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지섭 칼럼니스트

결론부터 말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을 비릇한 자유우방 국가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공통된 요구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핵기술을 완성한 현 시점에 비핵화를 한다는 것은 물리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양심에 한점 부끄러움 없이 현재까지 보유한 핵물질과 핵무기 현황, 핵시설,핵 프로그램을 모두 신고하고 비핵화 실현을 약속한다 해도 이미 소지하고 있는 핵무기 제조 설계도까지 없애고 설계도를 완성한 과학자들의 기억력까지 말살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실현은 허구일 수밖에 없으며 미국이 추구하는 북·미 협상의 최종 목표는 핵시설 폐기가 수반된 비핵화 선언이 될 것이며 비핵화 선언을 통한 비핵화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왜 북한에 대하여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에 대한 조건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또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이 물리적으로 비핵화의 불가능성을 모르고 비핵화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에 대하여 비핵화를 확약하는 것은 곧 세계 모든 국가와 인류에 대한 약속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북한을 거기에 구속시키려는 의도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 핵 미사일의 사용가치를 음미해 보는 것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의 최고 실권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핵·미사일의 사용가치가 전무하다는 것을 벌써부터 알고 있는 것 같다.

비록 김정은이 현재 핵·미사일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류를 살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순간부터 전 세계 국가를 모두 적으로 돌리고 북한정권의 고립과 파멸로 연결된다는 것이 그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2018.6월 핵 폐기에 대하여 미국과 협상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미국과 물밑접촉을 하였으리라 추정된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무엇을 근거로 무용한 핵·미사일을 수단으로 미국과협상하면서 주가를 올리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무용한 핵·미사일 일지라도 그 정체를 숨기면서 전쟁에 대한 인류의 공포심을 자극하여 경제적 이권을 취득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북제재를 해소하여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자는 의도일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논리나 도의적으로 따진다면 북한이 개발한,인류에게 유해한 핵·미사일이 사용가치가 전무하기 때문에 폐기하는 것이므로 폐기의 조건으로 경제적인 반대급부를 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조건없는 핵 폐기가 당연하겠지만 북한은 무슨 선심이나 쓰는 채 핵 폐기를 통한 비핵화를 경제적 이권과 연계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핵폐기를 통한 비핵화의 요구조건으로 최소한의 반대급부는 각오하고 있다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는 사용가치가 전무한 핵을 폐기하는 것이므로 논리적으로 자기책임의 원칙상 무조건적이어야 하지만, 원래 협상이란 쌍방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간에 통상의 관례이므로,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최소한의 요구는 수용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요구조건에 대하여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먼저 이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당연한 주장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요구조건은 수용키로 한다해도 그요구조건에 대한 방법이너무 세분화되어 있는 데 문제점이 있다 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북한을 핵·미사일의 매도인이라 가정하고 미국을 매수인으로 상정해 보고자 한다. 주택을 팔 때에도 매도인은 주택 전체를 통째로 넘겨 주고 매수인은 주택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면 된다. 주택을 헛간·외양간·사랑방 등으로 나눠서 부풀려 대금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반적인 매매에서 보는 바와 같은 논리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핵시설 폐기에 대하여 북한은 동창리 시설 파괴, 영변 핵시설 파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일부폐기 등으로 비핵화의 방법을 세분화하여 경제적 반대급부를 극대화하면서 돈을 뜯어내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은 장기화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의 이러한 무리한 요구에 대하여 한국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선(先) 종전선언 채택, 후(後) 비핵화 조치이행’ 중재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북 특사단이 평양에 들고간 중재안의 내용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초기 구두약속→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2018.9.18.~ 20)→ 3자 또는 4자 간 종전선언(9월 하순 유엔총회)→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이행이 주된 골자였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 중재안의 순서와 내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순서는 미국의 종전선언이 먼저고, 그 다음이 북한의 비핵화이다.

내용은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해도 비핵화의 일부만 초기에 이행한다는 것이다. 비핵화를 찔끔찔끔하면서 경제적 대가를 극대화시키자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보아도 무리하고 염치를 모르며 비나받아 마땅한 태도라 할 것이다.

미국의 북한과 핵협상의 기본구도는 종전선언 및 대북 경제 제재조치 완화와 북한의 비핵화인 것이다.그런데 북한은 비핵화와 직접 관련이 없는 미군 유해송환 같은 행위를 이행하면서 종전선언을 먼저 이행하라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여기다가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요구에 동조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은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조치를 완화시키려 하고 있으나 미국은 한국의 제재 완화를 적극 막으려 하고 있으며 한국의 여러 은행에 미 재무부가 경고장을 보낸 것 등은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은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만일 미국과 사이가 벌어진다면 한국은 안보위협이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성은커녕 ‘종전선언- 영변폐기- 핵리스트 제출’ 순서의 주장만 하는 것은 비핵화의 핵심인 검증은 뒤로 미루고 북한에 보상부터 해주자는 취지로 인식됨은 물론 미국의 감정만을 자극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핵·미사일의 무용성에 대하여 김정은과 트럼프가 이미 오래전부터 간파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북한의 김정은에게 불리하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핵·미사일을 통한 비핵화의 대가를 세ㅓ분화하여 요구하는 것이 지나친 과욕임을 빨리 깨우쳐야 할 것이다.

끝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북미협상에 다리를 걸치는 것은 북한이 미국과 친해지면 이들 국가 특히 중국이 북한에 대한 이니시어티브를 미국에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중국은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고 비핵화 훼방만 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협상의 주체가 북한과 미국이므로 중국을 제외시키고 공정한 중재자로 참여하되 중재내용과 방법으로 북한에 대하여는 북한이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비핵화 선언을 하도록 하고, 미국에 대하여는 비핵화의 대가로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하고 종전선언을 하도록 함으로써 북미간 협상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되도록 공정한 입장에서 쌍방의 견해를 중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내용은 문서화되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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