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꽃에게

동호 조남명 / 시인

 

 

담벼락 아래 다소곳이

진붉게 피어

촉촉한 눈 못 올려 뜨고

수줍게 서있는 명자꽃, 너

 

아직도 부끄러워

잎새 사이 숨어 얼굴 못 드는

청초하고 곱디고운

속 붉은 것, 명자야

 

어린 너를 심어놓고 기다림에

첫 꽃물 터져

처음으로 네 속옷이 붉게 젖었을 때

어찌할 줄 몰라 하던 네 모습도,

도톰했던 너의 붉은 입술도

지금도 그대로구나

 

세상에 무슨 꽃이

너보다는 더 붉을 수 없는 上色에도

외로움 아픔 참고

난체할 줄 모르는 겸손한

거기 있기엔 아까운 명자꽃

너 만한 꽃이 어디 있더냐

 

 

 

 

▲ 동호 조남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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