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소 청소년칼럼니스트

4학년 말 대전 대양초등학교를 떠나 세종신도시 도담동, 우리 집에서 조금 떨어진 양지초등학교로 왔다.

아직은 낯선 길과 차에 대해 걷기에 자신이 없던 터라 혼자서 잘 다닐 수 없었던 때였다. 문득 이때부터가 좀 더 성숙해진 자아를 갖게 됐던 순간이였던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 나는 어른 또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혼자 나서는 걸 꺼려했을 뿐더러 그간 혼자 등하교를 제외한 길 다니는 것은 별로 없을 때였다.

하지만 혼자서 모르는 길 다니기를 배웠던 때가 양지초 때다. 다음에 갈 늘봄초는 5학년 때 다녔으니까. 조금 의아해 하는 분들이 계실 거다. "뭐야 그러면 쟤는 양지초를 안 다니고 바로 늘봄초등학교로 갈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 말이다.

양지초는 4학년 11월부터 다음해 개학 때까지 다녔으니 4개월 간 이었다. 분명 학기 중간에 끼어서 다녔다.

양지초에서의 추억은 다시 회상해도 정말 대단한 나였던 것 같다.(사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길치였던 날 생각하면 그렇다)

어느날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혼자 집에 갈 수 없어 부모님을 기다리던 참, 오시겠다고 하신 예정 시간을 훌쩍 넘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내가 모처럼 혼자 걸어가기로 했다.

신도시 세종은 아파트 생김새도 비슷한 디자인에 밑에 휘트니스센터, 주차장 건물까지 정말 비슷해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다녔던 길은 아파트 뒤편이니 더욱 헷갈릴 수 밖에....

할 수 없이 바로 아파트 휘트니스센터에 들어가지 않고, 맨끝 아파트 옆쪽으로 쭉 가 우리 아파트를 찾기로 했다.

작은 횡단보도를 네 번 정도 건너고 큰 횡단보도를 두 번 정도? 일단 아파트 몇 채 중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는 어딘가에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쭉 갔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사는 아파트가 나왔다. 그땐 이제 귀찮게 부모님이 직접 데리러 오시지 않고, 내가 초등학교서 내 집까지 도보로 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게 양지초하면 생각나는 경험이다.

음, 그리고 양지초에서의 친구? 그러면 좋은 친구가 있었다. 우리가 만드는 세종인성학당 유튜브영상에서 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을 것이다. 바로 '김소리'친구다.

소리는 나와 외모가 거의 비슷해서 선생님들까지 이름을 헷갈리실 정도였다. 담임선생님께서도 소리를 미소로, 미소를 소리로 부르셨던 게 생각난다.

소리는 참 좋은 친구였다. 늘 날 기다려주고 같이 놀아주던 당시로는 둘도 없던 친구였고, 피아노도 잘 치고 영어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고 당시 정말 친구 하나는 잘 뒀다는 생각을 했다. 방과 후 수업도 같은 과목에 지원해 같이 하고, 또 서로 모르는 걸 알려도 주고...
한 글귀를 보았다. '좋은 친구가 내게 오길 바라야 되는 게 아닌, 내가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라는 것을.

맞는 말이다. 둘 다 좋은 친구를 골라 만나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뜻 깊은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 양지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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