 잘 다스려지고 백성의 생활도 안정되었다. 또 위(魏)나라를 공격해 토지를 할양받았다. 이후 제나라는 몰라볼 정도로 변화되었다.

사기(史記)는 순우곤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순우곤은 제나라 사람의 데릴사위였다. 키는 7척도 못 됐지만 익살스럽고 변설에 능해 여러 번 제후에게 사신으로 갔는데, 굽히거나 굴욕당한 적이 없었다.”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말은 자복이나 퇴장과 같은 의미이다.

자복(雌伏)이란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 세월만 보낸다는 뜻이고, 퇴장(退藏)이란 물러나 숨어 있다는 뜻이다. 유사한 말로 一飛沖天(일비충천) 飛必沖天(비필충천)이 있다.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 세월만 보내고 있는 사람. 그리고 강력한 통치권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창간 세 돌을 맞이하는 미래 세종일보엔 순우곤(淳于곤) 같은 필진들이 칼보다 무섭다는 펜을 들고, 위왕(威王)과 같은 통치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날마다 부르짖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그러니 권력의 칼자루를 잡고 휘두르는 자들이여, 이것만은 알자. 칼보다 더 무서운 펜을 잡고 있는 필진들이 미래 세종일보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요즘 같은 세상에 왜 통치능력 있는 군주가 생각나는가? 모두가 썩었기 때문이다. 썩은 자들이 정치한답시고 예서제서 나타나더니 쥐꼬리만한 권력을 남용해 끼리끼리 작당한 뒤 야금야금 파먹어 나라가 침몰 직전에 있기 때문이다.

왜 아니 그러랴! 머리띠만 두르고 쇠 파이프만 휘두르면 적게는 몇 억, 많게는 수십억씩 챙기게 되니 구미가 당기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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