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화분의 국화로나 태어날 것을

 

오늘밤은 너무 멀리 가지 말아요

밤새 바라보다가 아침이 되면 목이

아프답니다

 

백양나무길 아래

질경이처럼

그대를 기다리다가

 

소나기 오는 밤

졸린 눈 비비면

먼 장을 돌아온 구부러진

엄지발가락

굳은살이 터져있었죠

 

고단한 하루를 마시는 아버지

생의 목덜미가

가느다랗게 떨고 있네요

 

눈물 안쪽으로

그늘이 자라는 걸

그만

보고 말았습니다

 

 

 

 

 

 

 

 

 

 

 

 

백혜옥

시집 『노을의 시간』-천년의시작(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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