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도화가의 고뇌유혜원/ 도자화가
  •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25 08:14
  • 댓글 0

 

 

▲ 유혜원 / 도자화가

대전미술제 작품을 전시를 하고 한번 들여다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작품 앞에 나를 세우는 일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작품이 전시장에 있는 그 순간 실존은 관객에게 온전히 맡기는 거랄까.

물론 하나의 작품을 두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밤을 지셀 수도 있으나 나는 가급적이면 내 작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으려 한다. 그것이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진정성이다.

 

나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도화가이다. 영원한 도자기의 빛깔에 불을 지펴 도자화라는 영원한 카타르시스를 표현한다.

이번 미술제에 참가하면서 내가 있어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자분야도 아니고, 서양화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분과이기에 부득이하게 디자인 분과에 전시를 하게 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한가. 작품의 세계는 분야를 막론하고 결국은 하나로 만나는 것이 미술의 세계가 아닌가.

융합의 시대이고 구태여 구분 지을 필요가 있을까. 도자와 회화 이것은 곧 실용과 순수의 결합이고 새로운 미술의 장을 열어가는 계기가 되어 전시회에 참가 하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뜻 깊은 전시였다.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 놓는다는 것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평가를 받기 위한 것. 남과 함께 내 작품에 대하여 평가를 받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영광인 것이다. 그 행운이 뜻밖에 찾아온 것이다.

작품전시회를 여러 차례 해 보았지만 다른 분들께 평가를 받아보긴 이번에 처음이다. 그 평가를 해주신 분이 김용복 칼럼니스트시다. 이 평가가 중도일보를 비롯한 몇 언론에 소개 되고, ‘충청문화 예술’ 5월호에도 게재되는 영광을 얻었다. 깊은 가슴속 내면에서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김선생님의 평가를 옮겨 본다.

 

≪도화가 유혜원님은 달밤을 그리되 구름 한 점 없는 별이 총총한 밝은 밤을 그렸다. 오히려 별빛에 가려 달빛이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노금선 화백처럼 원로 화백들 사이에 끼인 신출내기 화가가 향방을 잡지 못해 숨고르기를 하는 심정을 표현 한 것일까? 아무래도 좋다. 생을 받은 모든 사람들은 때론 서글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그 뭇 사람들의 서글픔과 외로움, 그것을 유혜원 화가는 고독함으로 바라보는 겨울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달 밝은 겨울밤은 너나없이 고독하다. 보라 왜적과 맞서 싸워 승리로 이끌었던 이순신 장군의 외로움에 대한 고뇌의 순간을.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이순신 장군은 적을 맞댄 상황에서 외로워서 고뇌하고, 화가 유혜원은 젊은 화가로 원로들과 마주대하는 상황에서 고뇌하고≫

 

어쩌면 고뇌하는 내 심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평을 해주신 것이다.

 

지난겨울 정말 숨 가쁜 시간이었다. 가을부터 겨울 한 달에 두 세 개의 전시를 치르면서 그 사이 벌려놓은 작업들이 가마에서 나오기만 하면 연이어 실패로 이어진 작품들이 여럿 있는데 내 살과도 같은 작품들이 눈앞에서 버려지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불길 속 마음을 어찌 알까.

도자기라는 재료는 영원성을 상징한다. 요동치는 불의 마음은 그 영원함을 시기하듯 선과 색, 농담의 형태들을 분열시켜 버린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집착을 하고 외면하는 불길 속 마음 안으로 한걸음 더 다가갔다.

고독한 시간에 마주했던 ‘숨고르기’라는 작품은 김선생님께서 작품에 숨을 불어넣어 줌으로 해서 이번 전시에서만큼 결코 고독하지 않은 존재로 빛이 났던 것이다. 살아 숨 쉬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작품 ‘숨고르기’.

나는 숨고르기를 하면서 좀 더 천천히 갈 것이다. 유리를 관통한 햇살이 벌어진 틈, 흩어진 시선, 지나간 기억 하나하나 따스한 순간들을 온전히 느끼면서 천천히, 그러나 가급적 긴 호흡으로 숨을 고르고 일상의 관습에 흔들리지 않고 그 세계 안에서 진정으로 나를 느끼면서 갈 것이다. 지난 시간 도덕적으로 접근했던 순수의 작업을 뛰어 넘어 더욱 더 용감하게 나를 해체하고 확장시켜 응집하고 발효시키는 작업으로 이어갈 것이다.

창백한 시간과 고독의 나날들은 언제고 춤추는 봄을 맞이한다. 1년 뒤에는 깊은 고독의 시간을 뚫고 멈출 수 없는 영원한 자유의 무게를 도자화를 통해 여러 빛깔의 순수한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말이다.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bsjilbo@hanmail.net

<저작권자 © 미래세종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