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한호

전)침례신학대학교 총장

현)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이해하고 혹은 친분을 다지는 몇 가지 통로 중에서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같이 먹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서민들의 삶에서는 차 한 잔, 곰탕 한 그릇을 함께 나누면서 형님 먼저 아우님 먼저 하다보면 서로 간에 서먹서먹했던 분위기와 오해가 풀리고 우정이 두터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연속극이나 기획물에는 음식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TV에는, 친구 몇이 그룹 여행을 하거나, 외국 음식이나 문화를 탐방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하는 사람들, 또는 비슷한 연령의 또래 친구들의 단체 관광 등이 적지 않게 방영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 먹는 태도가 간혹은 무례하고 시청자들을 당황스럽게 할 만큼 방자할 때가 종종 있다. 7,80대 연령의 한국 사람들이 일번적으로 가졌던 조심스럽고, 조용하고, 단정하던 태도가 사라지고 허둥대며 큰소리 치고 다른 고객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떠들어대며 음식을 주문하거나 먹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와 음식 먹는 태도(매너)는 개인이면 개인, 국가면 국가 간에 서로의 교양과 문화를 내보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데, 근래에 시청한 여러 기획 프로그램에서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옛 말이 무색하리만큼 태도가 방자한 그룹이 적지 않았다. 알다시피 아이들이 예의범절을 배우는 것은 대부분 음식에 대한 예도(禮度)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음식과 음식을 대하는 예절과 규범을 여간 중요시 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밥상예절을 내던져버린 것 같다.

눈에 띄는 것 중에서 기본적으로 국제적 예절에 벗어난 태도는, 실내에서 양해도 없이 모자를 쓰고 있다든가 자리에 앉아서 두리번거리면서 떠들어대는 것, 식탁에 팔을 괴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것, 수저나 나이프를 휘저으며 말하는 것, 생선가시나 뼈 등 입에서 음식을 뱉을 때 화장지나 손으로 감싸서 처리하지 않고 입으로 상에 뱉어내는 것 등이다. 음식을 뱉는 것을 보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은 구토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식탁에서 트림을 하는 것은 여러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여럿이 함께 먹는 ‘한 그릇 음식’은 자기 앞쪽에서 곱게 집어먹어야지 샐러드나 김치나 전 등 반찬을 집을 때 젖가락이나 포크로 음식을 집었다 놓았다 하거나 뒤집었다 폈다 하는 행위, 손위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손위 사람이나 초청자가 수저를 놓기도 전에 먼저 수저를 내려놓고 일어나는 행위, 음식은 다 맛있고 모두 정성껏 만든 것인데 맛이 있다 없다 하며 대놓고 불평하는 행위, 종업원이나 초청자 등 음식을 공궤 하는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하지 않는 경우 등등 일일이 지적하기조차 번거롭다.

또한, 뷔페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결례를 범할 수 있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지체부자유자와 노약자와 여성에게는 순서를 양보해야 하며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빨리 담고 지나가야 하며, 같은 음식을 두 개 이상 담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한꺼번에 많이 가져가서 남기거나 남는 음식을 옆에 앉은 사람에게 권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 밥상에서부터 예절과 남을 배려하는 덕(德)을 익히도록 가르치고, 다른 나라에 가서 받는 모든 밥상이 나라의 얼굴인 줄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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